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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및 조선일보 HBR 칼럼 모음
원문 링크: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1/24/201101240188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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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는 재정적자, 중국의 도전 등 여러가지 난제를 앞에 두고 있다. 특히 경제의 펀더멘털에 해당하는 산업계도 미국만의 경쟁력을 어떻게 회복하느냐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 산업계의 경쟁력 회복 논의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아웃소싱'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문제이다. 미국 산업계의 아킬레스건을 직접 건드린 논문은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 2009년 7-8월호에 게재됐던 '미국 산업경쟁력 부활 전략 Restoring American Competitiveness' 이다.
이 논문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게리 피사로 교수와 윌리 시이 교수가 함께 쓴 논문이다. 이글은 매우 충격적인 그림으로 시작된다. 미국이 내세우는 하이테크 산업이 2002년부터 급격한 몰락을 가져온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 이유는 경영자들이, 비즈니스 구루들과 월가에서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항상 강조하는 1. 핵심역량에 집중하라 2. 가치 낮은 기업활동은 떼어내라 3. 진정한 경쟁우위 원천인 혁신에 자원을 재배분하라는 말을 그대로 따르면서 아웃소싱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런 아웃소싱의 결과가 초래한 부정적인 영향을 다음 두 가지로 제시한다. 우리 기업의 실상과 비교해 보기 바란다.
첫 번째, 생산 기능의 아웃소싱과 함께 떨어져 나간 혁신 역량
정작 아웃소싱을 하게 되면 단순조립과 같은 생산 공정만 아웃소싱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활동과 연결되어 있는 혁신 역량까지 아웃소싱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애플을 제외한 모든 노트북 생산은 제조뿐만 아니라 디자인까지 아시아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두 번째, 아웃소싱 업체들의 역습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우)
처음에는 인도에 있는 업체들에게 단순 코드화 작업과 같은 낮은 수준의 기술만 아웃소싱 했는데 그 업체들이 점점 기술을 쌓으면서 갈수록 복잡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고, 점점 협상력도 커지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경쟁자로 커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요소는 - 저자들이 부연설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아웃소싱 업체들이 자신들의 경쟁자로 둔갑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처음에는 낮은 레벨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다가 숙련도와 개선작업이 누적되면서 혁신을 하게 되고 점차 교섭력이 커지면서 경쟁자로 커가는 모습을 쉽게 그려볼 수 있다.
물론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아웃소싱이 전략적으로 위험 요인이 될 때 언제든지 업체를 대체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간과하고 있는 점은 산업구조적인 측면이다. 저자들은 이 아티클에서 “industrial commons’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 ‘산업의 공유지 Industrial commons’
원래 commons는 말, 양과 같은 가축들을 공동 관리하기 위한 공동 목초지를 말한다.(위키피디아의 유사개념 참조 http://bit.ly/9pzplV, 참고로 영국에서 14, 15C에 공동소유토지(Commons)에 말뚝 박고, 울타리 만들고 사유화(enclosure)하면서, 생산성이 급증했다.)
본 논문에서는 산업간에 공유하고 있는 집단 역량, 기업과 대학 사이에 산학협력을 통해 형성된 공동의 지식이나 벤처투자자 등을 의미한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지역적으로 묶여있다는 점이다. 즉, 지식자원의 특성상 거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글에서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사슬망 관리)상의 모든 기업활동에는 관련된 지식의 생성, 누적, 진화 발전이 뒤따르게 되는데 이런 지식이 아웃소싱과 함께 기업 외에서 일어나게 되니 정작 기업 당사자들은 새로운 지식/혁신의 창출에 대해서는 손을 놓을 수 밖에 없다는 논리로 아웃소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Industrial commons에 대한 유사한 개념으로 국가 또는 산업의 경쟁력을 분석하는 전략적 분석기법을 선 보인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그의 다이아몬드 이론에서 Industrial commons라는 개념을 관련 및 지원산업 (Related and Supporting Industries)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관련 및 지원산업’에 대한 연구가 발전된 것이 바로 클러스터(Cluster) 연구다. 같은 맥락에서 아래 논문을 살펴 보면 인식의 깊이를 더 할 수 있다.
이렇듯 Industrial commons은 새로운 개념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아티클을 통해 우리 경영자들 입장에서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은 아웃소싱과 Industrial commons와의 관계다. 글로벌 아웃소싱 차원에서 봤을 때 중국, 동남아, 인도 등은 각각 생산을 포함한 특정 산업의 다양한 아웃소싱 기지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그런데 지식자원의 특성상 지리적 거리가 가깝다는 환경적 특성은 언제든지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으며, 각 정부와 지역 대학들이 이러한 지식의 새로운 창출을 촉진시키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 아웃소싱에 대한 전략적 대안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아웃소싱을 해당 기업에 국한된 문제로 바라보면서 기업이 가지고 있는 협상력으로 얼마든지 아웃소싱 업체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렇지만 먼저 아웃소싱을 수행하는 기업 입장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는 지를 살펴본다면 좀 더 세심한 체크리스트를 얻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아웃소싱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는 것은 대체 가능한 업체를 많이 관리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아웃소싱 업체 입장에서는 적은 마진으로 치열한 경쟁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아웃소싱을 수행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첫 째 생산측면에서 다양한 부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요구하게 된다. 즉 아웃소싱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둘 째 디자인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ODM(Orginal Design Manufacturing) 업체는 자체 브랜드 제품을 출시하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혁신 측면에서는 process-engineering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혁신을 거듭하게 된다.
여기서 잠시 프로세스 엔지니어링 전문가들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 아티클에서 저자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디자인이과 혁신에만 집중하고 생산기능을 아웃소싱하는 미국 기업들을 호되게 나무라고 있다. 제품과 프로세스 혁신은 상호 연결되어 있는 불가분의 관계인데 생산 프로세스를 아웃소싱 하다 보니 제대로 된 혁신적인 제품이 나올 리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프로세스 혁신을 담당하게 되는 프로세스 엔지니어링 전문가들이 생산 거점의 이전에 따라 같이 이동하게 되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까지 이동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혁신 역량까지 이전하게 되니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명하다고 주장한다.
아웃소싱의 함정이 바로 여기에 있다. 많은 기업들이 아웃소싱을 결정할 때에 혁신적 상품과 프로세스 혁신, 그리고 생산이 하나로 묶여져 있다는 점을 쉽게 간과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게 되기도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이런 기업들이 많아지게 되면서 결국 앞서 언급한 industrial commons의 기반이 무너지게 되어 결국 갑작스러운 산업의 침체를 맞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그림에서처럼 2002년에 미국 첨단 산업의 무역 수지가 갑작스럽게 적자로 돌아서게 되고 이후 계속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인 이유가 바로 개별 기업들의 적극적인 글로벌 아웃소싱으로 Industrial commons의 기반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아웃소싱의 이중성을 염두에 두고 정부 차원과 기업 차원에서의 솔루션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먼저 정부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솔루션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개별 기업이 하지 못하는 기초, 응용과학 연구에 대한 산학협동 프로그램 등의 지원 전략 외에 ‘대마불사론’(TBTF, Too Big Too Fail)에 대한 혹독한 논평이다. 쓰러져 가는 GM본사와 같은 거인들은 죽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GM본사는 AIG와 City 그룹처럼 어쩔 수 없는 복잡한 글로벌 경제로부터 영향을 받았거나 국가 보안이라는 이슈가 있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경영 관리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 같은 핑계를 들어주지 말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GM본사는 평소에도 협력업체들을 제대로 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협력업체를 운운할 자격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미국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인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시키고 있는 경쟁 자동차 기업들을 역차별하는 조치라면서 경쟁사들을 일일이 언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언급되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
이런 강성 발언 때문일까. 2010년 5월 5일, 미국 상원은 대마불사 관행을 척결하는 수정안을 통과시킨다. (인사이트 지식사전, pp.161-164 참고)
기업차원에서의 솔루션은 기업 경영 현실을 비춰봤을 때 어느 것 하나 쉽지 않기 때문에 모두 경영자들의 결단을 요구한다.
첫 번째로 음료시장 정도를 빼면 마케팅 효과가 없기 때문에 마케팅에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 애플, 인텔, 코팅, 아마존, Applied Materials와 같은 기업과 같이 제품 혁신을 통한 경쟁우위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두 번째로는 더 이상 단기 실적을 선호하는 주식시장 때문에 어떨 수 없이 장기적인 R&D를 못했다(Devil-made-me-do-it)는 식의 변명을 내세우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실적에만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1997년부터 일관되게 전달한 아마존닷컴의 예를 들었지만, 절대적으로 주식시장(주주)의 영향력이 큰 미국 기업과 다른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기업 입장에서는 체감 온도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세 번째는 R&D에 대한 평가에 너무 재무적인 잣대를 대지 말라는 것이다. R&D는 어차피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에 재무적인 평가는 경영자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R&D 결과물에 대해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한다.
R&D 성과물이 기업의 주력사업과 관계 없으면 평가절하하면서 투자를 줄인 Bell Lab과 Xerox PARC의 실패 사례와 다양한 R&D 성과물을 허용한 IBM과 Corning의 성공사례를 들어 오히려 진정한 혁신은 주력사업과 거리가 먼 혁신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면서 R&D에서 기회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회사 책임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섯 번째는 연구소/연구부서를 외로운 섬으로 만들지 말고 회사의 방향과 같이 가게 해야 하며, IBM의 ‘급진적 협업 radical collaboration’ 모델처럼 회사 밖의 파트너들하고도 연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술을 잘 아는 경영진을 두어야 한다는 것으로 제언을 마친다.
◆ 애플이 주는 시사점과 관전 포인트
저자들은 애플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애플은 본인들의 경고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 듯 노트북 iPod, iPhone등의 생산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이런 애플이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제품 콤포넌트에 대한 선별 능력, 산업 디자인 역량, 소프트웨어 개발역량, 그리고 제품의 컨셉과 유저들의 요구를 어떻게 해결하는 지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역량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런 애플의 아웃소싱 전략이 언제까지 유효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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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던지는 농담중에 이런 말이 있다. 본인들이 다시 입사지원을 하면 탈락될 정도로 지원자의 스펙이 매우 높은데 이런 재원들이 한 달만 지나면 면접때의 모습은 사라지고 다른 사람이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수한 인재도 많고 자원도 풍족한 이른바 '스펙' 좋은 기업들이 환경변화에 적합한 혁신을 일으키지 못하는 뭘까. 하버드 경영대학의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교수와 오버도르프(Michael Overdorf)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논문 '파괴적 변화라는 도전에 직멸할 때(Meeting the Challege of Disruptive Change)'에서 대기업은 죽었다 깨어나도 파괴적 혁신을 못한다고 못을 박았다.
이 논문은 2011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선정한 10개의 필독 논문(10 must-read essential series) 중 첫번째로 선정된다.
◆ 존속적 혁신이냐 파괴적 혁신이냐
이 논문에서 나온 ‘established company’는 대기업, 안정된 수익원을 가진 기업 또는 성공을 맛 본 기업으로 해석하면 무리가 없다. 또 하나 중요한 용어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다. 흔히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과 대비되는 용어다.
존속적 혁신이란 기업을 유지해나가기 위한 혁신이라고 보면 된다.좀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현재의 고객을 유지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힌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애플이 아이맥(iMac)을 만들고 맥북에어(Macbook Air)를 개발한 것은 기존 애플 컴퓨터를 사용하는 고객과 잠재 고객을 만족시켜주는 존속적 혁신이다.
반면, 파괴적 혁신은 전혀 다른 고객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혁신을 의미한다. 혁신의 관점에서 보면, 애플이 아이팟(iPod)을 개발한 것이 아이폰을 개발한 것보다 더 파괴적인 혁신이다고 볼 수 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기존 고객이 아닌 전혀 다른 고객인 MP3 사용자를 상대로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 컴퓨터 회사인 애플은 음악 산업에 진입해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존속적 혁신보다 파괴적 혁신이 더 중요하다. 애플은 2001년 1월에 아이튠즈를 런칭한 뒤 그 해 10월 아이팟을 발표했는데 몇 달 뒤 또 다른 컴퓨터 회사인 HP는 동종업체인 컴팩을 인수한다. 애플이 파괴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때 HP는 기존 시장에서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한 존속적 혁신을 한 것이다. 이 때부터 HP의 명운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경쟁자가 파괴적 혁신을 통해 자신의 시장을 뺏어가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당했던 것이다.
◆ 대기업들의 딜레마
왜 대기업들은 파괴적 혁신을 못하는 것일까. 저자들이 주장하는 첫 번째 이유는 프로세스 딜레마다.
경영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프로세스가 자리 잡혀야 한다. 그런데 이 프로세스는 일을 하는 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에 다른 스타일의 일처리 방식을 거부한다.
디지털(digital)이라는 상호로 유명한 DEC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과학/공학용 미니컴퓨터(대형 컴퓨터인 메인프레임과 비슷한 역할을 하되, 그 크기와 성능을 간소화한 컴퓨터)로 호황을 누리다가 컴퓨터 산업이 PC사업으로 재편되는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1998년 컴팩에 인수된다.
미니컴퓨터의 개발프로세스는 PC의 개발프로세스와 확연히 다르다. 우선 독자설계구조로 핵심구성요소를 자체 개발하기 때문에 신상품 개발이 보통 2,3년이 소요된다. 하지만 PC는 대부분의 구성요소들이 아웃소싱이 되고 모듈화에 의한 생산을 하기 때문에 개발소요기간은 6개월에서 길어야 12개월이 소요된다. DEC입장에서는 PC사업이 몸에 맞지 않은 옷과 같이 여길 수밖에 없었다. 결국 PC산업이 커가는 것을 뻔히 쳐다보면서 몰락의 길을 가게 되었다.
두 번째 걸림돌인 기업가치는 대기업들이 산업변화에 대응 못하고 필연적으로 공룡이 되어가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서 언급하는 기업가치(Values)는 열정, 창의성, 투명성과 같은 규범(norm)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일을 처리하거나 투자의사결정 할 때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의미한다. 임원에서부터 현장에 있는 직원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 결정하는 판단기준이이라는 뜻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대기업들은 엄청난 자본을 들여서 시설을 확충하고 직원을 채용하며 연구개발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 동안 쌓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활용해서 높은 간접비와 고정비를 회수하기 위해 투자수익율이 높은 사업을 찾게 된다. 이제부터 기업가치는 고수익, 프리미엄 브랜드 유지가 되면서 이 가치가 모든 의사결정에서 우선시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한다고 해도 수익율을 따지게 되고 기존 우량 고객들이 좋아할 지 아닌지를 먼저 따지게 된다.
프리미엄 상품을 통해 고수익을 우선시하게 되다보면 아이디어 회의나 제안제도를 통해서 기가막힌 아이디어를 제출한다고 해도 의사결정의 우선순위에서 걸러지고 무시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아무리 창의적인 직원일지라도 어느 순간 입을 다물게 마련이다. 이 때부터 스펙좋은 신입사원들은 기존 사원들과 동화되기 시작한다.
이런 기업문화는 외부의 압력을 받으면서 더욱 굳어지게 된다. 주주들과 주식시장이 장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단기적인 수익구조 개선을 대기업에게 요구하면 할 수록 대기업은 위축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러다보니 ‘돈이 되는 사업이야?’라는 질문이 모든 파괴적 혁신을 가로 막게 된다.
반면 벤처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이런 부담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게 되어서 파괴적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저자들은 대기업이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별도 조직으로 별동부대를 만들거나, 조직의 기업문화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분사하는 방안, 그리고 아예 외부에서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오는 인수합병 등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은 자원, 프로세스, 기업가치가 한데 버무려지는 생명체다. 우수한 인재들이 기업의 프로세스와 기업가치 때문에 자신의 아이디어가 사장된다며 성급히 포기하고 조직을 원망하며 기운이 빠져있는 모습이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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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을 기울인 신제품이 왜 실패할까.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품평회를 열고, 시장조사 및 소비자 평가까지 거친 상품인데 대박은커녕 결국 사라져버리는 제품이 어디 한둘인가. 미국의 일용 소비재 제품(Fast Moving Consumer Goods(FCG), Consumer Packaged Goods (CPG))만 보더라도 매년 3만여 상품이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1년 동안 매대(賣臺)에서 살아남는 상품은 10~3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많은 컨설턴트와 경영학자들은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경쟁전략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경쟁우위 요소를 살펴보기도 하고, 레드오션-블루오션 논의를 통해서 가치혁신과 비(非) 고객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찾기도 했다. 또 브랜드 관리를 통해 소비자의 마인드 점유율(Mind share)을 높이는 논의도 해 왔다.
발상의 전환을 맞이한 것은 2002년 노벨재단이 이스라엘 출신 심리학자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부터다. 이를 계기로 경영학에서도 그동안 풀지 못한 난제를 심리학에서 개발된 방법론을 통해 풀이하려는 시도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와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경제 및 경영학에 심리학 방법론 연구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들이다. 트버스키와 카너먼은 미국 스탠퍼드에서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교수와 함께 공동 연구를 했다. 탈러는 미국에서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 카테고리를 만들었고 ‘넛지’같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했다.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소비자뿐만 아니라 상품을 공급하는 기업은 이성적으로 의사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비 이성적으로 의사결정 한다. 즉 객관적으로 우월한 속성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비지니스스쿨 존 거빌(John Gourville) 교수의 2006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논문은 이러한 논리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는 이 논문에서 “기업은 비이성적으로 그들의 혁신 상품을 과대평가하고 소비자들은 비이성적으로 기존 상품을 과대평가한다”고 밝혔다.
단적인 예가 1인용 전동차인 세그웨이(Segway)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지지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출시 이후 18개월 동안 6천대 밖에 팔리지 않았다. 기대 수준에 비해 10분의 1 이하의 성적이다.
디지털 비디오 녹음 장치인 티보는 전문가들의 열화와 같은 호평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말부터 2005년까지 6억불의 적자를 기록하기만 했다.
거빌 교수의 논문, 그리고 많은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참조해 ‘신상품의 저주’의 원인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이익과 손실의 심리학이다. 100만원을 얻는 것과 100만원을 잃는 것은 심리적인 차이(value) 같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인가 손실을 보았을 때 소비자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득을 봤을 때의 영향력에 비해서 2.5배나 크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무엇인가 손해를 입는다면, 이것의 2.5배 이상의 이익을 줘야 심리적으로 보상을 얻는다.
자, 문제다. 현금 결제시 1만원을 지불해야 하고 카드 결제 시 1만1천원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 현금 결제를 유도하기 위한 프로모션 문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금 구매할 때 1000원 할인혜택(Gain)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 보다 신용카드 결제 시 1000원의 요금 추가(loss)를 강조하는 경우가 더 낫다. 손실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 손실을 회피하려고 신용카드 결제를 피한다.
두 번째, 현상유지에 대한 집착(Status Quo Bias)효과이다.
다시 예를 들어보자. 교실에 있는 A그룹에게 초콜렛과 예쁜 커피 머그잔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 그 비율은 56% 대 44%로 엇비슷하다. 그런데 B 그룹 학생들에게 동일한 머그잔을 주고 조금 시간이 지난 뒤 동일한 초콜렛으로 바꿀 기회를 준다. C그룹 학생들에게 동일한 쵸콜렛을 주고 조금 시간이 지난 뒤 동일한 머그잔으로 바꿀 기회를 준다. 이 경우 겨우 10%만 교환한다. 약 40%에 해당되는 학생들은 기존 자신의 선호도대로 행동하지 않았고 현재 상태에 머물렀다.
즉 우리가 무언가를 유지하고자 할 때 그 결정은 객관적으로 최선의 것이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현재 상태’였기 때문이다.
세 번째, 소유효과(Endowment Effect)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991년에 실린 카너먼, 네취, 탈러교수의 공동 연구논문에서 소개된 시카고대 리처드 탈러 교수의 머그컵 실험이 유명하다. 학생들 일부에게만 머그컵을 나눠준다. 판매자는 자신이 소유한 머그컵을 얼마에 팔지 가격을 매기게 되고, 구매자는 얼마면 구매할 지 가격을 매기게 된다. 이 결과 판매자가 적어낸 판매가의 평균가격은 7달러이고 구매자의 평균가격은 3.5달러로 2배나 차이가 난다. 사람들은 일단 무엇이든 내 소유가 되고 나면 그 물건은 나에겐 현재 상태가 되기 때문에 그것의 심리적 가치는 상승한다.
비 합리적인 심리 메카니즘은 비단 소비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기업 입장에서도 기왕에 개발된 신상품을 같은 심리적인 메커니즘으로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업들은 보통 혁신제품이 시장에서 통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분명히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신상품으로 대체될 기존 상품에는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혁신 상품을 판단의 기준으로 보게 된다. 기업은 자신의 신상품이 제공하는 혜택을 3배나 높게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반대로 소비자들은 역시 위에서 밝힌 심리적인 메커니즘 때문에 새로운 상품의 성능에 대해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게 되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되며, 현재 있는 상품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소비자들은 현재 상품이 제공하는 혜택을 3배나 높게 과대평가한다.
즉, 기업이 가지는 3배의 과대평가 효과와 소비자가 가지는 3배의 과대평가 효과를 결합하면 9배나 되는 심리적인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신상품의 저주이다. 이렇듯 소비자와 기업은 달라도 너무 다른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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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영배(戒盈杯)’를 아시는지요? 경계 계戒, 찰 영盈, 잔 배杯. 즉 잔이 채워지는 것을 경계하라는 말로 절주배(節酒杯)라고 합니다. 조선후기 실학자인 하백원(河百源, 1781 ~1845)이 이 잔을 만들었다는 유래가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춘추시대의 추오패(春秋五覇)중 하나인 제환공(齊桓公)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경계하기 위해 곁에 뒀던 잔이지요. 최근엔 박근혜씨가 각 국 정상들에게 선물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이번에 살펴볼 하버드비즈니스스쿨(HBR) 논문도 계영배와 일맥상통합니다. 2008년에 나온 ‘성장이 정체될 때(When Growth Stalls)’라는 논문인데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 ‘칭찬 받을 때 겸손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경영 분야에서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논문의 저자인 매튜, 드렉, 세스 등 3명의 컨설턴트는 오랜 연구 끝에 놀라운 결과를 밝혀냈습니다.
이름만 대도 다 아는 기업들, 애플, 3M, 볼보, 뱅크원(Banc One), 다임러-벤츠(Daimler-Benz), 토이저러스(Toys "R" Us), 캐터필라(Caterpillar) 등 유명 글로벌 기업(포춘 100대 기업 포함)들을 1955년부터 2006년까지 추적 조사한 결과, 매출 정점에서 갑자기 매출이 급감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50년간의 기업 데이타와 400여 개 기업을 연구한 분석 결과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정체시점(Stall year)에 이를 때까지 기업의 매출은 마치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크게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왜 그럴까요?
조사한 모든 기업들은 성장하면서 성장 정체(Growth Stall)라는 관문을 지나가게 됩니다. 소위 잘나가는 기업들은 대부분 성장 정체의 늪에 빠집니다. 전체 기업 중 87%나 됩니다.
이 늪에 빠진 기업들을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한 번 성장 정체의 늪에 빠진 이 기업들이 다시 떨쳐 일어나 성장정체의 관문을 통과한 확율은 46%이고 나머지는 여전히 늪에서 허우적거렸다고 합니다. 이후에 살아남을 확율은 단 7%뿐입니다. 26%는 겨우 연명하고 나머지 67%는 아예 사라집니다. 즉 한 번 성장의 정체에 빠지면 계속 고전하거나 사라질 확율이 50%나 되는 것입니다. 이 기업들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포춘100대 기업 수준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기업들입니다.
이 대목에서 경영자들은 긴장하고 솔직해져야 합니다. 논문은 ‘남의 탓하지 말라’고 못을 박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들이 밝혀낸 기업 침체의 원인을 보면, 통제하지 못하는 외부 환경 요소 비중은 겨우 13% 밖에 되지 않다는 겁니다. 87%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내부 원인입니다.
저자들이 지목한 주요 원인 4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 원인은 ‘프리미엄 포지션 제약(Premium-Position captivity)’입니다. 시장에서 프리미엄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상태에서 정신의 포로가 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자기도취적인 상태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이런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제시합니다. (아래 체크리스트 참조)
저자들은 ‘선두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위기’라는 크리스텐슨 교수의 파괴적 혁신(크리스텐슨, 2010)와 맥을 같이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인시아드의 이브 도즈 교수(이브도즈, 2009)는 핵심역량에만 집중해서 생긴 성공의 저주(The Curse of Success)를 언급합니다.
90년대에는 일본 유수 기업들이 미국 본토에 상륙해 대성공을 거두면서 게리 하멜과 프라할라드 교수 등이 주장한 핵심역량 개념이 ‘전가의 보도’처럼 추앙받았습니다. 그러나, 하버드 교수인 도로시 레너드(Dororthy Leonard-Barton)는 90년대 초에 핵심역량이 오히려 신 사업의 걸림돌이 된다는 ‘핵심경직성(Core Rigidities)’ 개념을 학문적으로 정립한 바 있습니다.(Leonard-Barton, 1992) 이 기념비적인 논문은 이후 3,116회나 학술문헌에 인용됐습니다. 핵심역량의 이중성이야말로 경영의 현실이 아닐까요?
이제 다시 HBR 논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성장정체의 두 번째 원인은 혁신 관리 실패(Innovation Management Breakdown) 입니다. 성공한 기업들은 자신들의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성공확률이 높은 상품에 역량을 집중합니다. 과거에 성공했던 상품의 기능을 개선해 신상품으로 출시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제품을 또 출시를 해야 하지만 모험할 수는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대박을 낸 성공 제품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옆에서 질문합니다. ‘미래를 위해서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개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이렇게 대답하게 됩니다. ‘그래야지. 좀 있다가.’
활용(Exploitation)과 탐색(Exploration)은 경영학의 오래된 화두입니다. 현재 존재하는 자원과 상품을 '활용'해서 신상품을 개발하는 것과 잘만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 믿고 경험해 보지 않은 영역을 '탐색'하는 이슈는 기업 입장에서는 자원을 할당해야 하는 전략적 선택이 걸린 문제입니다.
단기적(short run)으로는 활용이 탐색보다 효과적일 지 모르지만 장기적(long run)으로는 내부 리소스를 잘 활용하여 활용과 탐색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연구도 많습니다. HBR 탐구 시리즈 원고 중 하나인 ‘아웃소싱 전략의 환상을 버려라(Pisano and Shih, 2009)’와도 연결됩니다. 벨 연구소와 제록스 파크 연구소는 핵심역량에 도움이 되는 연구만 했고 IBM과 코닝(Corning)의 연구소는 무관한 연구도 허용되었는데 결과는 후자가 더 좋았습니다.
성장 일변도에 있는 기업은 모니터링 레이다에 저가 경쟁자는 잘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저가 경쟁자의 위협을 경계해야 합니다. 물론 듀폰처럼 오로지 프리미엄 상품만 집중 개발하는 업체도 있지만요.
성장 정체의 세번째 원인은 무엇일까요? 첫번 째 원인으로 언급했던 자만심이 더 발전해서 핵심사업이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 새로운 것만 추종하는 모습입니다. 새로운 것을 찾는 탐색 활동은 필요한 것이지만 자신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사업을 흔드는 것은 문제입니다.
블루 오션 전략은 시장을 재정의해 기회를 찾는 전략이라고 한다면, 핵심 사업 전략은 자산을 재 정의해 기회를 찾는 전략입니다.
K마트(Kmart)는 핵심 자산이 있는 시장을 조기에 포기한 사례입니다. 1970년대 K마트는 ‘시어즈’라는 거대 공룡을 누르고 1970년대에 승승장구합니다. 1976년 로버트 드워(Robert Dewar) 당시 사장은 시장 포화를 우려하며 90년까지 매출의 25%가 신사업에서 나와야 한다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이 때부터 K마트는 뷔페사업, 비디오-피자 연계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하게 됩니다.
이때 혜성같이 나타난 월마트는 위성과 연계한 POS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추진, 1980년대말 K마트를 추월하게 됩니다. K마트가 핵심사업과 무관한 신사업에 혈안이 되고 있을 때, 월마트는 물류역량에 집중해서 결국 승패를 갈랐습니다.
마지막 성장 정체 원인은 임원에 대한 이슈입니다. 논문은 내부 승진 제도의 폐단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부 승진 제도를 통해 임원이 된 사람들은 외부에서 영입한 임원에 비해 풍부한 경험이 부족하고 익숙하고 진부한 내부 경로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내부 경로 의존성이란 과거의 행위가 미래의 행위를 결정 짓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하던 대로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자들은 통계자료를 통해 고위 관리자의 외부 영입 비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0%~30%의 임원을 외부에서 수혈받아야 기업이 건강하게 된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기업은 어떠신지요? 흥미로운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저자의 대안은 무엇일까요?
첫째, 당연시 여기는 믿음, 전략을 다시 짚어보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라.
둘째, 사전 검시(檢屍)분석 시스템을 갖춰라. 사전검시 분석은 우리 조직이 망했다고 가정하고 왜 망했을까라는 점을 밝혀보는 것입니다. Gary Klein의 2007년도 HBR 기고문인 "Performing a Project Premortem"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세째, 임원 후보그룹(그림자 내각)을 조직해서 의사결정을 보완시켜라.
네째, 벤처캐피털리스트의 도움으로 전략을 점검하라.
이 원인 중에 눈에 띄는 대안은 벤처캐피털리스트를 활용하라는 대목입니다. 다분히 미국적 사고방식입니다만 솔직히 가장 객관적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바로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아닐까요? ‘전략 만들기 : 행동함으로써 배운다 (Making Strategy: Learning by Doing)(HBR, 1997)’라는 논문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선조들이 계영배를 통해 전하려 했던 지혜가 현대의 경영자들에게도 대물림되기를 바랍니다.
시장 변화에서 찾을 수 있는 단서
1. 저가 경쟁자들이 우리 시장의 작은 부분을 잠식해 오고 있습니까? Are we losing market share to non-premium rivals in sub-segments of our markets?
2. 우리의 핵심고객들이 기능이 개선된 프리미엄 신상품들 출시할 할 수록 예전과 같이 반응하지 않고 갈수록 시큰둥하고 있습니까? Are key customers increasingly resistant to paying price premiums for product enhancements?
시장 변화에서 찾을 수 있는 단서
1. 저가 경쟁자들이 우리 시장의 작은 부분을 잠식해 오고 있습니까? Are we losing market share to non-premium rivals in sub-segments of our markets?
2. 우리의 핵심고객들이 기능이 개선된 프리미엄 신상품들 출시할 할 수록 예전과 같이 반응하지 않고 갈수록 시큰둥하고 있습니까? Are key customers increasingly resistant to paying price premiums for product enhancements?
## 임원들의 태도에서 찾을 수 있는 단서
3. 고위 임원들이 저가 경쟁자들이 우리와 같은 시장 또는 같은 상품 카테고리에서 사업을 할 지 모른다는 가정을 인정하지 않나요? 즉, 설마하면서 외면하고 있나요? Does the senior executive team resist the proposition that non-premium players operate in the same business or product category that we do?
4. 저가로 무장한 경쟁자들이 우리의 High-end 시장을 침투할 가능성에 대해서 근거없이 무시하려 하나요? Do we commonly dismiss the possibility that non-premium rivals and low-end entrants will penetrate the upper ends of our markets?
## 시장과 경쟁자에 대한 조사활동에서 찾을 수 있는 단서
5. High-end시장에 쏟는 수준의 열정을 가지고 더 낮은 단계의 고객을 찾으려 하지 않나요? Do we fail to track shifts in secondary and teritiary customer-group behavior with the same rigor we use for our higher-end segments?
6. 언제가부터 경쟁자 분석에서 저가 경쟁자와 무시할 정도로 낮은 단계의 고객층을 대상으로 침투하고 있는 경쟁자가 제외되었나요? Do we exclude non-premium players and low-end entrants from our tracking of competitive threats?
만약 Yes가 2개 이상이라면 시장 분석 및 경쟁자 분석을 다시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때는 자사의 프리미엄 특성 대비 저가 경쟁자들의 성과를 비교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Yes가 4개 이상이면 비상계획Contingent Plan을 세워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저가 경쟁자에 대응하기 위해서 앞으로 18개월 안에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계획에는 원가구조와 목표수익율까지 포함됩니다) How might the firm modify its current business model (including its margin requirements and cost basis) to respond to a low-cost entrant within 18 months?
원문 링크: https://bit.ly/2U9iX9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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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소셜 네트워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주권을 소비자에게 선사했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환경 이슈들을 심각하게 제기했다. 마케팅의 대가인 필립 코틀러도 2010년 ‘마케팅(Marketing) 3.0’에서 기업의 새로운 책임과 과제를 제시했다. 자본주의와 체제의 핵심 구성요소인 기업의 본질과 역할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했다.
국내에서는 정운찬 전 총리가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초과이익공유제 담론을 꺼내고 이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반발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슈가 폭발했다. 최근 두부 산업을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하느냐 여부를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기업과 사회와 관계를 깊게 탐구해온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의 혜안이 단연 돋보인다. 포터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0년1-2월 합본호에서 ‘공유가치의 창조(Creating Shared Value)’라는 개념을 자본주의 혁신책으로 제시하고 사회적 이슈가 기업의 원가라는 점을 과학적으로 밝혔다. 포터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도덕적 시각이나 박애주의 그리고 시민사회주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안된다”면서 “기업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전략으로 접근해야 경영자들은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포터는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지금처럼 기업과 자본주의가 심각한 위험에 빠진 적이 없다고 설파한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자신의 역할, 즉 기업 경영을 잘 수행하는 것이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논리를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왔다. 세금을 내고 고용을 창출하는 등의 노력이 결국에는 사회에 기여한다는 논리다.
문제는 기업의 경영 활동이 고용 확대나 지역 사회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혁신을 거듭하고 경영활동을 잘한 기업이 오히려 글로벌 아웃소싱을 추진하고 공장을 해외로 이전시키고 있다. 기업의 경영활동과 지역사회의 부가가치 창출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포터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앞으로 기업이 경영활동을 할 때 환경과 사회, 소비자가 받는 구체적인 가치(Societal Value)를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단체행동과 정부의 각종 규제 압박이 갈수록 거세질 것이라는 얘기다. 한마디로 기업 경영만으로 국익이 된다는 논리로 기업에게 일종의 ‘면제부’를 주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포터는 논문에서 사회적 이슈는 기업의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원가라고 설명한다. 이 대목이 바로 포터 논문의 백미다.
다음 사례를 보자.
맥도널드는 샌드위치 케이스(clamshell)를 화학재질에서 친환경 종이재질로 바꿔 환경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고 20%의 원가절감을 이뤄내었다. SC존슨 기업은 ‘그린리스트 프로세스(greenlist process)’라는 환경 효율 프로그램을 추진해 연간 2000만 달러 이상의 비용 절감효과를 얻었다. 모두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원가를 낮춘 사례들이다.
포털의 주장은 C.K. 프라할라드의 ‘BOP (Bottom of Pyramid)’,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3.0’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프라할라드는 빈곤 계층을 위해 원가를 지속적으로 낮추려는 혁신 활동이 곧 기업의 지속성장의 원동력이 된다는 논리다. 코틀러는 ‘성장 후 사회(Post-growth society)’ 이슈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감성과 영성(spirit)을 살피는 새로운 마케팅을 선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터는 또 지역 사회(외부 환경 요인)를 혁신의 대상으로 고려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가치는 곧 원가라고 주장한다.
네슬레의 효자 사업부인 네스프레소(Nespresso)는 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더 싼 커피 농가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다 취소했다. 대신 네슬레는 전략을 바꿔 낙후농가에 영농기술과 저리 융자를 제공했다. 사고의 전환이 만들어 낸 혁신의 결과 네스프레소는 2000년부터 연평균 30%의 성장을 이루어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거래선을 바꾼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 요인을 원가 요인으로 간주해 이를 혁신한 것이다.
포터는 2006년 최고의 HBR 논문으로 선정된 자신의 논문에서 사용한 ‘기업의 전략적 사회적 책임 (Strategic Cora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용어를 2011년 논문에는 단 한차례도 쓰지 않았다. 포터는 대신 사회의 ‘공유가치 창조(Creating Shared Value·CSV)’라는 용어를 썼다.
사회적 책임이라는 단어를 쓰면 사회적 이슈는 기업의 시혜(施惠)의 대상이 된다. 공유가치 창조는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업의 수익창출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포터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용어를 버린 것이다.
포터는 사회적 가치(Societal Value)와 기업의 경제적 가치(Economic Value)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분야로 ▲에너지 사용(enegy use) ▲환경영향(environmental impact) ▲협력업체와의 관계(supplier access and viability) ▲종업원들의 스킬(employee skills) ▲근로자 안전(worker safety) ▲종업원 건강(employee health) ▲물 사용(water use) 등 8가지를 언급하고 있다.
실제로 GE는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이라는 환경 우선 전략을 내세워 환경 및 에너지 관련 매출을 2009년 180억 달러까지 끌어올렸다.
국내 대기업들이 그동안 시행했던 사회적 책임은 대부분 봉사활동, 기부 등 박애주의에 가까운 것이었다. 일부 대그룹 총수의 경우 재판에 휘말리는 과정에서 마지못해 수천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경영 대가들은 시혜적 차원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표현을 그만 쓰고 혁신의 새로운 이름으로 사회적 가치 활동을 하라고 강력히 조언하고 있다.
원문 링크: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7/31/20110731001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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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에 관한 새로운 논쟁이 일고 있다. 요즘 기업의 테마가 ‘협업(collaboration)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경쟁사와의 협업, 부서간의 협업을 통한 가치 창출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구성원이 협업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론에 대한 경영학계의 연구도 활발하다.
사실 근현대 사회를 지배해온 논리는 ‘이기적인 유전자(The Selfish Gene)’다. 자본주의는 개인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곧 공동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탐욕과 사리사욕이 빚어내는 부작용은 적절히 통제하면 된다고 본다.
토마스 홉스는 ‘리비어단(Leviathan)’(1651년)에서 인간은 이기적이고 개인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국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1776년)’에서 인간은 이기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합리적으로 행동하며 그 것은 공동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주장한다.
생태학자 가렛 하딘(Garett Hardin)은 산업혁명시대의 ‘공유지의 몰락'(1968)의 원인을 이기적 유전자에서 찾았다. 정치경제학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결국 서로 배신하는 것도 인간을 이기적 존재라고 전제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기적 유전자론은 투입자원 대비 산출을 극대화하려는 테일러식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통해 보다 정교한 인간 통제 기법으로 발전한다.
이런 이기적인 유전자 논리가 흔들리고 있는 진원지는 철저한 자본주의 나라인 미국이다. 보상이 없어도 개인들의 순수한 열정만으로 만들어지는 위키피디아가 전문가의 손에서 품질이 통제된다. 위키피디아의 위세에 브래태니커 백과사전도 손을 들었다. 자포스,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 상식을 깨는 경영으로 기존의 패러다임을 비웃으며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는 모습은 기업가들과 학자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최근 들어 이기적인 유전자에 반론을 제기하는 학계 이론들도 급증하고 있다.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 때문이다. 정치사회학계에선 투표 행위도 신기한 연구대상이다. 국민투표를 할 때 내 한 표가 실제로 결정적인 역할을 하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시민들은 투표로 간다.
하버드대학의 수리생물학자 마틴 노왁(Martine Nowak) 교수는 2006년에 변이(mutation)와 선택(selection) 외에 제3의 진화 형태인 자연적인 협업(natural cooperation)이 있다는 점을 밝히고 사이언스지에 기고했다.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정치학자 엘리노 오스트롬(Elinor Ostrom)은 공유지의 몰락에 대해서 반론을 제시했다. 그는 수백 년 동안 공동 관계수로를 관리해 온 스페인 농부들의 사례를 들며 협업을 통해 공유지(공유자원)도 얼마든지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탈리아 신경생리학자 지아코모 리졸라티(Giacomo Rizzolatti)는 거울 신경세포 (mirror neuron)을 발견하고 사람들은 타인의 행동 뿐만 아니라 감정도 공감하려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경경제학자인 케빈 맥카베(Kevin McCabe)는 신뢰가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보상으로 준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생물학계는 신뢰가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을 자극해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을 발생시키는 메카니즘을 발견했다. ‘공감 → 신뢰 → 행복’은 이타적인 유전자의 매커니즘이다.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도 ‘비(非)이기적인 유전자 (The Unselfish Gene)’라는 논문이 등장했다(HBR 2011년 7,8월 합본호). 하버드 법대 교수 요차이 벤클러(Yochai Benkler)가 쓴 이 논문은 인간의 비이기적인 유전자를 어떻게 촉진시키느냐에 따라 협업이 폭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유전학·생태학·인류역사학·정치학·심리학·생물학 등 다양한 최근 학문 성과를 바탕으로 지식 창조 시대에 걸맞는 협업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통제와 보상으로 이뤄어진 콘베이어 벨트식 분업 체제에 익숙한 관리자와 경영자들에게 울리는 경종의 메시지도 있다.
원문 링크: https://bit.ly/2U9jWX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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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4일 스티브 잡스가 CEO직을 사임한 후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블로그에는 스티브 잡스 이후를 분석한 글이 14개 가량 올라왔다. 이렇게 빨리 스티브 잡스가 타계할 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잡스 이후에도 애플은 가능할까.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블로거들의 분석도 두 가지로 나뉜다. 스티브 잡스가 이룬 업적은 그 혼자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잡스가 없어도 애플은 지속가능하다 분석이 있는가 하면, 최근 잇따른 사후 관리의 허술함 등을 볼 때 애플 왕국의 힘이 예전같지 못할 것이라는 따끔한 충고도 있다.
먼저 애플 왕국에 대한 낙관론.
애플에서 신상품 개발할 때 얼마나 치열한 내부경쟁을 치르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10개의 신상품 프로토타입 중에서 3개를 선발하고 이 3개 중에서 다시 하나를 선정한다. 이 때 이전 단계에 탈락한 팀의 팀원들이 경선에 올라간 팀으로 다시 조정되어 다시 한 번 경선을 치르게 된다.
또한 신상품 개발하면서 얼마나 공들여서 외부와 소통하는 지 아는 사람 역시 드물다. 애플은 아이튠스(iTunes)에 판매되는 음원협상을 위해서 음반사들과 18개월동안 협상을 벌였다. 맥북에어(MacBook Air)의 얇고 가벼운 디자인이 구현되기 위해 3년동안 아웃소싱 관련 업체들을 가르쳤다. 이렇게 애플은 하나의 팀으로 제품을 개발해 왔던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재임시절에 매주 월요일 마다 모든 제품의 개발 진척상황을 임원들과 공유했다고 한다. 매번 회의 때마다 반복되는 이야기가 80%이상이 되었지만 이렇게까지 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이런 노력으로 매장 직원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문화가 전파될 수 있었다.
이런 문화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는 것은 스티브 잡스로부터 바통(baton)을 넘겨받은 팀 쿡이 잡스의 사임 이후에 전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잘 드러나 있다. “스티브는 전 세계 어느 기업도 가지고 있지 않은 기업 문화를 만들었으며 우리는 그것을 그대로 유지해 나갈 것이다".
팀 쿡은 IBM, 컴팩에서 생산, 물류, 구매를 담당했었고 현재 나이키(Nike)의 이사회 멤버이다. 또 생산과 물류의 혁신을 일으키는 운영(operation)의 귀재다.
이렇게 스티브 잡스가 심어 놓은 애플식의 문화와 독특한 일처리 방식, 그리고 팀 쿡이라는 걸출한 후임자가 있기 때문에 애플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음은 스티브 잡스 이후에 대한 비관론.
전문가들의 분석에는 애플이 귀담아야 할 따끔한 충고도 한 축을 이룬다. 애플은 항상 소비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제품을 선 보이면서 고객의 경험을 이끌어 왔다. 이런 고객경험 관리는 제품 개발 뿐만 아니라 사후 관리에서도 이어지는데, 아이폰의 안테나 기능 때문에 고객불만이 빗발치자 담당 임원이 하루 아침에 사라진 것이나 모바일미(MobileMe)에 대한 고객불만이 빗발치자 담당 팀이 회의실로 불려들어가 30분동안 벌서다시피 호된 질책을 당하고 담당 임원이 교체된 일이 있다.
특히 유독 중국시장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에 대한 지적도 많다. 중국 소비자들은 아이폰으로 문자 보내기를 힘들어한다. 자판 배열과 언어인식이 적합하지 않아서 오타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하이의 소비자들은 과시용으로 아이폰을 구매하고 문자전송과 같은 기능을 위해서는 별도의 휴대폰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애플이 올 2분기에 중국에서 걷어들인 매출은 30억달러나 된다. 하지만 이래서는 중국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
GE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과 같은 이머징 마켓에서 혁신을 일으키려고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을 때 애플의 핵심 임원들은 캘리포니아 본사만 지키고 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애플의 하청업체 폭스콘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노동착취로 자살사건이 이어져도 스티브 잡스는 한 번도 중국에 간 적이 없다.
효율화의 대명사인 팀 쿡의 운영 능력도 얼마든지 벤치마킹 가능하다는 평가도 있다. 경쟁사들이 애플을 무서워했던 이유는 예측하기 힘든 선도적인 의사결정 때문이지 팀 쿡 스타일의 운영능력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최근 클라우드 시대로 급하게 돌아가는 IT 생태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화룡점정(畵龍點睛) 역할을 할 리더가 필요한 시점인데, 이 분야의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분석도 비관론의 근거가 된다.
클라우드 생태계는 애플 경쟁력의 핵심이었던 디자인이나 제품 아웃소싱 또는 물류 역량과는 전혀 다른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원문 링크: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1/11/20111111008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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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16일까지 열린 제14회 서울 세계무용축제 프로그램 현장. 가나에서 온 펠릭스(Felix)씨는 K팝(K-Pop)의 대명사인 2NE1의 최신곡을 자신의 몸으로 완벽하게 소화했다. 스리랑카에서 온 말릿(Malith)씨는 현미의 ‘밤안개’의 코믹코드를 연구해서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를 이끌어냈다. 백미는 중국에서 온 홍일점 모린(Maureen)씨였다. 외국 무용수들이 김광석 음악과 7080 문화코드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것. 이질적인 문화적 배경과 서로 다른 춤 스타일의 장벽을 어떻게 극복하고 소기의 성과(공연)를 이뤄냈을까.
이 공연을 보는 데 일종의 ‘데자뷰’처럼 픽사(Pixar)가 생각났다. 애니메이션 영화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제작사로 ‘토이스토리’, ‘벅스라이프’, ‘니모를 찾아서', ‘월-E’ 등을 만든 픽사(Pixar)를 꼽는데 주저할 사람은 없다.
애니메이션 영화의 특성상 수 백명이 참여하는, 이른바 집단 창조성이 필요한 작업이다 픽사의 대표이사 에드 캣멀(Ed Catmul)은 2008년도 9월 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픽사는 어떻게 집단 창조성을 북돋을까(How Pixar Foster Collective Creativity)’라는 논문을 내놓았다. 캣멀은 이 논문에서 ‘일일 점검(Dailies)’이 집단창조성의 핵심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일점검(Dailies)은 일일(Daily)의 복수형으로 만든 조어다.
예술가를 포함해서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치고 개발 과정을 수시로 보여 주는 경우는 드물다. 항상 최종 결과물을 가지고 평가 받다 보니 문제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 막판에 뒤집히는 경우가 많다(surprise at the end).
그러나 픽사는 달랐다. 매일 매일의 진척사항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과 공유하고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당사자들에게는 무척 고통스럽고 성가신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생긴 집단 창조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다. 물론 막판에 뒤집히는 경우는 없다(no surprise at the end).
픽사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밀도 높은 소통 원리를 애플에 적용시켰다. 잡스는 매주 임원들과 모든 제품의 개발 진척상황을 공유했다. 보고되는 내용의 80% 이상이 같은 내용이지만 잡스는 소통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거의 매주 회의를 이끌어 왔다.
창조는 습관(habit)과 반복(routine)에서 나온다. 세계적인 안무가 트와일라 타프(Twyla Tharp)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Creativity Step by Step',2008년 4월호).
창조성은 어느 날 샤워하면서 갑자기 생겨나지 않는다. 이야기가 쌓여서 만들어진 삼국지처럼, 매일 매일 진척 사항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 픽사(Pixar)처럼, 연습실에서만 소통한 것이 아니라 연습실 밖에서 문맥(Context)으로 소통한 무용수들처럼 소통의 밀도가 높아야 새로운 창조가 생긴다. 습관과 반복은 소통의 밀도를 높이는 활동으로 해석된다.
기업들도 집단 창조성의 원리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포스코나 SK텔레콤을 포함한 많은 기업들이 신입사원 연수나 승진자 리더십 과정 등 다양한 기업 연수 프로그램에 공연예술을 포함시켰다.
이제 세계 무용 축제의 비밀이 풀렸다. 무용수들은 무려 6개월 동안 한국에 체류하면서 봉산탈춤 등 한국 전통춤과 한국의 현대 무용을 경험했다고 한다. 밀도 높은 소통의 효과는 놀라웠다. 가나(Ghana)에서 온 펠릭스는 한국 공연예술 문화를 귀국해서 전파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밀도 높은 소통이 예술의 한류로도 이어졌던 것이다.
원문 링크: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2/19/20111219023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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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던지는 농담중에 이런 말이 있다. 본인들이 다시 입사지원을 하면 탈락될 정도로 지원자의 스펙이 매우 높은데 이런 재원들이 한 달만 지나면 면접때의 모습은 사라지고 다른 사람이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수한 인재도 많고 자원도 풍족한 이른바 '스펙' 좋은 기업들이 환경변화에 적합한 혁신을 일으키지 못하는 뭘까. 하버드 경영대학의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교수와 오버도르프(Michael Overdorf)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논문 '파괴적 변화라는 도전에 직멸할 때(Meeting the Challege of Disruptive Change)'에서 대기업은 죽었다 깨어나도 파괴적 혁신을 못한다고 못을 박았다.
이 논문은 2011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선정한 10개의 필독 논문(10 must-read essential series) 중 첫번째로 선정된다.
◆ 존속적 혁신이냐 파괴적 혁신이냐
이 논문에서 나온 ‘established company’는 대기업, 안정된 수익원을 가진 기업 또는 성공을 맛 본 기업으로 해석하면 무리가 없다. 또 하나 중요한 용어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다. 흔히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과 대비되는 용어다.
존속적 혁신이란 기업을 유지해나가기 위한 혁신이라고 보면 된다.좀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현재의 고객을 유지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힌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애플이 아이맥(iMac)을 만들고 맥북에어(Macbook Air)를 개발한 것은 기존 애플 컴퓨터를 사용하는 고객과 잠재 고객을 만족시켜주는 존속적 혁신이다.
반면, 파괴적 혁신은 전혀 다른 고객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혁신을 의미한다. 혁신의 관점에서 보면, 애플이 아이팟(iPod)을 개발한 것이 아이폰을 개발한 것보다 더 파괴적인 혁신이다고 볼 수 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기존 고객이 아닌 전혀 다른 고객인 MP3 사용자를 상대로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 컴퓨터 회사인 애플은 음악 산업에 진입해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존속적 혁신보다 파괴적 혁신이 더 중요하다. 애플은 2001년 1월에 아이튠즈를 런칭한 뒤 그 해 10월 아이팟을 발표했는데 몇 달 뒤 또 다른 컴퓨터 회사인 HP는 동종업체인 컴팩을 인수한다. 애플이 파괴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때 HP는 기존 시장에서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한 존속적 혁신을 한 것이다. 이 때부터 HP의 명운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경쟁자가 파괴적 혁신을 통해 자신의 시장을 뺏어가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당했던 것이다.
◆ 대기업들의 딜레마
왜 대기업들은 파괴적 혁신을 못하는 것일까. 저자들이 주장하는 첫 번째 이유는 프로세스 딜레마다.
경영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프로세스가 자리 잡혀야 한다. 그런데 이 프로세스는 일을 하는 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에 다른 스타일의 일처리 방식을 거부한다.
디지털(digital)이라는 상호로 유명한 DEC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과학/공학용 미니컴퓨터(대형 컴퓨터인 메인프레임과 비슷한 역할을 하되, 그 크기와 성능을 간소화한 컴퓨터)로 호황을 누리다가 컴퓨터 산업이 PC사업으로 재편되는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1998년 컴팩에 인수된다.
미니컴퓨터의 개발프로세스는 PC의 개발프로세스와 확연히 다르다. 우선 독자설계구조로 핵심구성요소를 자체 개발하기 때문에 신상품 개발이 보통 2,3년이 소요된다. 하지만 PC는 대부분의 구성요소들이 아웃소싱이 되고 모듈화에 의한 생산을 하기 때문에 개발소요기간은 6개월에서 길어야 12개월이 소요된다. DEC입장에서는 PC사업이 몸에 맞지 않은 옷과 같이 여길 수밖에 없었다. 결국 PC산업이 커가는 것을 뻔히 쳐다보면서 몰락의 길을 가게 되었다.
두 번째 걸림돌인 기업가치는 대기업들이 산업변화에 대응 못하고 필연적으로 공룡이 되어가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서 언급하는 기업가치(Values)는 열정, 창의성, 투명성과 같은 규범(norm)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일을 처리하거나 투자의사결정 할 때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의미한다. 임원에서부터 현장에 있는 직원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 결정하는 판단기준이이라는 뜻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대기업들은 엄청난 자본을 들여서 시설을 확충하고 직원을 채용하며 연구개발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 동안 쌓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활용해서 높은 간접비와 고정비를 회수하기 위해 투자수익율이 높은 사업을 찾게 된다. 이제부터 기업가치는 고수익, 프리미엄 브랜드 유지가 되면서 이 가치가 모든 의사결정에서 우선시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한다고 해도 수익율을 따지게 되고 기존 우량 고객들이 좋아할 지 아닌지를 먼저 따지게 된다.
프리미엄 상품을 통해 고수익을 우선시하게 되다보면 아이디어 회의나 제안제도를 통해서 기가막힌 아이디어를 제출한다고 해도 의사결정의 우선순위에서 걸러지고 무시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아무리 창의적인 직원일지라도 어느 순간 입을 다물게 마련이다. 이 때부터 스펙좋은 신입사원들은 기존 사원들과 동화되기 시작한다.
이런 기업문화는 외부의 압력을 받으면서 더욱 굳어지게 된다. 주주들과 주식시장이 장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단기적인 수익구조 개선을 대기업에게 요구하면 할 수록 대기업은 위축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러다보니 ‘돈이 되는 사업이야?’라는 질문이 모든 파괴적 혁신을 가로 막게 된다.
반면 벤처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이런 부담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게 되어서 파괴적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저자들은 대기업이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별도 조직으로 별동부대를 만들거나, 조직의 기업문화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분사하는 방안, 그리고 아예 외부에서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오는 인수합병 등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은 자원, 프로세스, 기업가치가 한데 버무려지는 생명체다. 우수한 인재들이 기업의 프로세스와 기업가치 때문에 자신의 아이디어가 사장된다며 성급히 포기하고 조직을 원망하며 기운이 빠져있는 모습이 안쓰럽다.
저자의 후기:
이 글을 작성할 때만 해도 disruptive innovation을 파괴적 혁신으로 번역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파괴적 혁신이라는 말을 수정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많은 학자들도 파괴적 혁신이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disruptive innovation은 destructive innovation이 아닙니다. 와해적 혁신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용어의 정의도 그렇고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교수가 강조하고 싶은 취지에도 맞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파괴적이라는 말로 둔갑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상대방(경쟁자)를 눈 앞에서 파괴하는 전략이 아입니다. disruptive라는 표현은 마치 경쟁자가 쳐 들어오지 못하게 견고하게 쌓아 놓은 성벽이 눈길도 주지 않았던 쥐새끼가 서서히 파 놓은 구멍 때문에 결국 와르르 무너지는 형상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원문 링크: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3/12/20120312020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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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제조기업이라기보다 나이키, P&G 같은 마케팅 회사다. 애플의 숨겨진 마케팅 전략에는 가격도 있다. 애플은 목표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가격을 먼저 정하고 그 다음에 원가를 맞추기 위해 생산 혁신을 일으켰다. 선(先)가격 후(後)개발 전략이다.
‘마케팅의 시조’로 불리는 테오도르 레빗(Theodore Levitt) 하버드 경영대 경영학과 명예교수의 논문에서 애플 마케팅 전략이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레빗 교수는 1960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의 ‘근시안적 마케팅(Marketing Myopia)’이라는 논문에서 대량 생산시스템의 효시가 된 포드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포드자동차를 창업한 헨리 포드는 현대 경영의 시초로 불리는 대량생산 시스템을 최초로 개발해 큰 부를 축적했다. 보통 사람들은 포드가 대량생산에 맞는 조립생산 라인을 개발하고 생산원가를 낮췄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충격적일 정도로 낮은 가격인 500달러에 자동차를 내놓을 수 있었고 소비자들이 앞다퉈 차를 구매했다고 추정한다. 당시 500달러 가치는 오늘날 7800달러 정도 된다.
레빗 교수의 논문은 강조점이 다르다. 포드는 수백만 대 차를 팔기 위한 전략을 먼저 생각했다. 포드는 대량으로 팔려면 가격을 500달러로 낮춰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가격을 맞추기 위해 대량 조립 생산 공정을 고안했다. 이것이 레빗 논문의 핵심이다.이 논문은 2010년 HBR에서 선정한 ‘꼭 읽어야 할 핵심 논문 10선(10-Must-Reads Essentials)’에 포함됐다.
헨리 포드 본인도 가격 우선 전략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포드가 대량생산을 했기 때문에 생산 단위 원가가 낮아졌고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팔 수 있었다고 오해하고 있다.
가격을 먼저 생각하라는 뜻은 소비자와 시장을 먼저 생각하라는 의미다. 소비자를 심도깊게 연구해서 제품이 팔릴 수 있는 가격을 정한 뒤 제품 개발과 생산을 후속작업으로 남기는 것이 기업들의 지상과제가 돼야 한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노트북인 맥북에어(McBookAir)와 터치패드 기반의 테블릿 PC인 아이패드(iPad)를 선보일 때 가장 강조한 것은 가격이었다. 각각 999달러와 499달러로 시작하는 가격 전략을 공개했을 때 동종 전자업계는 살인적인 가격이라고 인상을 찡그렸다. 애플은 자신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그 정도 파격적 가격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인도의 타타(Tata)그룹은 한 술 더 떠서 목표 가격을 먼저 공개하고 그 후에 기술개발을 진행했다. 라탄 타타 회장은 2003년에 국민차 생산계획을 발표하면서 가격을 10만루피(2500달러)로 정했고, 5년 동안 뼈를 깎는 연구개발 끝에 2008년에 국민차 나노(Nano)를 선보였다. 사실 나노 개발은 그룹 회장의 말 실수에서 시작되었다. 제네바 모터쇼에서 영국 파이낸셜 타임지 기자가 미래차에 대해 끈질기게 질문하자 라탄 타타 회장은 “10만 루피 정도의 국민차가 타타 그룹의 미래차가 될 것”라고 말했고 기자는 이 발언을 대서특필했다. 약속은 약속이다 (Promise is promise)’라는 타타 그룹의 경영철학에 따라 라탄 회장의 발언은 나노 로드맵으로 이어진다.
나노 로드맵 발표 이후 소비자(인도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선가격 후생산의 철학은 타타 그룹의 핵심 경영지침으로 자리잡게 됐다. 2009년 타타 그룹은 단돈 2만5000원으로 5인 가족이 200일 동안 마실 수 있는 정수기 ‘타타 스와치(Tata Swach)’를 내놓기도 했다.
1950년대 포드가 대량시스템으로 큰 성공을 거두자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너나할 것 없이 막대한 시설투자로 대량생산에 열을 올렸다. 이후 미국 자동차업계는 큰 고전을 겪게 된다. 시장과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고 대량생산이라는 수단만 교조적으로 따랐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 지 마케팅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위해 수단을 혁신할 때 시장은 열린다. 포드, 애플, 타타로부터 배우는 교훈이다.
원문 링크: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7/13/20110713024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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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사회책임경영)은 잊어라. 이젠 CSV(공유가치경영)의 시대다."
경영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Porter) 하버드대 교수는 올해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의미하는 '사회책임경영(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란 용어를 쓰지 않는다. 대신 '공유가치경영(CSV·Creating Shared Value)'의 전도사를 자처하며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업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공유가치경영이란=공유(共有) 가치란 전통적인 기업 활동의 목적이었던 경제적 가치(기업의 이익)를 사회적 가치(공공의 이익)와 결부시킨 것이다. 즉 기업이 주주(stockholder)에게 돌아갈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만 매달리지 말고 종업원과 협력업체, 지역사회, 국가 등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의 이익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상생(相生)경영이나 동반성장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공유가치경영은 기업이 속한 공동체의 구성원(citizen)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사회책임경영과 비슷하다. 하지만 포터 교수가 굳이 공유가치경영이란 새로운 용어를 쓰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사회책임경영은 기업의 사회공헌을 이익 창출과는 무관한 시혜(施惠)적 활동으로 간주한다. 일종의 비용으로 보는 것이다. 이 때문에 회사 사정이 좋을 때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다가도 경영이 어려워지면 예산 부족을 핑계로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공유가치경영은 사회 공헌을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투자로 인식한다. 자원의 고갈, 공해, 근로조건 등 사회적 이슈들을 장기적으로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원가 상승 요인으로 파악하고, 회사 전체 차원에서 이를 줄이는 데 적극 나서자는 것이다. 예컨대 협력업체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보다 품질 높은 부품이나 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어 결과적으로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비용 감소보다 생산성 향상에 초점=공유가치경영의 모범사례로 평가되는 곳은 스위스의 식음료업체인 네슬레다. 네슬레는 지난 50년간 원유(原乳)를 공급하는 인도 모가 지역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네슬레가 처음 진출할 당시 이 지역은 관개(灌漑) 시설이 제대로 안 돼 있고, 송아지 사망률이 60%나 될 정도로 위생이 취약했다. 네슬레는 이곳에 전문가를 파견해 젖소 관리에 필요한 기술을 전수해 주고, 축산 농가에 대한 자금 지원과 교육에 힘썼다. 그 결과 처음 180곳에 불과하던 원유 공급 농가가 7만5000곳으로 늘었고, 젖소 농가의 우유 생산성도 50배로 증가했다. 인도 전역에서 네슬레 제품 판매가 늘어난 것은 덤이었다. 비용 쥐어짜기를 통한 이윤 극대화보다는 비용을 더 투자하더라도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이 주효한 것이다.
캡슐커피를 만드는 네슬레의 네스프레소 사업부도 값싼 커피 원두(原豆)를 찾아 전 세계를 떠돌기보다는 커피 재배 농가의 기술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네스프레소는 아프리카와 남미에 기반시설을 갖춘 클러스터를 조성한 후 이곳에 커피 소농가들을 입주시켰다. 입주한 소농가들에 대해서는 고품질의 커피를 재배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하고 필요한 자금도 지원했다. 이런 발상의 전환으로 네스프레소는 2000년부터 매년 30%의 경이적인 성장률을 올렸다.
◆새로운 사업기회도 발굴=포터 교수는 "공유가치경영은 자선사업이 아니라 경제적 성공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새로운 방법"이라며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 대응을 강조한다. 기업이 트렌드 변화를 예상해 미리 대응하면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제공업체인 톰슨 로이터는 인도의 저소득 농가에 3개월당 5달러의 저렴한 요금으로 날씨, 농산물 가격 등 농업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해 성공을 거뒀다. 현재 200만 농가가 이 서비스에 가입했고, 농가당 수익이 평균 60% 이상 늘어났다. 유럽 통신사인 보다폰은 통신 불모지인 아프리카 케냐의 이동통신사업에 뛰어들어 저가 휴대전화를 공급하는 전략으로 3년 만에 1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보다폰이 케냐에서 올리는 매출은 케냐 GDP(국내총생산)의 11%에 달한다.
포터 교수는 공유가치경영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로 에너지 사용(energy use), 환경영향(environmental impact), 협력업체와의 관계(supplier access and viability), 종업원들의 기술(employee skills), 근로자 안전(worker safety), 종업원 건강(employee health), 물 사용(water use) 등 8가지를 제시했다. 방치할 경우 기업에는 위협 요인이 되지만, 현명하게 극복하면 경쟁업체와 차별화할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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