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통계학과 학생들에게
상경대학에 입학한 응용통계학과 학생들에게 제 전공 분야인 의학통계학이란 생소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통계학이란 “방법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회귀분석을 경영 자료에 사용하면 경영통계학이고, 교육 자료에 사용하면 교육 통계학이고, 의학 자료에 사용하면 의학통계학입니다. 이처럼 통계학은 한 가지 분석 방법을 온갖 분야의 자료에 적용할 수 있는 변신의 귀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연구하는 의학통계학 분야가, 대부분의 학생들이 관심 있어 하는 경영 및 경제 분야와 전혀 무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대학원에서 강의하는 “일반화선형모형”은 의학통계학에서도 중요하지만, 경영 및 경제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큰 분야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통계학이란 “방법론”, 즉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통계학이 “방법론”이고, 그래서 변신의 귀재라는 사실은 제 이력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하였고, 계산통계학과는 자연과학대학에 속해 있었습니다.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도, 통계학과는 자연과학대학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전 거의 10년을 자연과학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셈이지요. 하지만 졸업 후 잡은 첫 직장인 미시간주립대학에서는 교육학과에서 일했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저보다도 더 능숙하게 SAS 프로그래밍을 하였습니다. 그 후에는 미국 연방정부인 FDA (식품의약품안전국)에서 일하며, 식품과 의약품에 관련된 통계학을 연구하였습니다. 그 다음에는 텍사스 주립대학 의과대학 교수로 근무하여 의학통계학을 연구했습니다. 그 후에는 귀국하여 이화여자대학교 통계학과로 교수로 재직하였는데, 이화여자대학교 통계학과는 자연과학대학에 속해 있습니다. 그리고는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 교수가 되면서 상경대학 교수가 된 것입니다. 이처럼 의과대학, 자연과학대학, 상경대학 교수를 역임하니 마치 제가 박사 학위를 세 개나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저는 통계학 박사 학위 하나만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온갖 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제가 연구한 통계학은 계속 달라졌을까요? 아닙니다. 모집단에 속하는 미지의 모수를 표본을 이용하여 추정과 검정을 하는 통계학의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응용분야에 따라 약간의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통계학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비유로 말하면, 저는 “통계학”이라는 “칼”을 사용하는 법을 서울대학교와 위스콘신대학에서 배웠습니다. 졸업 후 일식집에서 일할 때는 그 칼로 회를 썰었고, 고기 집에서 일할 때는 그 칼로 고기를 썰었으며, 빵집에서 일할 때는 그 칼로 빵을 썰었습니다. 써는 재료에 따라 약간씩 칼을 사용하는 방법이 달라지는 했지만, 칼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통계학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은, 여러분이 학교를 다니며 배운 통계학을 여러분의 삶에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계획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러분은 통계학과를 다니면서 다양한 “도구” (회귀분석, 실험계획법, 시계열분석)들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그 도구들은 경영학, 경제학, 의학, 교육학, 심리학, 공학, 농학, 보건학, 간호학, 사회학 등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 사용되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들은 그러한 도구들이 사용되어질 수 있는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졸업 후 진로에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응용통계학과가 상경대학에 속해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처럼, 그리고 이미 많은 응용통계학과 졸업생들이 이미 그렇게 했던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는 통계학이라는 도구가 경영 및 경제 분야에 사용될 때 매우 유망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의학통계학도 매우 유망한 분야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 블로그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명심하길 바랍니다. 통계학은 “방법론” 즉 “도구”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