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주파수는 뭘까?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800/900㎒와 2.1㎓ 주파수 할당대상사업자를 확정했습니다. 800/900㎒ 주파수 대역은 KT와 LG텔레콤이, 2.1㎓ 주파수 대역은 SK텔레콤이 할당대상사업자로 각각 확정됐습니다. 주파수 할당 대가는 KT와 통합LG텔레콤이 각각 2천 500억원, SK텔레콤은 1천 64억원입니다.
800/900Mhz 주파수 대역에 대한 선택권은 우선적으로 KT에 있습니다. KT는 800이나 900Mhz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됩니다. KT가 선택하고 남은 것은 자연스럽게 통합LG텔레콤으로 넘어갑니다.
이동전화서비스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주파수를 할당받아 제공하는 것이죠. 주파수를 할당 받으면 전파법에 따라 할당받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무선국(기지국)을 개설하고 이를 이용해 음성과 데이터, 영상 등의 전자기 신호를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전기통신 역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계속해서 이통 분야 주파수 문제가 논란이 됐던 이유는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하면서 800Mhz 대역의 주파수를 독점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SKT가 신세기를 인수할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나 정보통신부에서 특정 대역 주파수 독점에 따른 시장 영향을 간과했던 것이죠. 정부가 묵인한 것인지 아니면 전혀 몰랐는지는 여전히 미궁입니다. PCS 사업자들은 1750~1780Mhz, 1840~1870Mhz 대역을 썼습니다.
저주파수 대역은 기지국을 덜 세워도 신호가 멀리가고 도심의 빌딩 사이도 잘 피해다녀 통화도 잘 됩니다. 또 해외 이통 사업자들도 유사한 대역을 써서 해외 출장을 가는 경우에도 휴대폰을 바꿀 필요없이 가져갈 수 있었죠. 당연히 투자 비용이 적습니다. 적게 투자하고 사용자 만족도는 높으면 누가 탐을 내지 않겠습니까?
이 때문에 이 대역을 황금알을 낳는 주파수라고 했던 것이죠. SKT가 통신 시장 석권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미 출발선부터가 달랐던 것이죠.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품에 안았던 SKT가 여전히 기존 주파수를 사용하겠지만 타 통신사들도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최근 이동통신사들은 정체돼 있는 음성 수익을 데이터나 영상과 같은 것으로 보충하려고 합니다. 또 단순히 사람에게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기계와 기계(M2M)간 통신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수질관리 시스템을 비롯한 수많은 계측와 모니터링 분야를 비롯해서 차세대 자동차 분야에도 데이터 통신망을 제공하려는 것이죠.
스마트폰을 비롯해서 수많은 디지털 모바일 디바이스에 데이터 통신망을 제공하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립니다. 인터파크에서 제공하는 전자책인 ‘비스캣’의 경우 3G 데이터 서비스망을 통해 전자책을 원하는 시점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때 데이터망은 LG텔레콤이 제공합니다. 이 방식은 아마존의 ‘킨들’과 동일합니다. 아마존은 킨들을 판매하면서 스프린트의 망을 빌려 데이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별도의 MVNO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이통사로서도 자신의 망을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으면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라 나쁠 것이 없습니다.
최근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데이터망의 확충이 이통사에겐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는데요. 모두가 새로운 주파수를 확보하게 되면 조금 여유가 생기는 것이죠. 무선랜 투자와는 별개로 이런 주파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2.1㎓ 대역은 통보 후 1개월 이내에 사업자가 할당대가를 납부하면 즉시 주파수를 할당하고, 800/900㎒ 대역은 통보 직후 KT로부터 선호대역을 서면으로 제출받아 4월말까지 사업자별 대역을 결정한 후, 2011년 6월까지 사업자가 할당대가를 납부하면 2011년 7월 1일자로 주파수를 할당하게 됩니다.
정부로서도 주파수 할당으로 한번에 할당 대가를 받을 수 있고, 매년 수익의 몇%를 주파수 사용 대가로 받고 있으니 짭짤한 장사가 됩니다.
KT와 통합LG텔레콤이 자신들이 원했던 주파수를 사용하면 SK텔레콤의 철옹성을 넘을 수 있을까요? 두 회사는 그동안 주파수 문제 때문에 동등한 경쟁 자체가 안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아직까지 이번에 할당 받은 주파수를 사용하려면 1년이 넘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