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입사 19년만에 '넘버 3' 됐어요"
"NASA 입사 19년만에 '넘버 3' 됐어요"
기사입력 2008-08-13 03:20 |최종수정2008-08-13 06:38
동양인 첫 국장보에 발탁 된 신재원 박사
백악관 지시로 항공안전 신기술 개발
5년만에 비행사고율 80%나 줄이기도
"과학과 공학은 비행기 사고를 막는 것처럼 수많은 인명을 구하는 보람 있는 일입니다. 학생들에게 성공이란 게 꼭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아니며, 열심히 하면 동양인이라도 영향력이 큰 자리에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부문 총책임자인 신재원(49·사진) 박사는 11일 방한해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누가 봐도 한국인 얼굴이니 내가 잘하면 '한국인이 잘했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교민 2~3세와 한국의 학생들에게 롤 모델(role model·본보기)이 되는 게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올 2월 NASA에서 동양인으로는 처음 차관급인 국장보(Associate Administrator)에 발탁된 그는 NASA의 4개 연구부문 중 하나인 항공연구부문을 총책임지고 있다. NASA의 국장과 부국장에 이은 명실상부한 NASA 내 1만8000여명 가운데 '넘버 3'다.
미국인도 통상 입사 25~30년 만에 오를 수 있는 자리를 유학생 출신의 한국 과학자가 입사 19년 만에 차지한 것이다.
그는 "내가 대우받으려면 먼저 다른 사람들을 대우해줘야 한다"며 "섬기는 자세로 연구원들을 대하다 보니 자연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초고속 승진의 비결을 말했다.
올해 초 NASA 국장은 내심 신 박사를 국장보로 생각하고 참모들에게 그의 평판을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참모들은 토의에서 만장일치로 '신 박사가 차기 국장보감'이라고 꼽았다고.
신 박사는 1982년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석사를, 버지니아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NASA에 들어갔다. 그가 처음 한 일은 잠수함 연구. "그때까지 구소련 잠수함은 선체 위에 솟은 탑체가 비스듬했는데 미국은 수직이었어요. 물의 저항력을 감소시키려면 비스듬해야 한다는 점을 밝혀 이후 미국 잠수함의 모양이 바뀌었지요."
또 90년대 말 보잉747항공기 추락 사고 이후 백악관의 지시로 만들어진 NASA의 항공안전프로그램에 참여해 각종 비행안전 신기술을 개발, 5년 만에 대형 비행사고율을 80%나 줄였다. 그는 "민항기 조종사가 날씨정보를 실시간에 볼 수 있고 바깥 날씨에 상관없이 주변 지형을 확인할 수 있게 한 기술 등을 그때 개발했다"라고 말했다.
"항공우주산업은 단기간에 큰 성과를 내기 힘듭니다. 하지만 인터넷처럼 우리가 앞서있는 기술 분야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지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항공우주기술을 개발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신 박사는 "돈을 내서가 아니라 우리 기술이 꼭 필요해서 국제우주개발프로젝트에서 한국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관련 분야 유학생들을 계획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미국항공우주국(NASA) 세 번째 고위직에 발탁, NASA에서 가장 중요한 항공연구부문을 이끌게 된 한인 과학자 신재원(49) 박사를 인터뷰했다. /유다혜 기자
youda602@chosun.com
[글=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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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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