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G 표준 `와이브로 대세론` 굳혀라
4G 표준 `와이브로 대세론` 굳혀라
기사입력 2008-12-26 08:00 |최종수정2008-12-26 10:51
010 식별번호 부여ㆍ음성서비스 등 지원 카드
투자 확대ㆍ일자리 창출ㆍ경쟁 활성화 등 목표
KTㆍSKT 등 사업자들 실효 거둘지 '반신반의'
■ 새 전환기 맞는 ‘와이브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와이브로에 010 식별번호를 부여하고, 음성 서비스에 따른 추가 주파수 할당대가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은 와이브로 살리기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패를 던진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와이브로는 상용화한지 2년이 지났음에도 가입자 20만명에 머물며 유명무실한 신세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가 우리 통신역사상 처음으로 3세대(G) 국제표준에 등극한 `메이드 인 코리아' 통신기술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정책적 의지를 다시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방통위의 이번 조치가 실효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다. 와이브로 사업 당사자인 KT는 내년 말 와이브로 음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속내는 `울며 겨자먹기식'이다. SK텔레콤은 묵묵부답이고 제3의 사업자가 등장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와이브로 대세론이 이미 힘이 꺾였으며, 방통위가 꺼내든 처방전이 자칫 `사후 약방문'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방통위의 정책이 당장에 와이브로를 살리겠다는 것보다는 와이브로와 LTE(롱텀에벌루션)와의 4G 경쟁 등을 염두에 둔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통시장 경쟁체제 돌입하나〓
방통위의 이번 조치에는 와이브로가 IPTV와 함께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이란 이명박 정부의 산업정책을 뒷받침 할 방송통신분야의 마지막 보루란 점이 반영됐다.
방통위의 판단대로라면 내년 말 KT가 와이브로 음성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시작으로 SK텔레콤이 따라오고, 새로운 와이브로 사업자까지 시장에 등장해 우리 이통시장은 와이브로가 촉발한 새로운 경쟁을 맞게된다. 한국에서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이동전화 서비스가 기존 이통 3사의 서비스에, KTㆍSK텔레콤ㆍ신규 사업자의 와이브로까지 모두 6개로 늘어나는 셈이다.
방통위 조영훈 과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와이브로를 통해 시내전화와 이동전화 등 타 통신망 가입자와의 음성통화가 가능하게 돼 서비스 활성화가 기대되고, 이는 와이브로의 해외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등 번호기반의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면 30% 이상의 요금인하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방통위는 `010 와이브로'를 통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은 물론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란 3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희망을 지니고 있다.
◇너무 늦은 카드, 관련업계는 `무덤덤'〓
그러나 당사자인 사업자들의 반응은 오히려 걱정이 앞서는 분위기다.
KT는 삼성전자와 음성을 지원하는 와이브로용 스마트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상호접속 틀이 마련되고 과금시스템이 구축되면 내년 말쯤에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내년 말이면 KT-KTF간 합병이 완료되거나 코앞에 다가온 상황으로, KTF의 이동전화와의 시장 충돌 가능성으로 와이브로는 골칫덩어리가 될 공산이 크다. KT의 한 관계자는 "(와이브로 음성서비스를)하기는 싫은데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KT-KTF가 합병되면 와이브로는 음성이 아닌 다른 부가서비스로 승부수를 던져야하는 데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런 고민은 KT가 와이브로 음성 서비스를 위해 망 구축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대신, 기존 이동전화와 와이브로망을 듀얼(이중)로 운영하겠다는 방침과도 무관치 않다. 이는 바꿔말하면 와이브로를 통한 투자확대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SK텔레콤도 삼성전자와 음성을 지원하는 와이브로용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 서비스를 제공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제공한다 하더라도 KT보다 앞서거나, 적극적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SK텔레콤은 오히려 "와이브로는 무선데이터 전용으로 사업권이 발부된 만큼, 추가 주파수 할당대가를 받지 않거나 010번호를 부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블TV업계가 와이브로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 진출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 음성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망을 구축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돈이 필요하고, 기존 사업자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가 배제된 상황에서는 산업 전체적으로 별 실익이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꺼내든 음성과 010번호부여 등은 불과 1~2년전만 하더라도 상당히 파괴력 있는 정책이었을 것"이라며 "LTE가 부상하고 사업자들마저 반신반의하는 상황에서 시쳇말로 약발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파수와 추가 할당대가 논란〓
방통위가 남은 와이브로 주파수를 신규사업자에 할당하고, 음성 지원에 따른 추가 주파수 할당대가를 받지는 않겠다고 한 것은 분명 신규 사업자에게는 잇점이다.
그러나 주파수 추가 할당에 대해서는 논란이 예상된다. 방통위는 "와이브로 예상 매출액은 당초 7년간 12조원(3개 사업자)으로 추정했다"며 "그러나 음성을 부여할 경우에도 2012년까지 전체 매출액이 3300억원(현재 매출액 포함)으로 예상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할당대가는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주파수 할당 대가는 미래 예상 매출액을 근거로 산출하지만, 음성을 부여해도 이전에 예상한 매출액을 넘길 수 없기 때문에 추가로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이에 대해 "3G주파수 할당대가는 1조3000억원이고, 와이브로는 1300억원인데, 이 둘은 똑같이 음성과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라며 "형평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특히 1300억원만으로 KT와 다른 제3의 사업자가 이동전화 사업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김응열기자 u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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