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국 스스로 달 탐사에 나선다
우주인 탄생, KSLV-1 개발 그리고 달 탐사 계획
올 한 해를 마감하며 과학기술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뉴스는 무엇일까? 그것은 역시 국내 최초의 우주인 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4월 8일 러시아의 소유즈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올라가 무중력 상황에서 각종 과학실험을 진행하고 다시 성공적으로 귀환한 이소연 박사의 소식은 전 국민을 열광케 했다.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면서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한 이 박사의 뉴스는 과학기술계뿐 아니라 국내 언론의 모든 지면을 장식하는 최고의 톱뉴스가 됐다. 이 박사의 우주생활 일거수일투족은 국내는 물론 외신들도 큰 관심을 갖고 연일 보도했으며, 과거 미국과 구소련의 우주인들을 TV와 신문으로 지켜보며 부러워했던 국민들은 이 뉴스들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꼈다.
내년엔 더욱 굵직한 우주개발 뉴스가 실릴 전망이다. 1990년대부터 꾸준히 우주개발을 진행해온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7번째로 고해상도 관측위성을 갖고 있으며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는 우리 스스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전초기지 나로우주센터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내년 상반기엔 우리 기술로 개발한 위성을 역시 독자 개발한 발사체(KSLV-1)로 쏘아 올릴 계획을 갖고 있다.
2020년경에 우리나라는 더욱 깜짝 놀랄 만한 뉴스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우주선이 드디어 달에 착륙하는 기사가 실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장기적 우주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달 탐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과기부가 달 탐사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에는 이와 관련한 심포지엄 등 달 탐사와 관련한 우주계획이 전개되고 있다.
불붙는 우주경쟁과 달 탐사 계획
지난 8월 19일 오후 3시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 거문고 A홀에는 국내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모였다. 교과부와 항우연이 주최하는 ‘제5차 우주개발 진흥전략 심포지엄’이 열려 향후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달 탐사 능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먼저, 지난해 과기부의 공식적 달 탐사 계획 발표를 재확인하는 박종구 교과부 2차관의 인사말이 있었다.
박 차관은 “200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우주 탐사에 대한 관심과 경쟁이 재점화돼 지난해 9월과 10월 일본과 중국이 각각 달 탐사 위성인 ‘가구야’와 ‘창어 1호’를 발사했다”며 “우리나라도 2020년 내 우리의 발사체를 이용, 달 탐사 위성을 발사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과학재단 장영근 우주단장이 지난해 11월 발표된 우주개발사업 실천 로드맵을 통해 달 탐사 계획의 타당성 및 전략을 발표했다.
우주탐사 프로그램을 중장기적으로 추진 중인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달 탐사위성(궤도선) 1호를 개발하고 이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달 탐사위성(착륙선 2호) 2호를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장 단장의 발표 내용이다.
또 로드맵에는 지구관측용 위성체와 발사체 기술 자립 이후, 중장기적으로 우주탐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행성 탐사를 위한 우주과학 연구의 기초기반을 구축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러나 달 탐사는 의지만으론 곤란하다. 엄청난 기술적 난제와 경제적 타당성 문제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달 탐사 계획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졌다.
장 단장은 정치사회적 달 탐사의 목적으로 달 탐사를 통한 대국민 비전 제시, 국민 자긍심 고양, 우주 기반의 국가안보 역량 강화,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 증진 등을 들었다. 경제적 타당성의 경우,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및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 견인, 우주로의 활동영역 확장 및 우주 에너지자원 확보 등을 꼽았다.
또 “우리나라에서 달 탐사를 하려면 국민 누구나 인정하는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며 “오늘 주제발표를 위해 외국 자료를 검토한 결과, 중국에서도 달 탐사 이전에 타당성이 없다고 나왔지만 98년 재검토 후에 다시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온 배경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ILN(International Lunar Network)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제안한 국제 달 탐사 협력 프로그램으로 공통 탑재체를 실은 각국의 6∼8기의 착륙선을 달 표면에 고루 배치해 달 탐사를 수행하는 프로젝트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 서명한 9개국 중에 우리나라도 들어 있다.
장 단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달 탐사 경험이 미천하기 때문에 한국형 달 탐사에는 국제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ILN 사업에 적극 참여해 한국형 달 탐사기술 및 경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 탐사 계획을 총괄하고 있는 이상률 항우연 사업단장은 ‘달 탐사를 위한 소요 기술 분석’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가 자력으로 달 궤도선을 보내는 2018년 시기는 이미 일본, 중국, 인도 등에서 똑같은 임무를 수행한 지 10년 후의 일이다”며 “미국 역시 2020년경 달에 유인우주기지 건설을 발표했기 때문에 우리가 사업 착수 후에도 지속적인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또 “우리나라 단독으로 수행키 어려운 유인우주사업이나 달기지 건설 참여시에 우리의 고유한 목표를 갖는 것이 협상에서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궤도선, 착륙선, 귀환선 개발 등 3단계 목표
2008년 하반기에는 달 탐사를 향한 우리나라의 우주사업들이 더욱 가시화됐다. 지난 10월 20일 항우연은 한국형 발사체 KLSV-1을 공개했다. 길이 33m, 직경 3m, 무게 130톤의 웅장한 모습의 KLSV-1은 우주를 향한 우리나라의 의지를 담고 있다.
또 11월 27일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권세진 교수는 소형 달 착륙선을 개발,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무게가 25kg이고 엔진은 최대 350N 정도의 힘을 낼 수 있는 이 소형 달 착륙선의 시험발사 성공은 달을 향한 우리나라의 도전사에 첫 획을 긋는 일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또 지난 달 3일 항우연은 교과부에 ‘달 탐사 계획 수립을 위한 기획연구’란 제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궤도선 1호(2017년-2020년) 및 착륙선 2호(2021년-2025년)의 개발을 중장기적으로 진행하고 발사체 기술자립 전까지는 국제협력을 통한 우주탐사에 참여할 것과 미국 NASA가 주도하는 ILN 사업에 서명함에 따라 자력 달 탐사 수행을 위한 ILN의 활용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달 탐사의 수립배경으로 우리나라의 심우주 활동영역 확대, 최첨단 과학기술능력 제고, 미래 자원 확보 및 신산업 창출, 다음 세대를 위한 국가 생존전략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단장은 “중국은 세계 우주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GDP를 보유하고 인도는 수억 명의 굶주리는 자국민이 있음에도 불구, 달 탐사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우리나라의 달 탐사 가능성에 대해 달 탐사 궤도선의 독자 개발은 향후 7~8년 내에 가능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9기의 국내 위성개발 경험에 따른 위성체 개발 기술, 시험/조립 시설 등 인프라를 구비하고 임무 설계 경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2018년 달 궤도선 자력 발사 진행
한국형 발사체(KSLV-II)를 이용, 달 탐사선을 발사시 달 전이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한 고체 킥모터의 핵심기술은 이미 확보된 상태다. 단 1.5톤급 위성 대신 550kg급 달 탐사선과 고체 킥모터를 발사한다. 보고서에 나타난 달 탐사의 단계별 목표는 다음과 같다.
1단계 목표는 2018년에 달 궤도선의 자력 발사가 진행된다. 약 550kg급의 달 궤도선을 개발해 한국형 발사체로 발사하는 것이다. ILN 참여가 확정되면, 2016년 ILN 달착륙선을 해외 발사체로 발사할 가능성도 높다.
2단계 목표는 2020년에 달착륙선을 자력 발사하는 것. 즉, 약 550kg급의 소형 달 착륙선을 독자 개발, 2020년 경 한국형 발사체로 발사한다. 만약에 ILN의 참여를 통해 달 착륙선 개발을 위한 핵심기술을 대부분 획득하면 이 단계를 생략하고 3단계로 곧바로 추진될 수 있다.
이 단장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달 탐사 계획은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 예산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ILN 프로그램과 관련해 미국과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 과학기술이 총망라되는 달 탐사 기술은 경제적으로 또 기술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는 사업이다. 세계 최초로 달을 밟은 미국 역시 수많은 실패 속에 성공했고 그 당시 미 국민들의 성원은 대단했다. 2020년경의 달 탐사 뉴스가 올해 우주인 탄생과 같이 멋지게 신문지면을 장식할지는 우리 국민 모두의 몫일 것이다.
조행만 기자 |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08.12.30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