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Table of contents

Welcome, 2024!

2023.12.30

올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한 해를 돌이켜 봅니다.

2023년에도 연구실에서는 많은 연구와 과제가 있었습니다. 충남대, 유역통합관리연구원과 진행했던 유역환경생태 연구와 서울대, 국민대, 서울시립대 등과 함께했던 외래종 관리 연구가 3년차 연구로 마무리되었고, 서울시립대, 서울대 등과 함께하는 탄소흡수원 통합관리 연구는 첫 해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철도공단 연구사업에 서울대, 서울시립대, 고려대, 강원대, 청주대, 영남대, 한국전통문화대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연구 결과는 정리되어 국내외 학술대회에서 발표되었고,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되었습니다. 이 모든 성과를 함께 기뻐합시다. 내년에는 서울대, 서울시립대와 도시공간 기후탄력성 확보를 위한 모니터링 과제를 시작하게 됩니다. 쉽지 않겠지만 현장의 데이터를 실용적인 연구 결과로 연결해 봅시다. 


올해 연구실에서는 좋은 일이 많았습니다. 특히 연구실 졸업생들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도 모두 행복하세요. 낯선 경험 속에 즐거운 일상의 행복을 찾기 바랍니다. 연구실에서 외부 기관과 연계하여 다양한 연구와 사업을 경험하는 학생들도 지금 이 시간을 값지게 여기고 의미있는 성장을 이뤄내길 바라겠습니다. 


교수로서 여러분의 학문적 성취와 사회적 성공을 기대합니다. 뛰어난 연구와 성과, 높은 수준의 논문이나 결과물, 안정적인 지위에 여러분이 도달하길 원합니다. 

그러나 선생으로서는 그대의 행복한 삶을 먼저 기원합니다. 한 생명으로 태어나 성인으로 잘 성장하고 세상을 스스로 느끼며 사는 삶을 경험하길 희망합니다. 스스로를 아끼고 다름을 존중하며, 최선을 다한 열정의 가치를 알고 그 성취를 즐기길 바랍니다. 그러면서도 일상의 소소함에 만족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인간으로 누릴 수 있는 모든 행복을 만끽합시다. 

나태와 편견에 그대를 가두지 않고 세상과 연결되고 사유합시다. 그리고 겸손하게 하루를 보냅시다. 오늘이든 내일이든 2024년 첫 날이든.

성장

2023.11.14

성장은 이룰 성, 길 장이 결합된 단어로, 어떤 것이 완성되거나 발전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보통 사물의 변화, 특히 물리적 크기나 양적 증가에 대해서도 성장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성장은 살아있는 존재에 대한 여러 특성을 설명할 때 주로 사용된다. 

유전자 관점에서 생명의 탄생은 부모로부터 유전 정보를 상속 받아 새로운 생명체가 형성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후 개체는 고유 유전 정보를 활용하여 유전자가 발현되고 생물학적 프로세스를 통해 여러 형질이 결정된다. 유전자 변이와 재조합 과정은 부모와는 다른 유전적 다양성을 갖게 만들기 때문에 세대를 거듭할수록 생물종의 변화 방향은 넓어지고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식물은 일반적으로 고정된 위치에서 자라며 능동적으로 이동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식물은 뿌리가 땅에 고정되어 있고 뿌리를 통해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며 줄기와 잎을 통해 광합성을 수행한다. 어떠한 환경 조건에서 발아하였는지가 식물의 성장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동물은 일반적으로 이동성이 높은 편이다. 속도에 차이가 있더라도 주어진 환경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먹이를 찾고 서식지를 형성한다.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이후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은 식물과 동물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일부 동물은 부모가 자식에게 생존에 필요한 기술과 행동을 가르치기도 한다. 위험을 피하는 방법, 먹이를 찾는 방법 등 부모의 가르침을 통해 자식은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 특히 사회적 동물은 종족 내 다른 개체들과 상호작용 하면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학습할 수 있다. 


인간의 성장은 생물의 성장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 받았으며 태어난 이후에는 주어진 환경 조건에 맞게 살아하게 된다. 유아기에는 부모나 부양자의 도움을 통해 생존하고 그들을 통해 여러 행동과 습관, 생활 방식 등을 배우게 된다. 커가면서 접하게 되는 환경이 다양해지고 여러 경험을 쌓아갈 수 있게 된다. 인간은 고도의 사회적 동물이므로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계 형성 속에서 더 변화한다. 가족을 벗어나 친구, 학교, 직장 등 다양한 사회적 환경에서 여러 관계를 경험하고 가치관을 형성하게 된다. 사회적 성장 과정은 감정적, 인지적, 문화적 성장으로 이어지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는데 기여한다. 

결국 성장은 독립의 과정이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그 어떤 생물이든 태어난 이상 필연적으로 독립된 개체로 존재한다. 일부 생물학적 예외가 있더라도 생명체는 개체로 존재한다. 식물이 자신의 씨앗을 널리 분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자원 경쟁을 피하고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부모 동물이 자식의 생존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자식에게 자립을 준비시키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인간에게도 성장은 독립의 과정이다. 인간은 고도의 사회적 동물이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을 통해 인간은 자립성과 독립성을 개발하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성장은 육체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인지적,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서도 발생하며, 이러한 다양한 측면을 통해 우리는 내면의 성장과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성장을 경험한다. 

사회 시스템은 개인의 성장을 촉진하거나 억제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사회적 성장을 위해 개인의 성장을 저해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 문화, 정치적 압력과 불평등 속에서 개인의 성장은 제한될 수 있다. 그러므로 개인의 정체성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명확히 가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관계 속에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이해하고 새로운 관계 속에서 정보를 가치로 인지하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내면이 성장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계속해서 성장과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부모의 그늘에서, 집단의 관성에서 벗어나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자신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사회 속에서 개인의 고유한 내면을 유지하며 성장할 수 있다. 결국 인간 성장의 핵심은 자신의 가치를 이해하는 과정인 것이다. 

졸업을 앞둔 이들에게

2023.2.14

인생은 선택을 통해 연결되는 긴 굴곡과도 같다. 내 의지로 결정하지 못한 탄생에 대한 보상인지 선물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자의식이 생겨난 이후부터 많은 선택의 결과가 지금 자신의 위치를 만들어 낸다. 시간은 상대적인 것이라서 지금 당장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의 순간도 얼마가 지나 되돌아보면 예각으로 꺾인 삶의 변곡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즐겁고 기쁜 순간 역시 오래되지 않아 그 감정에 익숙해지고 인생의 둔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길게 돌아가는 완만한 길이거나 숱한 시행착오로 거친 자국을 남기는 길이거나 결국 한 사람의 선택이 만들어 낸 시간의 흔적이다.


슬램덩크로 유명한 이노우에 타케이코는 배가본드를 통해 그의 작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배가본드는 일본 최고 검객으로 기록된 미야모토 무사시와 사사키 코지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 곁에서 자신의 열등함에 괴로워하던 혼이덴 마타하치에게 그의 어머니가 등에 업혀 남긴 유언은 인생의 굴곡에서 헤매고 있는 젊은이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한 글이라 생각한다.  


"

그저 한결같이 외길을 걷는 모습은 아름답다.

하지만 보통 사람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 법.

헤매고

실수하고

멀리 돌아가기도 하지.

그래도 좋아. 뒤를 돌아보렴.

여기 부딪히고 저기 부딪히고

이리저리 헤맨 너의 길은 분명 누구보다도 넓을테니까.

"


만화를 정독하다가 이 구절을 맞닥뜨리면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끼게 된다. 불확실한 미래에 고민하던 시기에 접한 이 장면은 좌절하고 있는 젊은 시절의 나에게 은근한 위로를 건네주었다.  


돌이켜 보면 후회되는 선택의 순간이 많을 것이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 수없이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 2회차는 없다. 내 모든 과거의 경로를 확인하며 하나씩 수정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후회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내 선택에 긍정적인 믿음을 어떻게 실을 수 있을까? 


나는 이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지금 헤매고 있다면 이 순간 내 길을 넓히고 있는 중이라고. 천천히 돌아가는 길이라도 내 삶을 스스로 선택하여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늦어지는 만큼 오래 살아남아 결국엔 행복해질 것이라고. 인생을 면적으로 측정한다면 좁고 길게 뻗은 길쭉한 모양이나 길지는 않지만 바닥이 긴 뭉툭한 모양이나 결국 비슷한 것은 아닐까? 다만, 내 인생이니 책임지고 행복해지려는 노력은 필요할 것이다. 그 노력이 지나온 길의 색깔을 결정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선택의 시작은 힘들지만 끝맺음은 더 어렵다. 과정을 잘 마무리한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고 기록할만한 길 하나가 만들어졌다. 


한결같이 외길을 걷는 모습은 아름답다. 이리저리 헤맨 인생 역시 아름답다. 인생은 반짝인다. 그대는 눈부시다.  

Happy New Year, 2023!

2023.1.3

올해도 어김없이 낯선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시작이 두려움을 끌고오는 것만 같습니다. 희망과 기대의 끝자락엔 걱정의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2023이라니, 참 익숙해지기 어려운 숫자란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래왔듯이 지금에 충실하며 지내다 보면 새해의 새로움을 잊고, 이 숫자가 익숙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네요. 부디 새해 다짐과 소망의 마음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한 발 물러서서 연구실을 바라보니 그 동안 여러분이 열심히 지내왔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도시생태계 건강성과 회복력 향상을 위해, 산림생태계 통합관리를 위해, 자생식물 활용 산림복원을 위해, 외래생물과 유해야생동물 관리를 위해, 자연기반해법 적용을 위해, 그 외에도 국토와 지역 환경 및 생태계 보전과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해 연구실에서는 많은 연구과제를 수행했고 학술발표를 진행했으며 논문을 게재했습니다. 특히 ESA, ICLEE 등 국제학술대회 발표와 UFUG, Forests 학술지 게재는 연구실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였다고 생각됩니다. 


올해 연구실에서는 1명의 박사과정과 4명의 석사과정 학생이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 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아직 마무리를 위한 시간이 조금 더 남았으니 논문의 완성을 위해 조금 더 힘써주세요. 오랜 시간 동안 연구실에서 함께 생활한 기억이 두고두고 졸업생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원합니다. 과정은 힘들었겠지만 이 성취의 경험이 졸업생들에게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이 연구실을 통해 따로 또 같이, 언제라도 함께할 수 있는 사이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이제 2023년의 시작입니다. 어쩌면 새해는 우리에게 새로운 인생 2회차를 매번 선물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드라마나 영화, 웹툰처럼 다이나믹한 경험은 아니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새로운 시작의 순간입니다. 작년까지의 후회와 아쉬움을 올해의 희망과 성취감으로 덮어버립시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보냅시다.  

대학원생들에게

2022.7.12

대학원에 진학하는 목적은 다양하다. 학부를 벗어나 연구라는 분야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거나 연구직으로 취업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다. 또는 학교가 좋아서, 친구를 따라서, 특별한 이유 없이 대학원을 선택할 수도 있다. 어떤 이유이든 대학원 또는 연구실에 발을 딛게 되는 순간부터 학생은 대학원생이 된다. 학부와 대학원은 학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큰 차이가 있다. 대학이 정제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강의 위주의 과정이라면 대학원은 이제까지의 전공지식에 작게라도 새로운 것을 쌓을 수 있어야 졸업이 가능한 과정이다. 전공 분야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 논문을 읽고 쓰고 학회에서 발표하는 과정을 통해 대학원생은 학자로 성장하게 된다. 대학원에 진학한 목적이 무엇이었든 졸업을 위해 갖추어야 할 연구 소양은 바로 "스스로 논문을 쓸 수 있는가"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를 빨리 찾고 데이터를 쌓으며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대학원생은 운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많은 대학원생들은 수동적으로 과제에 참여하고 자신의 학위논문 주제를 선정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낀다. 이 모든 과정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 논문을 읽는 습관이다. 결정된 연구 주제에 대한 논문이든 새로운 연구 주제 탐색을 위한 목적이든 논문을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과정이다. 평소에 읽는 습관이 있는 경우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요즘처럼 텍스트보다 영상에서 많은 정보를 얻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면 더 많은 노력을 통해 읽고 요약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 시점에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논문의 독창성을 증명해야 한다. 연구자가 생각하는 아이디어, 연구방법론, 결과 등은 기존 연구를 통해 이미 소개되었을 가능성이 꽤 높다. 생각보다 이 세상은 넓고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거나 완료되어 있다. 이 연구들과의 차별성, 자신이 수행한 연구의 가치를 증명해야 논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큰 가치의 결과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존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수준일지라도, 연구자는 끊임없이 연구 결과의 가치를 주장하고 증명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긴 연구의 시간을 경험하면서 많은 대학원생들이 지치고 소모되는 경우가 있다. 조사나 실험, 논문 리뷰, 연구 진행을 위한 보고서 작성, 연구 회의 등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연구에 대한 긴장감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을 현명하게 극복하는데 연구실 친구와 동료, 선후배, 지도교수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 많은 사회적 관계가 그러하듯 연구실 생활도 인간관계의 연속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편하게 꺼낼 수 있는 가까운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대학원 생활이 훨씬 밝아질 수 있다. 자신의 문제를 솔직히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이 대학원 연구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공동연구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학원 과정 역시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나가야 하는 과정임을 스스로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에 대학원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성실함과 책임감이다. 학위논문을 준비하거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집중의 시간이 필요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방법론, 데이터는 매우 값진 것이지만 이들을 논문 또는 연구보고서로 빚어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이 과정이 지도교수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진행된다면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노력은 자발적일 때 잠재력을 발휘한다. 스스로의 고민과 성찰 속에서 연구는 즐거워지고 더 멀리 뻗어나갈 수 있다.  


고백하지만, 나는 이런 조언을 늘어놓을 만큼 이상적인 대학원 생활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지도교수로서 학생들을 대하면서 반복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을 글로 전달하고 싶어졌다. 지금 고민이 많고 힘들더라도 이 시간이 쌓여 여러분이 성장한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여러분이 스스로 빛나는 존재라는 것을 늘 마음에 담고 지내길 바란다.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도시생태연구

2022.6.28

시민은 글자 그대로 도시의 구성원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단어의 쓰임을 생각하면 단순한 구성원 이상의 정치적 역할이 주어져 있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의 시민 정치 참여나 시민혁명을 통해 쟁취된 정치적 권력을 고려할 때, 시민은 주권자로서 행동하고 책임을 지닌 사람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성장 과정에서 시민참여는 필수적인 고려 대상으로 간주되었고 지방자치의 핵심요소로 인식되었다. 시민참여는 지역정책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이므로 시민이 보다 폭넓게, 깊숙히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제도와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민이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행정 파트너임을 인식하고 시민들이 권한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도록 행정을 보다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시계획 과정에서도 시민참여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도시계획 과정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협의-개입하고, 협업하며 계획의 일부 권한을 부여하는 단계까지 다양한 수준과 강도로 시민참여가 진행되고 있다. 공청회나 공람, 참여예산제도, 주민제안제도, 시민참여단 등을 통해 시민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도시행정에 관여할 수 있다. 

연구 분야에서도 시민의 역할은 주목받고 있다. 국가나 지역의 환경과 생태에 관심이 많은 시민, 특정 취미 활동이 생태분야에 밀접하게 관련된 일부 시민들은 전문가 또는 그 이상의 정보와 지식을 보유하는 경우가 있다. 전문성이 높지 않더라도 자신의 거주지 주변이나 특정 현안에 관심이 큰 시민 또는 시민그룹은 다양한 전문가의 도움으로 전문가와 유사한 수준의 지식을 쌓는 것도 가능해졌다. 특히 시민은 거주지에 대한 애착이 있고, 이로 인해 꾸준한 모니터링과 자료 수집을 통해 대상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전문적인 과학 인력이 아닌 시민들의 참여로 연구가 진행되는 방식을 시민과학(citizen science)이라고 부른다. 시민과학은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과학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부터 보다 복합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까지 다양하게 이해될 수 있다. 

영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시민들이 식물의 개엽일, 개화일 등을 기록하고 새의 개체수를 세는 등의 활동에 여러 시민이 참여해 오고 있다. 이러한 시민참여 활동은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시민과학 프로젝트가 효과적으로 관리될 수 있게 되었고 시민들은 사진을 촬영하거나 위치, 조사 정보를 입력하는데 효율성이 높아졌으며 축적된 데이터의 통합, 분석, 활용이 보다 용이해졌다. eBird의 아메리카 대륙 조류 풍부도 모니터링, FROGID를 통한 호주의 무미양서류 조사 등은 대륙 단위에서 대규모 시민이 참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그리고 인상적인 시민과학 활동이다. 

우리나라 역시 시민과학 활동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역 생물다양성 탐사, 특정 종의 서식지 모니터링, 국가단위 생물다양성 모니터링 등 생물 또는 생태계 모니터링 과정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방식부터 기후변화 및 환경문제에 대한 모니터링까지 점점 시민과학 활동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네이처링, 캐다(CADA) 등 안정적인 플랫폼을 통해 시민과학 활동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연구실에서는 현재 크게 3가지의 시민과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첫째, 인공새집을 시민에게 전달하고 이 곳을 이용하는 소형 조류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2021년 수원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전국에서 지원자를 모집하여 시민이 적극적으로 도심의 소형조류를 관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가장 적극적인 시민과학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둘째, 무미 양서류 울음소리를 수집하고 있다. 양서류는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나 직접 발견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 동영상 촬영을 통해 무미 양서류의 서식지 위치를 확인하고 소리를 통해 종을 동정하여 전국 단위의 시간별 무미 양서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도심 속 야생동물 사체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시민과학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야생동물의 행동 특성을 고려할 때 직접 시민이 관찰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여러 이유로 발생된 야생동물의 사체를 확인하는 것은 가능하다.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사체 정보를 활용하여 도시 생태계의 취약성을 평가하고자 한다. 

연구실에서 1년 이상 시민과학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야생동물 사체의 경우 사진을 통해 동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거주지 주변으로 정보가 편중되는 경향이 있다. 양서류 울음소리를 녹음하지 않고 시민들이 전혀 다른 소리를 녹음하거나 기존 공개된 울음을 재녹음하여 전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인공새집 모니터링 프로젝트는 새가 설치 초기에 인공새집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 방치되고 모니터링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시민과학은 매우 매력적인 연구 주제이다. 잘 관리되고 통제된 시민과학자에 의해 연구 범위와 데이터를 크게 넓힐 수 있다. 적정한 전문지식 공유를 통해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이고 질을 향상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시민과학에 참여한 시민은 장기적으로 지역 또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시민과학의 예상되는 문제 역시 여러 경험과 ICT 기술을 통해 점차 해결될 수 있으니, 앞으로 시민과학의 확대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과학적, 제도적, 정책적 한계가 남아있으나 결국 시민과학은 연구의 중요한 분야로 자리 잡으리라 기대된다. 


관련자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2022.1.3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내게 인상적인 영화로 기억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라는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한국에서 2013년에 개봉되었다가 2017년에 재개봉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1947년에 영화화된 적도 있었다고 하지만 거기까지는 확인해보지 못했다. 나는 2014년 1월, 해가 바뀌고 이런저런 고민이 많은 시간에 이 영화를 접하게 되었다.   


주인공은 '라이프(LIFE)' 잡지사에서 포토 에디터로 일하는 월터 미티이다. 특별하지 않은 그의 유일한 취미는 상상이다. 상상 속에서 그 누구보다 멋진 인물일 수 있었던 평범한 주인공이 전설의 사진 작가가 보내 온 표지 사진 실종을 해결하기 위해 여행을 하며 생애 최고의 경험을 한다는 것이 영화의 주요 내용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소소한 재미 등 영화 자체로도 매력이 넘치기는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눈표범을 찍기 위해 며칠 동안 잠복하고 있던 사진작가와 나눈 대화이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눈표범이 모습을 드러내지만 사진작가는 곧바로 사진을 촬영하지 않는다. 이유를 묻는 월터에게 이렇게 답한다.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가끔 난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저 안에 머무르고 싶지"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해왔고 이제는 핸드폰으로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나 역시 DSLR을 포함해서 여러 카메라를 사용해봤고 지금도 핸드폰으로 많은 사진을 찍고 있다. 그러다 문득 '나는 무엇을 위해 사진을 찍고 있는가?'라는 의문에 빠질 때가 있다. 여행 중에 멋진 풍경을 볼 때 카메라부터 들게되는 것은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나중에 다시 확인하기 위해 이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할까,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을 채우는 것이 더 가치있는 일일까? 


영화는 지루한 일상 속에 은은하게 드러나는 아름다움, 평범한 인생 속의 고귀한 가치를 이야기한다. 진부할 수 있는 주제이지만 그만큼 우리가 쉽게 잊고 지내는 삶의 의미를 계속 건드린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주제이기도 하다.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인생, 현실의 충만함, 일상의 소중함과 감사함, 내 주변이 이러한 삶으로 가득 채워지길 희망한다. 그래서 가끔 멋진 풍경 앞에서 여유를 부려보고 싶다. 온전히 이 순간을 나만을 위해 선물하는 사치를 부려보고 싶다.

관련자료

작은 새들을 위한 큰 선물 - 도시 인공새집 연구

2021.12.30

도시에서도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작은 새는 생각보다 꽤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이 몸 크기가 작고 갈색빛을 띄고 있는 새를 보면 대부분 참새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종인 경우가 많다. 시간이나 장소에 따라 멧새, 붉은머리오목눈이, 방울새 등이 사람들에게 참새로 잘 못 불리기도 한다. 

몇 주 전 공원을 지나가다가 한 아빠가 아이에게 작은 새 한 마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줄무늬 참새라고 설명하는 것을 엿들은 적이 있다. 박새의 검은 줄이 잘 보였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 새가 다른 종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상황이 아쉽기만 하다. 내 주변 새들의 종을 알고 바르게 불러주는 것이 일반인에게 어려운 일인 것일까?

연구실에서 2021년 봄과 여름 동안 진행했던 수원시 "앞마당 조류 모니터링단"은 시민이 참여하는 도시생태계 조류 모니터링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재미있는 연구였다. 연구진은 시민에게 직접 조립, 설치할 수 있는 인공새집을 제공하고, 시민들은 주기적으로 중간 과정을 모바일 앱을 통해 개인 휴대폰으로 촬영하여 연구진 또는 참여자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자연적인 둥지가 부족한 도심에 새집을 늘려갔다. 특히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에 인공새집을 설치하고 정기적으로 야생조류 이용과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꽤 많은 시민이 지속적인 참여와 관심을 보여주었다. 총 98명의 시민이 이 프로그램에 신청하였는데 특히 10대에서 50대까지 고르게 참여한 것이 특징이었다. 평균 1인이 2개 인공새집을 설치하였으며 인공새집당 평균 6.5회의 모니터링을 수행하였다. 

모바일 앱에 저장된 기록을 통해 최종 179개의 인공새집 중 57개에서 박새와 곤줄박이 등 야생조류가 둥지를 튼 것으로 확인되었다. 인공새집 안에서 이끼가 발견되고 어미새가 산란을 성공했던 인공새집에서는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촬영한 사진을 공유해 주었다. 이소가 모두 끝난 이후 앱에 저장된 위치정보를 이용하여 모든 인공새집을 재확인한 결과 시민에게는 모니터링되지 않았지만 12개 인공새집에서 추가로 새들의 이용 흔적이 확인되었다. 총 69개의 인공새집이 도심 속에 서식하는 야생조류에게 중요한 보금자리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들과 산책을 하다보면 주변 자연환경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하게 된다. 흙과 이끼, 풀과 나무, 곤충과 새들, 길고양이까지 도시라는 인공적인 공간조차도 이렇게 많은 생명이 함께한다는 것이 어쩌면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이들이 어떤 도시에서 살기를 원할까? 집 앞 화단에서 통통 뛰어다니는 참새와 붉은머리오목눈이 한 무리를 마주하면서 기뻐하는 아이 모습을 상상하는가? 그 속에 섞인 진한 주황색 작은 새가 무리와는 다른 종이라는 것을 아이가 알아채기를 바라는가? 봄에 설치한 인공새집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무사히 키워냈던 어미새와 깃털 색이나 모양이 비슷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그 새를 곤줄박이라고 불러준다면 어떤 느낌일까? "앞마당 조류 모니터링단"에 참여했던 몇 가족은 비슷한 경험을 했길 바란다. 인공새집을 이용하는 박새과 조류가 산림성 식충 조류로서 해충을 잡아먹는 종이라서, 인간에게 어떤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이유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소중한 생명이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고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길 희망한다. 

참고자료

인공새집 모니터링 안내 카드뉴스(산란인 확인)

시민 인공새집 모니터링 횟수 빈도 그래프

박새 부화기 인공새집 내부 모습

왜 그대는 세상을 가죽으로 덮으려고 하는가?

2021.8.13

왜 그대는 세상을 가죽으로 덮으려고 하는가?


오래 전 존경하는 선배로부터 들었던 한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왜 세상을 가죽으로 덮으려고 하느냐, 네가 가죽신을 신으면 될 것 아니냐는 말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주변을 원망하는 마음이 커질 때 즈음 이 말을 다시 되뇌며 자신을 다잡는다. 내 억울한 마음은 세상으로 인한 것인가, 아니면 나 자신에게서 생겨나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것인가? 내가 바꾸고자 하는 것이 진정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가? 아니면 내 욕심이 나를 그 곳으로 이끌고 있는가? 


누가 처음 이야기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달라이 라마가 비슷한 글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내 발을 보호하기 위해 온 대지를 가죽으로 덮는 것보다는 내 발을 가죽으로 감싸는 것이 훨씬 더 간편합니다." 

앞 뒤로 몇 문장이 더 있으나 이 문장 만큼 마음을 흔들지는 못한다. 글의 제목은 "보다 쉬운 일"이니 그의 고민과 사색의 깊이를 가늠하기는 참 어렵다. 자신을 다스리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삶이 세상을 얻는 것과 차이가 없다는, 오히려 그보다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마음 속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세상에 대한 아쉬움을 토해내는 것이 가끔은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경지에 아직 다다르지 못했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렴풋이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내 안에도 하나의 세계가 있고 이를 잘 다스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간다. 자신의 변화가 내 세계의 평온함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깨닫는다. 어려운 일이기에 보다 쉬운 일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에게 계속 되뇌어야 함을 이해하게 된다. 

Seed Zone 연구 1 : 기후 환경 요인을 고려한 종자이동구역 설정

2021.7.20

식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번식한다. 땅속줄기처럼 어미식물의 영양체 일부가 다음 세대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다음 세대의 성공적인 정착과 종의 효과적인 확산을 보장하기에 공간적으로 너무 느린 번식 방법이다. 많은 식물들은 생육에 필요한 토양과 물을 찾아 여러 방식으로 씨앗을 넓게 퍼트린다. 바람과 물, 중력, 동물 등을 이용한 씨앗의 전파는 오랜 진화를 통해 현재 식물의 대표적인 방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새로운 환경에 떨어진 씨앗은 주어진 환경조건에 적응하고 주변 식물과 경쟁하면서 살아남기도 하고 다른 식물의 영양분으로 또는 토양으로 생애를 마감하기도 한다. 수 많은 식물의 적응과 경쟁의 역사가 지금 지구의 식물상을 만들어냈고 환경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종자이동구역(seed transfer zone)은 종자가 이동 가능한 분포 지역을 의미한다. 여기서의 "이동"은 종자의 자연적 이동이라기 보다는 인간에 의해 조성 또는 복원되는 식물자원의 이동을 의미한다. 자연생태계에서 식물 역시 적응의 과정에서 지역적 특성이 나타나고 유전적 다양성이 발현된다. 이러한 고유한 유전자원의 가치를 보전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식물을 생육 가능한 지역” 정보를 토대로 “유전적 고유성이 유지될 수 있는 지역”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생태복원을 목적으로 식물을 식재하거나 파종해야 할 경우 자생종의 개념을 도입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출처가 불분명한 복원식물 또는 씨앗이 우리 국토의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토의 모든 식물에 대한 유전정보 파악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일반화된 잠정종자이동구역(generalized provisional seed zone)을 대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자생종에 대한 유전적 자료 취득이 어려울 경우, 강수량 및 기온 등 기후 환경 요인을 고려하여 산림생태계 복원시 발생할 수 있는 부적응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본적인 공간정보이다. 이 개념은 기후 기반 잠정종자이동구역으로 명명할 수 있는데,  Bower et al.(2014)은 겨울철 최저기온과 연간 열 : 수분지수(건조도)를 활용하여 잠정종자 이동구역을 구축하였으며 연간 열 : 수분지수를 통해 따뜻하고 습한(low-moderate aridity), 춥고 습한(low aridity), 따뜻하고 건조한(high aridity), 춥고 건조한(moderate-high aridity) 지역으로 구분하였다. 구축한 잠정종자이동구역은 기후적으로 유사한 지역 내에서 생태학적으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생태학적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Omernik level Ⅲ 생태지역지도를 잠정종자이동구역과 중첩하여 기후적으로 비슷할 수 있지만 생태학적으로 다른 지역을 식별하였다. 

연구실에서는 WorldClim ver2.1을 이용하여 우리나라의 기후 환경 자료를 공간화하였다. GIS 를 이용하여 전국에 대한 겨울철 최저온도를 12개, 건조도 지수(열:수분지수)를 6개 클래스로 구분하였다. 두 자료를 중첩하여 한반도 전역에 대한 권역을 구분한 결과 총 65개의 잠정종자이동구역을 도출할 수 있었다. 잠정종자이동구역은 평균 5,064.9km2의 면적으로 분석되었다. 잠정종자이동구역은 남북으로 긴 형태인 한반도의 형태와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형성된 지형적 특성을 반영하여 복잡하게 분포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작은 면적에 비해 많은 잠정종자이동구역이 분포하는 특징이 있다. 남한으로 한정할 경우 잠정종자구역은 48개 유형으로 구분되었다. 이 분석 결과는 종자이동구역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데이터로서 이후 생태복원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종자이동구역은 대상종, 기후, 지형 및 지리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제적으로 다양한 샘플링을 통해 유전적 거리를 확인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유전적 분석 자료가 결합된다면 잠정종자이동구역을 지리적으로 명확히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잠정종자이동구역은 이론적인 생물 생육 가능 지역이라면, 유전자 분석 결과는 유전적 고유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이므로 두 자료의 결합은 자생종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다만, 대상종 선정의 어려움, 유전자 분석과 공간 데이터 분석의 결합, 생태복원 현장과의 연계 등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현장 연구는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여러 시행착오에 대한 관대함이 종자이동구역 연구를 국내에 정착시키고 생태복원의 과학적 근거를 두텁게 만들어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참고자료

활용 변수. (a) 겨울철 최저기온 (b) 건조도 지수(김채영 등, 2021)

한반도 잠정종자이동구역 안(김채영 등, 2021)

Number

2021.5.12

우리는 저마다의 숫자를 배정받은 점(point)들과 같다. 인류의 육체나 정신적 근원으로서의 0을 옆에 두고 길게 늘어선 수십억, 역사적으로 수 조에 이르는 인류의 긴 집합 속에 개인은 무작위로 서있다. 누군가는 정수로서 빛나는 삶을 살고, 유리수로서 주목받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긴 역사 속에서 가느다란 한 줄을 빽빽하게 채우는 무리수로 존재한다. 그렇다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비슷해보이지만 들여보면 볼수록 자신의 존재는 주변과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해변의 모래알이 저마다의 색깔로 반짝이고 숲의 나무들이 다채롭게 잎을 피워내고 단풍으로 물들며 빛나는 밤하늘 별들이 모두 저마다의 위치에서 거대하게 존재하듯이 우리 역시 일정한 거리에서 서로와 구분되는 개성을 갖고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존재가 그 찬란한 자연수(e)나 파이(π)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될지 모른다. 조금은 흔해보이는 겉모습에 가려진 불꽃이 내 안에 자리하고 있을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지루할 수 있는 일상의 반복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인지 모른다.

남겨진 생명의 흔적으로 생태계 비밀을 들춰본다 - 환경DNA 연구

2021.4.20

인간이 지구에서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기 위해 요구되는 비용을 토지로 환산한 지수를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이라 정의한다. 1990년대 중반 캐나다 경제학자 그룹에 의해 제안된 생태발자국은 인간이 소비하는 자원으로 인한 지구환경의 부담을 상징하는 지수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지구 단위에서 이러한 흔적은 환경정책에 중요한 지표로 작동한다. 

조금 더 인간이라는 개체로 눈높이를 낮춰보자. 우리는 생활하는 모든 공간에서 우리의 흔적을 남긴다. 흰 눈 위에 찍힌 발자국부터 운동 후 마시는 음료수병, 샤워 후 떨어뜨린 머리카락, 식사 후 입을 닦고 버린 냅킨까지 내가 행동했던 모든 것들은 그 공간에 작은 흔적을 남기게 된다. 이 흔적 속에는 그만이 지니고 있는 정보가 포함되어 있고, 그 흔적을 이용하여 개인의 행동 패턴과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이제까지 자연생태계에서 야생동물을 조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이용되어 왔다. 직접 관찰하거나 사진을 촬영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포획하여 실험을 병행하였다. 동물이 남긴 발자국이나 배설물 등의 흔적을 확인하면서 대상종의 서식 유무와 행동권 등을 추정하는 방법도 많이 이용되었다. 최근 카메라트래핑 기법을 활용하여 교란에 민감한 종을 모니터링하는 것 까지 야생동물 조사는 오랜 역사와 고민을 통해 발전되어 왔다. 그리고 그 고민은 "야생동물이 남긴 보이지 않는 흔적을 이용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우리 인간이 먹고 입고 자고 이동하고 유희하는 모든 과정에서 그 흔적을 남기는 것과 유사하게 야생동물 역시 생명을 유지하는 모든 과정에서 생태계에 흔적을 남긴다. 피부에서 떨어진 각질이나 털, 깃털, 먹이나 물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배출된 타액, 배설물 등은 그 동물이 다녀간 곳곳에 DNA를 남겨놓는다. 환경DNA(eDNA, environmental DNA)는 환경(공간)에 존재하는 생물체에서 유래된 DNA를 분자생물학적 방법으로 추출, 분석하는 방법론이다. DNA는 생물체에서 유래한 유전물질로 염기쌍의 고유 시퀀스(unique sequences)와 반복 패턴을 통해 개체 또는 종을 구분하는 열쇠가 된다. 문제는 환경에 노출된 DNA를 어떻게 수집하고 미량의 DNA를 증폭시켜 원하는 정보를 얻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이다. 이 문제는 이제까지 여러 실험과 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 해당 환경 조건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수중 환경에서 eDNA는 약 3주 정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되었으며, 분자생물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PCR 기술을 통해 미량의 eDNA를 실험실 환경에서 분석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종을 동시에 식별할 수 있는 유니버셜 프라이머가 개발되어 대규모 병렬 염기서열 분석 기법인 eDNA 메타바코딩(eDNA metabarcoding)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으로 활용 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공간생태연구실에서는 2019년 7월 22일부터 2019년 7월 30일까지 수원시 광교신도시 생태통로 주변 23개 지점에서 야생동물이 이용한 것으로 판단되는 샘플을 채취하여 0.45㎛ 필터에 여과하고 DNA를 추출하였다. 샘플에서 추출한 DNA를 증폭하기 위해 범용 프라이머인 MiMammal을 사용하여 2단계 PCR을 진행하였다. 이 결과를 NCBI 참조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여 유사성이 가장 높은 분류군으로 매칭하였다. 분석 결과 대상지에서는 총 8목 12과 14종의 조류와 포유류가 검출되었다. 인간(Homo sapiens)을 포함해, 개과(Canidae), 너구리(Nyctereutes procyonoides), 청설모(Sciurus vulgaris), 쥐(Mus musculus) 등 5종의 포유류가 검출되었으며, 조류는 꿩과(Phasianidae), 청둥오리(Anas platyrhynchos), 집비둘기(Columba livia), 파랑새(Eurystomus orientalis), 어치(Garrulus glandarius), 노랑턱멧새(Emberiza elegans), 붉은머리오목눈이(Sinosuthora webbiana), 까치(Pica pica), 직박구리(Hypsipetes amaurotis) 등 9종이 검출되었다. 전통적인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간, 고라니, 다람쥐, 청설모를 비롯해 다수의 두더지(Mogera robusta) 굴 등의 흔적이 확인되었며, 조류는 직박구리, 까치, 멧비둘기(Streptopelia orientalis), 집비둘기, 말똥가리(Buteo buteo), 꿩, 박새, 쇠박새(Poecile palustris), 딱새(Phoenicurus auroreus), 큰부리까마귀(Corvus macrorhynchos), 노랑턱멧새, 청딱따구리 등 6목 9과 11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사 결과는 육상생태계 조사에서도 eDNA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포유류의 경우 대상지의 주요 수계를 조사할 경우 대부분의 종을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조류의 경우에도 전통적인 현장조사 방법에 비해 장기간 누적된 데이터를 취득할 수 있다는 점과 산림 내부종과 같이 교란에 민감한 종의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적용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두더지와 같이 지표면을 잘 이용하지 않는 종이나 직접 물을 이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다수의 조류의 경우에는 eDNA 기법을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본 연구에서 적용한 유니버셜 프라이머의 경우 해상도가 낮아 메타바코딩 방법론을 적용하기 위해 국내에 최적화된 프라이머 개발이 요구된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eDNA는 향후 생태계조사 및 모니터링 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흔적을 통해 대상종의 유무를 판별할 수 있다는 장점은 목표종 모니터링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생태계에 최소한으로 관여하는 비침습적 방법으로서 향후 이용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목표종이 도시개발, 생태복원, 이주 후 재정착 등 환경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최소한의 교란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메타바코딩 기술의 해상도가 높아지고 비용이 현실화된다면 해당 환경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의 다양성과 풍부도를 객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단편적인 생물정보에서 벗어나 통합적인 생태계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AI가 이제까지 없었던 방식으로 인간세상을 바꾸는 기술인 것과 유사하게 eDNA는 생태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차원으로 우리를 이끄는 것인지 모르겠다. 

참고자료

eDNA 샘플링 채취 과정 (2019/7/22 - 7/30)

도시에 설치된 생태통로는 그 역할을 다하고 있을까?

2021.3.18

생태통로, 정확하게 야생동물 이동통로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구조물이다. 경제적인 효율성을 강조하는 집단에서는 단위면적당 개발비용을 최소화하고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률적인 개발을 원한다. 개발 대상지역이 지닌 환경-생태적 가치가 높게 판단되는 경우에는 대상지를 보전하거나 환경-생태적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집단이 존재한다. 두 집단의 힘겨루기, 절충의 역사가 현재 우리나라 환경정책과 제도를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생태통로는 「자연환경보전법」에 의해 "도로·댐·수중보·하굿둑 등으로 인하여 야생동·식물의 서식지가 훼손 또는 파괴되는 것을 방지하고 야생동·식물의 이동 등 생태계의 연속성 유지를 위하여 설치하는 인공 구조물·식생 등의 생태적 공간"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도로나 도시개발 등으로 단절된 생태계 또는 서식지를 연결하기 위한  생태적 공간을 의미하는 생태통로는 야생동물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만들어진 구조물이다. 국토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훼손될 수 밖에 없는 생태계에 대한 최소한의 생태적 연결이 생태통로에게 주어진 역할인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총 508개의 생태통로가 설치되어 있다(국립생태원, 2021). 그러나 생태통로가 야생동물에 의해 잘 이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자료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국립생태원 생태통로 네트워크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생태통로에 대한 모든 자료를 하나로 묶어 관리하고 있으나 지역별로 분포하는 생태통로를 충분히 모니터링할 만큼 자료가 확보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실제로 수원시 광교신도시에 설치된 10개 생태통로의 경우에도 설치 위치, 시설정보는 파악할 수 있었으나 모니터링 결과는 매우 부족한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광교신도시에 설치된 생태통로들은 2007년 신도시 준공 당시 함께 계획되었으며, 1,803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대규모 사업이었다. 입지 특성상 신도시에 생태통로가 설치되었으므로 야생동물 이동뿐만 아니라 시민의 이용을 함께 고려하여 설계된 특징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10개의 생태통로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언론 및 환경단체, 지역 주민 등이 비판적인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태통로를 실제로 야생동물이 얼마나 이용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공간생태연구실에서는 10개의 생태통로(풍뎅이, 반딧불이, 나비잠자리, 소나무, 갈참나무, 하늘소, 무지개, 여담교, 새터, 꽃더미)를 대상으로 무인센서카메라를 이용한 카메라트래핑(Camera trapping) 방법론을 이용하여 야생동물 이용 현황을 조사하였다.  생태통로에서 입구-출구별로 각 한 대씩 생태통로별 2대, 총 20대의 무인 센서 카메라(TRAIL CAMERA HC801A, China)를 설치하고, 2019년 09월 23일부터 2019년 12월 02일까지 약 10주간 모니터링을 진행하였다. 

생태통로 내 설치된 카메라에 촬영된 영상을 확인한 결과 10주간 총 5,935개의 영상이 확보되었다. 이 중 바람 등으로 인해 센서가 오작동된 다수의 영상을 제외한 1,140개(19.20%)의 영상에서 생물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빈도 순으로 포유류 중에서는 너구리가 498회로 가장 많이 출현하였으며, 고양이 130회, 고라니 93회, 멧토끼 33회, 개 16회, 청설모 8회, 다람쥐 2회 순으로 생태통로 이용이 확인되었다. 조류 중에서는 까치가 276회, 물까치 87회, 집비둘기 63회, 참새 40회, 멧비둘기 38회, 꿩 28회, 어치 21회, 박새 19회, 노랑턱멧새 5회, 직박구리 3회, 청딱따구리 1회 순으로 이용 빈도가 높았다. 평균 이용 빈도를 고려할 때 1주일 기준으로 포유류는 생태통로당 약 14회, 조류는 7회 정도를 이용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특히 새터, 여담교 생태통로를 이용하는 야생동물의 숫자가 특히 많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모니터링 결과는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것은 바로 야생동물과 사람이 시간을 나누어 생태통로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낮 시간인 오전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야생동물은 저녁 6시부터 오전 6시까지 카메라에 그 흔적을 남겨 놓았다. 사람의 이동이 야생동물의 이용을 제한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도시 생태계에서 적응하고 있는 야생동물들은 인간의 교란을 피하면서 생태통로를 이용하고 주변 산림 생태계에 서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낮 시간 동안 생태통로를 이용하면서 야생동물을 직접 발견하기 어려워 어느 수준에서 야생동물이 해당 공간을 이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생태통로가 야생동물들에게 중요한 이동 수단이자 서식처이기도 하다는 것을 카메라에 남겨진 사진과 영상이 우리에게 설명해 주었다. 앞으로 더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지역에서 진행될 모니터링 데이터는 생태통로에 숨겨진 더 많은 비밀을 들려줄 것이다. 그 전까지 섣불리 생태통로의 무용성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참고자료

관련연구

생태통로를 이용하는 시간별 야생동물과 사람의 빈도 비교(2019/9/23 - 12/2)

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2021.2.24

주말부터 갑자기 따뜻해졌다. 꽤 추웠던 몇 주를 뒤로 하고 봄바람이 대지를 감싸 안는다. 따뜻한 공기는 땅 속 생명들에게 '이제 쉴 만큼 쉬었지?'라고 속삭이며 덮고 있던 차가운 바람을 밀어낸다. 이제 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포근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 시기에는 가슴이 두근거린다. 온 세상이 생명으로 가득차는 신비로움과 함께 아직 준비하지 못한 올해 해야 할 일들에 대한 걱정이 뒤섞여 미묘한 마음으로 잉태된다. 지금도 해야할 일은 많지만,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도 커지고 있다. 

내 연구실을 갖게 된 이후 어떤 연구를 더 해야할지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 때 2년 동안 천안시 도시공원을 대상으로 조류조사를 진행했고 도시공원의 구조와 식생에 따라 조류 종다양성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도시 녹지의 연결성이 조류 종다양성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3여년 동안 연구를 이어갔다. 이대로 봄을 보낼 수 없다는 마음의 조급함이 이 때의 나를 연구실 밖으로 몰아냈고 지금 진행하는 많은 연구과제의 틀이 바닥부터 준비된 듯 하다. 도시공원과 자연지역에서 새를 관찰하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새는 자세히 볼수록 아름답고 소리에 귀기울일수록 매력적인 존재였다. 

새들은 우는걸까, 노래하는걸까? 새소리는 크게 call과 song으로 구분된다. call은 대체로 짧고 반복적인 소리로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거나 천적의 출현을 알릴 때, 새끼들이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고 할 때 등 소통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소리이다. song은 번식기에 이성을 찾거나 영역을 서로에게 확인시키기 위해 내는 레퍼토리가 있는, 말하자면 리듬감 있는 소리이다. song을 노래한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우리 문화에서 새의 소리를 울음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많은 듯 싶다. 동일한 종의 새는 늘 비슷한 소리를 내고 있지만 문화권에 따라 이를 듣는 사람들이 노래로 듣기도, 울음이라 생각하기도 하나보다. 이번 봄 가까운 공원에는 박새, 곤줄박이 같은 작은 새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소리로 알려줄 것이다. 올해 박새와 곤줄박이 소리는 울음으로 들릴까, 경쾌한 노래 한 구절로 느껴질까? 

작년 가을 팥배나무 열매를 먹고 있는 비둘기 무리를 보았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공원은 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작년 겨울 대학 건물로 들어온 박새를 잡아 밖에 놓아주었다. 부리로 손을 쪼며 냈던 소리가 call이었다. 박새는 그만 놓아달라 소리쳤고 나는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무인항공기(UAV)를 활용한 도시녹지 모니터링 

2021.2.9

원격탐측(RS, remote sensing) 분야에서 무인항공기(UAV, unmanned aerial vehicle) 활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무인항공기는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은 비행기를 의미하며 지상에서 원격 조종하거나 사전 프로그램 된 경로 또는 인공지능에 따라 자율비행하며 임무를 수행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자동항법장치인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와 IMU(inertial measurement unit)가 소형화되고 관련 기술이 발전되면서 초소형 무인항공기 활용 대상이 크게 확대되었다. 

초기 무인항공기는 군사적인 목적으로 개발되고 기술이 발전되었다. 인공위성이나 항공분야의 발전과 유사하게 무인항공기는 초기에 군용 무인기로 개발되어 정찰 및 감시 업무를 수행하거나 목표물을 공격하는 효율적인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민간용 무인항공기는 환경, 기상연구, 탐사 등 과학적 목적 이외에도 농업, 어업, 산림 및 국토관리 등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산불이나 재해 현장에서 초기에 투입되어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생존자를 찾아내거나 구조활동을 지원하는 장면은 일반인들도 뉴스 등을 통해 접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물리적 장애가 큰 지역에 접근하거나 육안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의 장점은 고스란히 다양한 국토관리 전반에 활용될 수 있다.  

무인항공기 소형화는 모니터링 분야에서 장점이자 단점을 모두 가지는 특징이다. 신속하게 잦은 주기로 대상지를 모니터링할 수 있지만 배터리 용량의 한계로 촬영 지속시간이 짧고 기체의 안정성이 낮아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무인항공기는 도시환경과 잘 어울린다. 도시는 수직적으로 복잡하고 다양하며 교란되어 있다. 인간의 집약적 이용에 의해 공간의 변화 주기도 짧은 편이다. 이러한 특징을 고려할 때 도시는 중소규모 지역에 대한 시계열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소형 무인항공기가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도시에 분포하고 있는 녹지공간은 입지적 취약성으로 인해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특징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녹지공간에 대한 무인항공기 활용 사례는 아직까지 많지 않다. 소나무재선충 예찰, 간척지와 산림지역에 대한 모니터링, 농작물 모니터링, 경관분석 등 일부 도시 및 자연지역 모니터링 과정에서 무인항공기를 활용하였으나 도시 녹지공간에 대한 시계열적 모니터링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연구실에서는 61,507제곱미터의 충남 천안시 도솔광장을 대상으로 3회에 걸쳐(2018/5/21, 7/13, 9/16) DJI Inpire2 Zenmuse X5S를 이용하여 정사영상을, PARROT SEQUOIA를 이용하여 근적외선(NIR, near infra-red) 영역이 포함된 다중분광(multispectral) 영상을 촬영하였다. 촬영된 영상 중 NIR과 RED 밴드를 조합하여 식생활력을 파악할 수 있는 NDVI(normalized difference vegetation index)와 토양보정식생지수인 SAVI(soil adjusted vegetation index)를 계산하였다. NDVI와 SAVI는 식생의 활력을 대표하는 지수로서 1에 가까울 수록 식생이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솔공원에 식재된 대표 수종 중 침엽수 3종(소나무, 스트로부잣나무, 메타세쿼이아), 활엽수 3종(대왕참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을 대상으로 각각 10주씩 총 60주의 NDVI와 SAVI의 변화를 모니터링하였다.   

정사영상과 NDVI, SAVI, 식재 및 시설물 계획평면도를 중첩한 결과 수목의 고사 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완공 후 1년 정도 지난 도솔광장은 과거 논으로 이용된 이력이 있던 곳으로서 일부 지역에 배수가 불량하거나 관리 문제 등으로 고사목이 발견되었다.  특히 NDVI, SAVI와 식재 계획평면도를 중첩한 결과 수목의 활력도 변화를 시기별로 확인하여 식생의 건강도를 상대적으로 비교하고 변화 경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도솔공원에서는 활엽수 중 이팝나무, 침엽수 중 스트로브잣나무의 식생활력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수목의 활역도는 수종, 수형, 엽면적지수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수종별로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운 결과이나, 매년 동일한 시기에 지속적인 촬영을 통해 활력도를 분석한다면 도시녹지의 활력도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론이라 기대된다. 다만 식재된 수목의 수형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상황에서는 영상 기반 식생활력도 측정에 한계가 있으므로 현장조사와 병행하여 모니터링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관련연구

도솔공원 정사영상 및 식재 계획평면도 중첩 결과

도솔공원 주요 수목에 대한 NDVI(B), SAVI(C)(2018/5/21, 7/13, 9/16)

경계에 대하여

2021.2.3

유역(watershed)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있는가? 

빗방울은 무게가 있다. 빗물 역시 중력에 의해 더 낮은 곳으로 흐르게 된다. 일부는 부드러운 흙 속에 머무르거나 지하수가 되고 일부분은 증발되어 공기중으로 날아기기도 하지만 많은 양이 땅 위를 따라 흐르며 한 곳으로 모이게 된다. 일정 영역에서 빗물이 한 곳으로 모이는 경계를 유역이라고 부른다. 유역을 구분하는 경계는 지형에 의해 만들어진다. 지형의 높고 낮음, 굴곡과 형상에 의해 빗물이 흐르는 방향과 속도가 결정되며 유역의 크기에 따라 모이는 빗물의 양이 달라진다. 유역은 생물의 서식공간을 규정하고 이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면서 생물에게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된다. 지형에 큰 영향을 받는 소형 야생동물이나 수생태계에 서식하는 어류 등 생물에게 유역은 하나의 소우주와 같은 외부와 격리된 공간일 것이다. 계곡은 하천이 되고 강으로 모이면서 물은 깊어지고 넓어지며 여러 환경을 담아내면서 하나로 이어진다. 넓어진 유역은 대지의 모든 것을 채워간다. 유역의 경계는 높이로 대표되는 지형의 물리적 속성으로 형성된다. 

사회에도 경계는 존재한다. 내 땅과 이웃을 구분하는 필지에서부터 읍면동, 시군구, 도, 국가, 대륙까지 지구라는 범위에서만 봐도 땅이라는 대상은 여러 위계의 경계로 구분된다. 복잡한 인간사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경계는 거미줄과 같이 전 땅과 바다를 채워간다. 경계가 존재함으로써 구성원들은 동질감을 느끼고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웃은 나와 비슷한 삶의 방식을 갖고 있고 우리 동네, 우리 시, 우리 도, 우리 나라는 나와 유사한 존재로서 외부와 구분되는 연대감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렇게 형성된 경계는 정치, 사회, 경제적 요인들에 의해 왜곡되고 비틀리며 집단간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민족, 문화, 역사, 물리적으로 이어져 있는 남한과 북한이 DMZ를 통해 단절된 상태로 지내는 것도 경계가 갖는 모순이라 할 수 있다. 어디에서 태어났는지에 따라 특정 국가를 쉽게 방문할 수도, 입국조차 할 수 없는 상태인지 결정되는 것도 참 이상하다. 

생태계에서 경계는 다양한 위계를 갖는다. 경관생태학(landscape ecology)은 스케일에 대한 중요성을 주요 이슈로 다루고 있는데 이는 경관(landscape)을 이용하는 대상의 크기와 특성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대형 동물은 큰 경계와 장벽에 영향을 받지만 작은 동물은 조그마한 지형이나 물리적 조건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경관생태학에서 다루는 자료의 스케일 1제곱미터 이하부터 전 지구적 규모까지 다양하다. 스케일에 따라 규정하는 경계 역시 달라지게 되며 경계의 강도와 질적 수준도 변화할 수 있다. 경관생태학은 경계 이면에서 벌어지는 생태적 현상, 종과 환경 또는 종간, 이질적 환경간 상호작용을 다루는 과정에서 가장자리 효과(edge effect)를 제안하였다. 완벽하게 둘로 갈라지는 기준이 경계로 만들어졌더라도 시간에 따라 경계 이면에는 상호작용이 발생하고 이질적 공간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공간의 섞임과 혼란은 특정한 상태로 안정화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가장자리 효과라고 부른다. 산림을 절개하고 만들어진 목초지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고, 경계가 흐려지는 것을 상상해 보면 가장자리 효과를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경계는 특정 기준에 의해 구분되는 한계이다. 동질성을 지닌 물리적, 이념적 영역이다. 성격에 따라 동일한 대상에도 여러 경계가 만들어질 수 있고 이 경계는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경계 이면의 상호작용은 이질성을 안정화로 이끄는 힘이 작용하여 독특한 환경을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경계와 인접 환경은 생태계나 인간 사회에도 유사하게 적용되는 현상이라 생각된다. 다만 인간이라는 존재의 모순과 사회의 복잡성이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게 하기에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쳐버릴 뿐. 그렇지만 경계는 변화의 시대에 걸맞는 중요한 공간이며 터전이다. 경계인데도 아름답다가 아닌, 경계라서 아름답다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경계에 대해 더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함민복 시인은'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라는 시를 통해 경계에 대한 마음을 담아냈다. 경계는 이쪽과 저쪽을 나누는 구분이 아닌 화해와 통합의 영역인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새로운 연구에 도전한다는 것

2021.1.29

1월은 자신의 나이가 가장 낯선 시간이다. 익숙했던 숫자였던 "작년"라는 시간을 뒤로 하고 맞이하는 새로운 "올해"는 어찌저찌, 이래저래하다 보내버린 아쉬운 지난 날 처럼 마음 속을 괴롭히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벌써 1월도 이만큼 지나가 버렸다. 

새로운 연구를 시작한다는 것도 달력을 바꾸는 것 처럼 미련이 남는 일인 듯 하다. 익숙했던 일, 해 왔던 것들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참 어렵다. 오랜 시간 동안 계속 해왔던 일은 더 미련을 갖게 만들며 주저하게 한다. 그렇지만 불편함을 이겨내는데 시간이 필요한 것 처럼 어색함에 익숙해지는 데에도 기다림이 필요하다. 시간은 흘러갈 것이고 어느 순간 새로운 분야의 연구도 일상이 될지 모른다. 아직까지 열정이 남아있는 연구자라면 늘 새로움에 도전해야 하는 사명감을 갖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연구자로서 고민이 될 때 가끔 들춰보는 책이 있다.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학문"은 지금과 다른 배경에서 집필된 책이지만 지금의 학자들에게 중요한 이야기을 남겨놓았다. 직업으로서의 학문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지성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열정을 통해 "체험"을 내면화하고,  학문적 영감을 발전시키며, 오직 자신의 과업에 내적으로 몰두하고 주제에 헌신하는 사람만이 "개성"을 갖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단순히 연구라는 행위를 직업의 하나로만 생각하지 않고 열정을 쏟고 헌신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연구자에게 무거운 짐이기에 이 모든 것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과학이라는 굴레에 집착하지 않고 연구의 목적을 생각하면서 우리의 삶을 긍정적으로 유도하는 주제를 다루고자 한다면 새로운 연구는 어쩌면 연구자들에게 자연스레 따라오는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문득 쌓인 눈을 보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겼다. 

참고자료

도시의 변화를 어떻게 예측하고 정책을 준비할 수 있을까? 

지역의 미래 환경 비전 공간화를 위한 토지이용계획 시나리오 체계 연구

2021.1.27

생태학이 생물과 비생물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이라 설명한 적이 있다. 생태학의 터전인 생태계에는 동물과 식물, 미생물 등과 같이 살아있는 생명이 존재하고 이들의 서식 기반이 되는 환경이 상호작용하며 생명을 부양하고 있다. 상호작용은 변화를 야기한다. 살아있는 모든 상호작용은 자신과 주변을 변화시키며 나아가 큰 흐름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도시는 사람의 쾌적한 삶의 질을 보장하는 "인간에게 최적화된 공간"이다. 이 공간의 주체는 인간이고 따라서 인간이 필요에 따라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소멸시키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도시가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지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될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도시학자 또는 공간계획가, 미래학자 등에 의해 도시의 변화는 어느 정도 예상되기도 한다. "지역의 미래 환경 비전 공간화를 위한 토지이용계획 시나리오 체계 연구(2020)"는 도시의 미래를 어떻게 공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상되는 도시의 변화를 시나리오로 정리하고 이 내용이 공간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모델링과 연계하였다. 가볍게 연구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시나리오 설계는 기후변화 및 생태계서비스 커뮤니티의 시나리오 구성 절차를 활용하였다. 영국과 일본,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Intergovernmental Science-policy Platform on Biodiversity and Ecosystem Service) 등은 시나리오를 활용한 준비된 미래의 환경관리 또는 생태계서비스 관리를 위해 여러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 연구는 선행연구를 참고하여 미래 시나리오를 설계할 수 있는 변수를 확정하였다. 연구 대상지인 안산시를 대상으로 예상되는 도시의 미래에 대한 협의 과정에서 관계 기관, 관련된 다 분야 전문가, 공무원 등과의 피드백을 거쳤으며 이를 토대로 스토리라인을 확정하였다. 시나리오에 따른 토지이용 변화 미래 시점은 2050년으로 설정하였다. 모델링은 토지이용 변화를 공간으로 구현하기에 적합한 CLUE-s 모델 구조를 따랐으며 유전자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공간을 구체화하였다. 예측은 과거 토지피복(2000년)과 최근 토지피복(2013)의 변화가 개발 및 개발제한 인자와 어떠한 공간적 관련성이 있는지를 모색하는 구조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 연구에서는 총 5개의 미래 시나리오를 확정하였다. 시나리오1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을 고려한 BAU 시나리오, 시나리오2는 환경 공학기술 기반으로 발전하는 도시 안산, 시나리오3은 생태도시 안산, 시나리오4는 기후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으로 기후안전사회를 구축하는 도시, 시나리오5는 스마트 축소도시 안산으로 설정하였다. 각 시나리오별로 예상되는 토지이용 변화를 도면화하고 공간의 변화를 예측하였다. 즉, 안산시와 같은 지자체 단위에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따라 공간이 변화하는 수준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수립하고 있는 지역 정책의 타당성, 환경적 부하 수준, 시민의 수용성 등을 보다 현실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시나리오 구성, 스토리라인 구체화, 공간분석의 불확실성 등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가 남아있지만 지역의 미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시나리오 및 모델링 연구는 계속 이어질 필요가 있다. 

생태학을 다시 끄집어 내보자. 생물과 환경의 관계는 상호적이다. 생물이 환경을 변화시키지만 환경이 생물의 변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도시가 인간의 요구와 필요의 총합으로 현재 존재할 지 모르지만 계획가는 인간의 변화를 유도하는, 또는 긍정적인 미래를 이끌어 내는 상호작용을 꿈꾸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도시 행정에서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시나리오와 모델링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점이다. 

관련연구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 토지이용 변화(안산시 사례)

도시에서 작은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도시생태계에서 곤줄박이(Parus varius varius)와 박새(Parus major)의 행동권 연구

2020.3.17

박새과는 참새목의 소형조류이며 비교적 개체수가 풍부하여 조류 군집 연구 대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생김새가 귀엽고 봄철 번식기 등 울음 소리(song)의 특징이 명확하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새이다. 박새과 중 우리나라에서 주로 서식하며 도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종은 박새(Parus major), 쇠박새(P. palustris), 곤줄박이(P. varius), 진박새(P. ater)  등이다. 이 중에서 박새와 곤줄박이는 개체수가 상대적으로 많고 도시에서 번식하여 사람들과 친숙한 종이기도 하다. 특히 박새과는 대표적인 산림성 식충 조류로서 해충을 잡아먹는 작은 새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박새과는 2차 수동성 조류로서 인공새집이나 동공(나무 구멍 등)을 둥지 자원으로 이용하여 번식한다. 도시에서도 전봇대나 인공 구조물에 존재하는 작은 구멍을 둥지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연구실에서는 인공새집을 제작하여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 산림지역과 천안시에 위치산 근린공원에 약 30개를 부착하였다. 2017년에는 단국대학교 인접 산림에서 인공새집을 이용한 곤줄박이를 대상으로 유조(새끼 새) 5마리를 대상으로 이소(離巢) 직후부터 약 2주 동안 서식지 이용을 추적하였으며, 2019년에는 천안시 청사공원에서 어미 박새 1개체를 대상으로 서식지 이용을 모니터링 하였다. 

박새와 곤줄박이 같이 작은 새의 이동을 추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박새와 곤줄박이는 길이가 약 12-14cm, 추적을 시작했을 당시 무게는 약 16-20g 정도로 매우 작은 생명체였다. 정확한 이동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신호를 발신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해야 했다. 본 연구에서는 0.4g의 VHF 방식의 발신기(PIP4/NTQB-2, two stage radio transmitter)를 부착하여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지만, 직접 부착, 백팩 형태의 연결 등 부착 방식에서도 시행착오가 많았고, 추적 과정 역시 오전 오후 각각 2시간 이상씩 진행하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다해야 했다. 

15일 동안 추적한 곤줄박이 유조의 행동권 변화는 재미있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오랫동안 위치가 확인된 1개체에 대한 행동권은 초기 5일 동안 1.38ha에서 6-10일까지 1.42ha, 11-15일 2.14ha로 점차 넓어지고 있었다(MCP 기준). 초기에는 인간에 대한 교란으로 둥지에서 먼 곳에서 생활하다가 교란에 적응되어 점차 인공둥지와 가까운 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특징이었다. 이 과정에서 산림 내부 및 도로 인접 지역까지 이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었다. 

이소 전후로 각각 1주씩 추적된 어미 박새의 행동권 변화도 주목할 만 한 데이터를 남겨주었다. 이소 전 6일 동안 어미 박새의 평균 행동권 크기는 1.68ha, 이소 후 6일 동안은 0.98ha로 행동권이 유조 이소 이후 감소하였다. 박새는 이소 전 시기에 육추 과정에서 필요한 먹이자원을 수집하기 위해 더 넓은 범위를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특이한 점 중 하나는 행동권 면적이 줄어듦과는 다르게 박새는 이소 전보다 후에 핵심 행동권이 0.033ha에서 0.041ha로 넓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이소 이후 둥지를 이용하는 빈도가 감소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박새는 공원 내부에서 주로 활동하였으나 먹이자원을 획득하기 위해 공원 주변 가로수나 소규모 녹지로 이동하는 모습도 포착되었다. 박새는 가로수 및 근린공원과 인접한 교목이 식재된 화단, 방치된 개발부지 내 녹지 등을 서식지로 이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빈도는 장기적인 추적을 통해 더 확인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도시생태계에서 장기적인 박새의 행동권 연구 및 이소 이후 서식지 선택 등에 본 연구 방법론이 활용된다면 도시생태계 구성 요소를 계획·설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관련연구

참고문헌 및 자료

연구대상지

곤줄박이 유조의 이소 이후(초기-중기-후기) 행동권 변화

어미 박새의 이소 전/후 행동권(MCP 기준)

어미 박새의 이소 전/후 행동권(Kernal Density 기준)

박새가 이용하는 공원 주변 도시 녹지 사례

도시공원에도 여러 말벌이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

2019.12.09

일반 사람들에게 말벌에 대한 이미지는 썩 좋지 않다.  독성이 강해 쏘이면 매우 아프고 심하면 사람에게 치명적인 독침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 다큐멘터리 등에서 꿀벌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쌓여 있어 말벌은 대체적으로 나쁜 곤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최근 4년 동안 119 구급대가 이송한 환자가 연평균 7천 명 이상에 이르고 2017년 기준으로 12명이 벌에 쏘여 사망했을 정도이니( 한겨레 기사, 2018.10.15),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할 만 하다. 

정형화된 이미지와는 다르게 말벌은 생태계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곤충이다. 실제로 말벌은 대부분 곤충계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여러 벌뿐만 아니라 메뚜기, 나방 및 나비 애벌레 등의 곤충을 잡아먹어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한다. 또한 말벌의 성충은 꿀이나 나무의 수액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꽃가루받이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말벌로 인한 피해가 큰 것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도시화율과 인구밀도가 높아 자연, 반자연, 도시지역에서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표적인 취미활동인 등산 및 트레킹, 성묘 또는 벌초, 산림 깊숙히 파고들어 건설되는 전원주택 또는 택지개발의 형태가 복합적으로 말벌과 인간의 충돌을 가속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도시에서 말벌은 잘 살 수 있는 곤충인가? 

도시는 공원, 가로수 등 녹지가 풍부하고 주변 자연지역보다 온도가 높으며 천적의  우려가 적은 특성으로 말벌의 서식에 적합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유럽 및 아시아 지역에서 도시내 열섬현상과 녹지 증가로 도시 내 출연하는 말벌의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양봉장 등에서 경제적 피해 역시 증가하는 추세이다. 실제로 천안시 서북구 지역에서 2013년부터 2018년 8월까지 천안서북소방서에 신고 접수된 벌집 및 물림 피해 건 수가 약 3,600건 수준이었으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숫자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7~9월에 대부분의 피해가 발생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동/리 별로 신고 건 수를 분석한 결과 인구 수에 비례하여 높은 신고 빈도가 확인되었으며, 시가화지역 및 나지 비율이 높을수록 말벌 피해가 잦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렇다면 도시공원에서는 어떠한 말벌이 어떤 패턴으로 서식하고 있을까? 천안시에 위치한 27개 어린이공원을 대상으로 말벌트랩을 설치하여 말벌을 포획하였다. 2018년 4월부터 11월까지 32주간 트랩을 매주 회수하여 말벌속을 포획한 결과, 말벌(Vespa crabro flavofasciata), 좀말벌(Vespa analis parallela), 장수말벌(Vespa mandarinina), 꼬마장수말벌(Vespa ducalis), 등검은말벌(Vespa velutina nigrithorax) 등 5개 종 818개체가 포획되었다.  종별로는 좀말벌 290개체(35.4%), 말벌 260개체(31.8%), 꼬마장수말벌 100개체(12.1%), 장수말벌 87개체(10.6%), 등검은말벌 81개체(9.9%) 순으로 포획되었다. 일반적인 말벌속이 6월 중순 이후 개체수가 급감하였으나, 등검은말벌은 10월 중순부터 다수가 포획되어 활동 방식에 계절적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할 수 있었다. 어린이공원별로도 출현하는 종과 숫자가 달랐는데, 상위 6개 공원에서 전체의 44.3%가 포획되었다. 말벌이 많이 잡힌 공원은 녹지의 건강성이 높은 식생을 다수 포함하는 곳이었으며, 주변 토지이용이 초지 또는 나지인 경우 말벌속 포획 빈도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말벌속이 도시생태계에 어떻게 적응하고 어떠한 생활사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기초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연구실에서 수집하고 있는 말벌속 출현 데이터는 도시생태계를 이해하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자연은 도시에 적응하고 있다. 이제 비슷한 방식으로 인간도 자연에 마음을 열어야 할 시점이다. 

관련연구

참고문헌 및 자료

연구대상지

2013-2018.8 말벌 신고 건수와 평균기온

천안시 어린이공원에서 포획된 시기별 말벌속 5종 개체수

자연생태계에 설치한 CCTV, 무인센서카메라

2019.11.18

야생동물은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동물은 개나 고양이처럼 사람이 키우는 반려동물이거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 주변에 잘 적응해 살아가는 까치, 비둘기, 집쥐 등일 것이다. 우리 눈에 잘 띈다는 것은 야생동물 입장에서 위험에 노출되기도 쉽다는 의미일 것이며, 곧 포식자에게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될 우려가 있다. 대부분의 야생동물은 포식자 또는 잠재적인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잘 숨고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러한 야생동물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의 관찰이 요구된다. 오랜 시간, 그리고 야생동물의 서식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잠복 수준의 관찰은 매우 어려운 연구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범죄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CCTV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객관적인 자료가 확인되는 2014년 이후 6만 건 이상의 범인 검거에 CCTV가 활용되었으며  그 숫자는 해가 지날수록 증가하고 있다(보안뉴스, 2018.10.02). 방법의 차이는 일부 있겠지만 설치된 CCTV는 하루 24시간 동안 정해진 영역의 모든 영상을 기록하거나 특정 문제 징우가 발견될 경우 해당 지역의 영상을 기록한다. 이와 같은 방식을 야생동물 모니터링에 활용한다면 생태계 모니터링 역시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야생동물 모니터링은 이제까지 현장조사를 통한 족적(발자국), 배설물 등 흔적조사를 통해 이루어졌다. 야생동물의 흔적, 이동경로 등을 사람의 발과 눈 등을 이용하여 추적하는 방식은 시간과 장소, 비용의 한계로 인해 대규모로, 그리고 실시간으로 진행되는데 한계가 존재하였다. 특히 사람이 찾아가기 힘든 지역이나 사람에게 매우 예민한 종의 모니터링 과정에서는 전통적인 조사 기법에 한계가 더 큰 상황이었다. 무인센서카메라를 이용한 카메라트래핑(Camera trapping)은 카메라 앞을 지나가는 야생동물의 움직임을 포착하여 자동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기법으로, 움직임을 포착하여 자동 촬영되기 때문에 자연생태계에 대한 교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내부종처럼 사람에게 민감한 종이나 야생성 동물처럼 사람의 눈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종의 조사에 매우 적합한 방법이다. 

연구실에서는 충청북도 청주시 오창읍에 위치한 생태습지 복원사업지(2014년 완공)를 대상으로 2019년  3월부터 9월까지 약 6개월 동안 6개의 무인센서카메라(Passive Camera Trap System, Big EYE D3, Bushwhacker inc.)를 설치하고 야생동물 이용 현황을 조사하였다. 카메라는 움직임이 감지되면 연속으로 3장의 사진이 촬영되도록 설정하고 센서 감지 및 촬영 간격을 30분으로 설정하여 동일한 종이 지속적으로 촬영되는 것을 방지하였다. 

6개월 동안 총 6대의 무인센서카메라에서 137,664장의 사진이 촬영되었다. 이 중 동물의 존재가 확인되고 동정이 가능한 1,040장의 사진을 활용하여 야생동물 종을 구분하였다. 이 결과 고라니, 멧토끼 등 포유류 4종이 총 91회, 꿩, 물까치, 어치 등 조류 10종이 260회 촬영되었음을 확인하였다. 포유류 중에서는 고라니가 93%로 가장 높은 출현율을 보였다. 멧토끼는 복원림에만 출연하였고 청설모와 족제비는 참조산림에만 포착되었다. 조류 10종 중에서는 흰뺨검둥오리가 65%로 가장 많이 출현하였으며 왜가리, 백로류 역시 다수 발견되었다. 참조산림에서는 개똥지빠귀, 되지빠귀, 어치 등이 발견되었다. 

연구 결과를 과거 모니터링 보고서(2014-2016)와 비교한 결과 포유류의 경우 무인센서카메라가, 조류의 경우 현장조사에서 더 많은 종이 발견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멧토끼와 족제비, 호랑지빠귀, 되지빠귀, 물까치는 무인센서카메라에서만 확인된 종으로 의미가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 볼 때, 무인센서카메라가 기존 현장조사를 보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본 연구 대상지처럼 생태복원 사업을 진행한 경우 시간의 경과에 다른 환경의 변화와 야생동물 서식환경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장기적인 모니터링의 방법론으로 무인센서카메라를 활용하는 것이 제안된다. 

관련연구

참고문헌 및 자료

연구대상지

무인센서카메라

촬영된 야생동물

도시림 수목은 1년에 얼마나 자라고 있을까?

2019.11.11

산에는 나무가 자란다. 강원도나 경상북도 산골에도 산과 숲이 있고 서울과 대전시 같은 대도시에도 산이 있고 나무가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 산림에서 나무는 매년 얼마나 자랄 수 있을까?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정기적으로 나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많은 자료를 생산하고 있고, 당연히 수목의 생장량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입목재적 바이오매스 및 임분수확표(2012 초판)"를 보면 주요 수목별로 임령(나무의 나이)와 지위지수(우세목의 높이)에 따라 생장량을 구분하고 있다. 지역별로, 나이별로, 나무의 높이에 따라 생장량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관련 자료를 세분화하는 것이 당연한 듯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대단한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할 만 하다. 지위지수에 따르면 리기다소나무는 광릉지역에서 연간 23.9cm 정도 자라고 있다고 한다. 광릉의 지리적 특성이 산림에 가까우므로 도시림과는 약간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실에서는 천안시 서북구 봉서산을 대상으로 도시림의 생장량을 분석하였다. 봉서산은 도시에 둘러싸인 대표적인 도시림의 입지를 보이고 있다. 

수목의 수고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항공 LiDAR를 이용하였다. LiDAR는 일종의 공간 스캐너라 할 수 있다. 항공기에서 지상을 향해 스캐닝을 하면 지상의 모든 지형과 지물을 3차원 포인트로 저장할 수 있다. 마치 아이폰X에서 face ID를 실행하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LiDAR 데이터 처리를 통해 수목의 맨 꼭대기와 지면을 추출해 내고, 이 두 값의 차이를 통해 수목의 높이를 계산할 수 있다. 당연히 서로 다른 두 시기의 LiDAR를 통해 그 차이만큼의 생장량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실에서는 2016년과 2017년 두 시기의 항공 LiDAR를 이용하여 수목을 높이차를 파악하였다. 

그렇다면 수목들의 평균적인 높이 변화가 수고(나무의 높이)의 변화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수고라고 하면 나무의 가장 높은 꼭대기의 높이를 일컫는다. LiDAR의 평균 높이 차이는 수고뿐만 아니라 나무의 평균적인 높이의 차이를 의미하게 된다. 수고는 수목의 가장 높은 곳을 측정하는 작업이며, 따라서 수목을 개체별로 한 그루씩 구분하고 가장 높은 지점의 높이를 측정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천안시 봉서산의 리기다소나무는 1년 동안(2016.4-2017.12) 20.0cm가 자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결과는 광릉의 동일 수종보다 3.9cm 작은 수치이나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시기의 차이, 관측 방법의 차이 등을 모두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연구

참고문헌

연구대상지(봉서산)

수고생장량(예시)

생태학과 조경

2019.09.26

생태학은 생물(biotic)과 비생물(abiotic)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생태계는 이 두 요소로 구성되며 생물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이 생태계 관리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조경 분야는 이 중에서도 인간의 개입, 교란 또는 관리가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한 걸음 더 나아간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생태계는 계층을 이룬다. 개체, 개체군, 군집, 생태계, 경관, 생물군계, 생물권으로 이어지는 계층 구조는 생태계 연구의 시간과 공간 스케일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조경분야는 개체군과 군집, 생태계, 경관 수준의 연구를 주로 다루게 된다. 

생태학은 다른 학문들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생화학, 유전학, 생물학, 식물생리학, 지질학, 수리학, 기상학, 인간생태학, 역사, 사회, 토양, 농업 등 생태계 또는 환경을 다루는 모든 분야와 연관성이 있다. 생태학은 조경학과도 잘 연계된다. 조경생태학은 인간활동을 전제로 한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한 새로운 해법을 고민하면서 출발한다. 

<생물과 환경의 상호작용>

출처: Elements of Ecology 9th Ed.(Smith and Smith.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