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본 연구실에서는 식중독/감염 미생물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독성인자 및 독소에 대한 연구 진행 중입니다. 또한 비브리오균, 병원성 대장균 등 다양한 항생제 내성 식중독 세균/인체감염균을 제어하기 위해 생물학적 소재(박테리오파지) 혹은 화학적 소재(독성억제물질)를 발굴하고 있으며, 그 복합처리 방법 등을 고안하고 있습니다. 이는 Food pathobiome, Gut pathobiome을 건강한 microbiome으로 되돌리는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연구배경

특정 환경 내에 존재하는 미생물군 전체를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라고 하며, 이 미생물군 유전체 및 그 유래물의 총합을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 합니다. 피부, 구강, 소화기관 등에 존재하는 미생물군집이 다양한 측면에서 인체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건강 및 질병 상태에 따른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식품/환경 내 마이크로바이옴도 분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마이크로바이오타/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대부분은 정성적인 현상 관찰에 머무르고 있으며, 기전을 바탕으로 한 이해 및 이를 활용한 마이크로바이옴 개선 연구는 이제 시작단계에 있습니다. 

식품 위해 미생물에 의한 급성 식중독과, 잘못된 식습관에서 비롯된 만성 대사성 질환 (비만/당뇨/고혈압) 등 다양한 질병 상태와 관련된 장 내 위해세균 군집을 '페쏘바이오타(pathobiota)’라고 합니다. 이와 유사하게 식품 내 존재하여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식중독 위해 미생물군 유전체를 Food Pathobiome이라고 합니다. 

소화기관 혹은 식품의 미생물 군집 균형이 깨지면 이 pathobiota들이 급격히 증식하여 그 생태환경을 우점하게되고 질병으로 이어집니다. Pathobiota의 우점을 막고, 다시 건강하고 균형 잡힌 microbiome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미생물 군집을 구성하는 요소 상호간에 주고 받는 영향, 즉 미생물-미생물, 미생물-숙주, 그리고 세균-바이러스 간의 상호작용을 분자수준에서 명확히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에 본 연구실에서는 세균 단백질독소(bacterial protein toxins), 세균 정족수 인식(Quorum sensing),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등 ‘인체-세균-바이러스’ 간의 상관관계를 탐구하고 이를 조절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대표 연구대상 세균

식중독 비브리오균

패혈증 비브리오균(Vibrio vulnificus)에 의한 감염은 국내에서 매년 50여건씩 발생하며, 감염 환자 중 50% 이상이 사망에 이르게 되는 치명적인 법정 감염세균입니다. 주로 오염된 수산물을 생식하였을 때 소화기관을 통하여 감염되며, 실제 국내외 수산물 식중독 사망사고의 거의 대부분(95% 이상)이 바로 이 단일 세균 종에 의해 발생합니다. 때로는 피부의 상처부위가 오염된 해수에 닿아 감염되기도 하며, 따라서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중에 감염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세균이 인체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이유는 다양한 독성인자(virulence factor)들을 발현하여 인체의 면역 및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각종 조직과 장기를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장염 비브리오균(Vibrio parahaemolyticus)은 여름철 수산식품 섭취와 관련된 장염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균이며, 세계 각지에서 판데믹(pandemic)을 유발한 적도 있는 식중독 세균입니다. 인간 뿐만아니라 새우 등 수산생물에 대해서도 병원균으로 작용할 수 있어 양식장 등에서 수산식품 생산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패혈증 비브리오균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독성인자의 구성이나 발현 조절 방법이 서로 다른 경우도 많습니다. 

기존에는 항생제를 이용해 이 식중독 비브리오균들을 억제하여 왔으나, 최근 다제내성 비브리오균들이 등장하고 있어 미래가 밝지 않습니다. 때문에 이 식중독 비브리오균들의 독성 기전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동시에,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의 발견과 방법의 고안이 절실해졌습니다.

     How and Why Do Flesh-Eating Bacteria "Eat" Flesh? - ASM article on V. vulnificus

병원성 대장균

병원성 대장균은 축산 농가로부터 유래하는 오폐수가 다양한 농산식품의 재배지로 흘러들어 올 때 함께 전달되어 농산식품을 오염시키며, 축산물 자체가 오염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원성 대장균의 종류에는 enterotoxigenic E. coli (ETEC; 장관독소원성 대장균), enteropathogenic E. coli (EPEC; 장관병원성 대장균), enteroinvasive E. coli (EIEC; 장관침입성 대장균), enteroaggregative E. coli (EAEC; 장관응집성 대장균), 그리고 enterhemorrhagic E. coli (EHEC; 장관출혈성 대장균) 등이 있는데, 이 중 특히 EHEC은  쉬가 독소(Shiga Toxin)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Shiga Toxin producing E. coli (STEC)라고도 불립니다. STEC은 복통, 설사, 출혈성 대장염 등을 일으키고 특히 5세 미만 영유아에게는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을 일으켜 심각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게 합니다. 쉬가 독소는 STEC의 유전체 속에 숨어있는 박테리오파지에 암호화되어 있으며, 항생제를 처리할 경우 더 많이 발현되기 때문에 STEC 감염에 있어 항생제는 극히 제안된 경우에 한해 처방됩니다. 최근 축산농가 내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해서 다양한 항생제에 저항성을 지니는 다제내성 병원성 대장균들도 등장하고 있어 식품안전과 국민보건을 더욱 심각히 위협하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주제

1) 인체-세균 상호작용: 식중독 세균의 단백질 독소 / 독성인자 연구 (한국연구재단 지원)

1. 거대 다기능 반복서열 독소 MARTX toxin: 

MARTX (multifunctional autoprocessing repeats-in-toxin) 독소는 약 3200~5200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거대 단백질 독소로, 하나의 polypeptide안에 모듈 형식의 다양한 독성 이펙터 도메인들과, 이 이펙터들을 숙주세포 내부로 전달하기 위한 반복 서열 부분을 지니고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국내 수산식품 유래 식중독 세균(패혈증 비브리오균, 에어로모나스 하이드로필라균 등)에 존재하는 MARTX 독소 서열을 비교/분석하여 그 위험성을 예측/평가하고, 이 단백질 독소의 생화학적, 구조적, 독소학적 특성을 밝히고자 합니다. 즉, 이펙터들이 인체세포의 어떤 타겟 단백질과 상호작용하여 독성을 발휘하는지를 탐구하며, 인체세포의 어떤 수용체에, 어떤 형식으로 결합해 이펙터 전달을 위한 구멍을 형성하는지 밝히고자 합니다. 보튤리늄 독소가 미용시술에 널리 이용되고 있는 것처럼, 향후 이 독소의 특성을 이용해 유용한 단백질 혹은 펩타이드 등을 인체/동물 세포 내부로 직접 전달하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MARTX 독소에 대한 명확한 기전 이해는 이 독소를 지닌 다양한 식중독균/감염균이 숙주와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는지를 알려줄 것이고, 이를 억제함으로써 이 독소가 매개하는 식중독/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기초 지식을 제공할 것입니다. 

2. Other virulence factors: 

식중독/감염 세균은 MARTX 독소 외에도 다양한 단백질 외독소를 만들어 분비하며, 이를 통해 숙주를 공격합니다. 단일 독소가 아닌 여러 독소가 활용되는 이유는 이 독소들이 상호 협력할 때 더 큰 병원성이 발휘되기 때문입니다. 세균의 최대 병원성 발현에 있어 이러한 외독소들이 어떻게 상호 협력하고 있는가를 파악하고 그 협력을 억제한다면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식중독/감염세균의 병원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외독소 뿐만 아니라 세균들이 숙주 환경 내에서 생존/생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다양한 대사 및 생리 특성 역시 식중독/감염 세균의 독성인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물막(biofilm) 형성은 식품가공공정 중 다양한 설비에 혹은 인체에 식중독 세균이 부착, 증식하는데 활용되는 독성인자이며, 시알산 (sialic acid) 대사 능력은 다른 미생물들과의 영양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특정 세균이 특이적으로 활용하는 독성인자입니다. 

이 독성인자들을 발굴하고 특성을 규명하면 특정 식중독/감염 세균을 제어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며, 선별 배지 개발 등 실제 산업·연구 현장에서 해당 식중독균들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검출하는 기법을 개발하는데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2) 세균-바이러스 상호작용: 식중독 세균을 감염하는 박테리오파지 연구 (식품의약품안전처 지원)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는 세균(bacteria)을 잡아먹는(phage) 바이러스 이며, 줄여서 파지라고도 부릅니다. 파지는 크게 감염한 세균을 단 시간내에 터뜨려 죽이는 용균성 파지와 감염 세균의 유전체에 자신의 유전체를 숨겨 살아가는 용원성 파지로 나뉩니다. 이 중 용균성 파지는 식중독/감염세균을 터뜨려 죽일 수 있으며, 그 숙주에 대한 특이성이 매우 높아(즉, 인간 세포를 감염하지 않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GRAS로 인정, 식품첨가물소재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패혈증 비브리오균, 장염 비브리오균, 병원성 대장균 등 다양한 식중독/감염 세균을 공격하는 박테리오파지를 환경 및 식품 샘플에서 분리하고, 그 형태, 생물학적, 유전체적 특성을 분석하며, 나아가 이를 식품의 생산, 가공, 유통, 소비 과정에서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수산 양식업/수산물 유통/식당 등에서 비브리오 검출 및 억제에 활용)

한편, 박테리오파지의 유전체 중 80%는 아직 그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unknown gene으로 남아 있습니다. Restriction enzymes, CRISPR/Cas, anti-CRISPR 등 다양한 생명공학/합성생물학 toolkit이 이 박테리오파지 혹은 세균-박테리오파지 상호작용에 관한 기초연구(basic science)에서 유래했을 정도로 박테리오파지는 신규 유전 자원의 보고입니다. 엔도라이신/홀린/디폴리머라제를 비롯해 다양한 파지의 유전자/단백질, 혹은 counter part인 세균의 파지 관련 유전자/단백질을 연구함으로써 생명현상의 비밀을 규명하고, 나아가 새로운 생명공학/합성생물학 toolkit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3) 세균-세균 상호작용: 항생제 내성 세균 및 세균 정족수 인식 (Quorum sensing) 연구 등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립수산과학원 지원 외)

1. 항생제 내성세균 제어기술 개발 연구:

원료 식품의 생산단계에서 경제동물의 질병 예방 및 생산성 증대를 목적으로 항생제들이 오남용되면서 식품 내 항생제 내성균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식중독 병원성 세균 역시 항생제 내성 기질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 문제가 대두되며 사료 및 농약 내 항생제 사용이 제한되고 있으나 이는 오히려 식품 내 항생제 내성균 및 병원성 세균의 불완전한 제어로 이어져 식중독 발병 위험을 높이는 식품안전 위협 요소가 됩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농축수산식품에서 유래하는 식중독 세균을 대상으로, 1. 농축수산식품 유래 식중독 세균의 항생제 내성 특성을 분석하고, 그 내성 유전자의 분포 및 세균-세균 간 전파 특성을 규명하며, 2. 가장 주된 독성/생존 인자를 발굴해 그 유전자의 발현이 어떤 조절 단백질에 의해 이루어 지는지를 탐구함으로써 독성인자의 발현을 억제하기 위한 제어 타겟으로 발굴하고자 하며, 3. 실제로 독성/생존 인자의 발현 억제를 통해 농산식품 유래 식중독 세균을 제어하는 항생제 대체물질을 탐색하여 농산식품 관련 식중독 세균의 항생제 내성 유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신규 제어기술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또한 농산식품 유래 식중독 세균을 억제할 수 있는 박테리오파지도 확보/분석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며, 항생제 대체물질과 복합처리함으로써 그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2. 세균 정족수 인식(quorum sensing)과 bacteriophage 저항성 상관관계에 기반한 식품 위해세균 군집 조절 전략 연구: 

세균 정족수 인식, 이른바 quorum sensing (QS) 세균이 신호전달 물질을 분비하여 주변에 존재하는 동종 혹은 아종의 세포 수를 인지하고, 그에 맞춰 다양한 세균 생리를 조절하는 기전을 말합니다. 독소발현을 비롯해 생물막 형성/파괴 등 다양한 독성인자가 세균 정족수 인식에 의해 조절되며, 특히 박테리오파지에 대한 저항성도 QS에 의해 조절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람이 많이 모인곳에 갈 때 마스크를 써서 바이러스 감염에 대비하는 것처럼 세균들도 정족수 인식으로 군집의 개체 수가 증가했을 때 보호막 발현을 유도합니다.)

연구에서는 패혈증 비브리오균(V. vulnificus), 장염 비브리오균(V. parahaemolyticus) 등 수산 식품을 통해 감염될 수 있는 식중독 비브리오균 및 어병 비브리오균 (V. scophthalmi)을 대상으로 1) 환경 및 식품 샘플에서부터 박테리오파지를 분리/분석하고, 2) QS 저해제(QS inhibitor)와의 복합 처리를 통해 식품 내 위해세균 저감화 효과를 평가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고안된 방법은 다양한 수산 식품의 생산, 유통, 소비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수산 양식업/ 수산물 유통/ 식당 등에서 비브리오 검출 및 억제를 위한 재제로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