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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옛날의 일.

시커먼 그림자가 소중한 사람을 데리고 가버렸다.

그것은 악몽이 되어 끈질기게 그를 쫓아다녔다.

내일이 되어도 어제가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악몽은 어느새 사라졌고 어제는 새로운 꿈을 꾸었다.

그냥, 소중한 사람들이 웃고 있는 꿈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면서도 가슴이 벅찰 정도로 정겨웠다.

그런 꿈을 꾸었다.

지금은 이미 세상에 없는 부모가 있고 형이 있고 그리고 역시 ‘그녀’가 있고 자기가 있고.

그 안에서 그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지각 습관을 고칠 수 없다거나 같은 반 녀석과 조금 싸우고 말았다거나 이번 마라톤 대회 때문에 우울하다거나.

몹시 평범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고민.

하지만 깨달았다.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누구나 품을 만한 고민을 갖고 있고 골치를 썩이는 일이 있다.

그것은 굉장히 행복한 일이었다.

평범한 고민을 평범하게 고민하는 것.

그런가.

나는 지금 행복 속에 있는 거구나.

깨달았다.

그래서 웃고 있었다.

죽은 부모님도.

지금은 꿈속에서밖에 만날 수 없지만.

언젠가 그가 꿈속의 부모와 같은 나이가 되고 언젠가 추월해버릴 때가 올지도 모르지만.

그런 아득히 먼 일을... 미래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하고 있으니까 멀리까지 내다볼 수가 있다.

그것이 얼마나 크나큰 행복인지.

깨달은 것이다.

소중한 존재가 많아진다.

점점 늘어간다.

이윽고 그것이 두 손에서 넘쳐나 다 끌어안을 수 없게 되어도.

품에 꼭 끌어안고 가자.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웃고 있는 것이다.

지금을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다.

잠에서 깼을 때에는 꼴사나울 만큼 울고 있었고 마음속의 텅 빈 구멍으로 애틋함이 흘러들었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소중한 존재’가 그 빈 공간을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자, 눈을 크게 떠.

눈물도 미소로 바꾸고.

오늘도 보통으로 살아가자.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행복을 음미하며.

-딸랑.

새하얀 모습의 소녀.

흠칫할 만큼 아름다운데 앳된 느낌이 드는 불가사의한 아이.

인간의 말로 떠드는 기묘한 검은 고양이를 거느리고.

‘사신’이라고 했다.

그것은 사람의 혼을 빼앗는 존재.

하지만 그 소녀와 검은 고양이는 뭔가 달랐다.

그토록 인상적이고 우습고 불가사의하며 기묘한 일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까지 잊고 있었다.

울려 퍼지던 목소리.

메아리.

귀울음.

그 악몽이 떠나갈 때 함께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렸던 걸까?

여름의 문턱.

이미 멀어진 날.

[바로 옆에 있는 존재를, 소중한 존재를 찾지 못하겠어? 너한테는 보일 텐데]

새하얀 소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 소녀 덕분이었다.

찾아낼 수 있었다.

3개월 전에 그 소녀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녀’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또다시 ‘소중한 존재’를 상실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중요한 일을 잊고 지낼 수 있었을까?

“우왓, 어디야? 어디 갔어?”

언젠가 들었던 방울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좁고 긴 길의 맞은편에 서 있는 새하얀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여전히 그 옆에는 건방져 보이는 검은 고양이가 바싹 붙어 있었다.

그는 앞뒤 생각할 것 없이 무작정 달려갔다.

쫓아가서 어쩔 작정이야?

따라잡아서 어떻게 할 생각인데?

뭔가 하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