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라는 질문이 무색하게 봄은 어김없이 왔네요.
얼마 전 다락방의 최고봉에 계신 분의 강제 추행 사실이 고발되는 기사를 접하면서, 다시 한번 충격의 도가니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그 피해가 한 차례로 그친 것이 아니라 몇 년에 걸쳐 지속되었다는 보도를 보고, 한 때 그 가해자를 영적 리더로 존경했던 사실 자체가 너무 수치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와 더불어, 여기 저기에서 들려오는 2차 가해적인 목소리들은 저를 또 한차례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이를 듣고 있어야할 다른 피해자들을 생각하며 용기를 내어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들이 "왜 호텔로 따라갔느냐?" 혹은 "여러번 당했다는 것은 피해자도 어느 정도 동의를 해서 그런 것 아니냐?"라는 의문을 가지시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질문하는 것 조차 2차 가해로 분류되지만, 오늘은 "그것이 2차 가해입니다" 라고 주장하기 전에, 피해자가 겪어야 하는 상황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게 되는지를 여러분들께 설명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우선 여러분들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만약 제가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면, 저 또한 여러분들과 같이 궁금해하거나 의아해 했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궁금한 점들 중...
1. "왜 호텔로 따라갔느냐?"
1. "왜 호텔로 따라갔느냐?"
"왜 호텔로 따라갔느냐?"라는 질문은 성피해자들도 피해를 당하고 난 이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수천번 수만번 하는 질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질의하시는 내용과는 결이 다릅니다. 피해자들이 본인들에게 하는 이 질문은 일종의 자책성 질문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이 그 자리에 갔다는 사실 자체를 자책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이러합니다. 피해자들은 애시당초 조금이라도 그러한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을 했다면 절대 그 자리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에 대한 경계심이 없습니다. 그럴리가 없다... 특히 목사님이??? 그렇게 의심을 하는 자체가 죄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대한민국의 성피해자의 80% 정도가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피해를 당한다는 거 아시나요?? 그 말은, 알고 지내는 관계이며 신뢰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락방에서 어느 누가 존경하는 목사님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수도 있으니 내가 경계하여 가까이 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할까요? 여러분은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할 수도 있다고 가정을 하여 아버지를 신뢰하지 않고 의심합니까? 대부분의 성폭행이 이러한 관계에서 이루어집니다.
설마 그런 일이... 게다가 목사님이니까 더더욱 그런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튼 굳이 목사님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신뢰하는 사람으로부터 성피해를 받게 된다는 점은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으로 알게 된 사실이며, 이는 저에게 굉장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실 피해자들 조차도 이를 잘 모릅니다.
참고로, 뉴스를 시청했을 때 성폭행범이 범행을 저지른지 얼마 되지 않아 검거되어 쇠고랑 차고 구치소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셨을 수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평소에 전혀 알지 못했던 지나가는 강도한테 성피해를 당하게 된 경우로서, 대부분 고소 고발을 즉각 이루어지고 사건 처리가 빠르게 이루어집니다.
2.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이라고??그럼 서로 좋아서 그렇게 한 거 아니야?"
2.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이라고??그럼 서로 좋아서 그렇게 한 거 아니야?"
많은 분들이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의아해 하십니다. 그런데, 성폭행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고서 알게 된 사실은, 성피해자가 한 차례 피해를 당하고 바로 신고하거나 상담소로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그 드문 경우에 속했는데, 상담사들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일반적인 경우 몇달 혹은 몇 년을 계속 관계를 가지고 난 후에도 이를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는데까지 엄청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만나게 된 피해자들이 거의 그렇더라고요.
그렇다면 왜 성피해자들은 피해를 당하고 바로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걸까요? 우선, 성피해를 한 번 당하면 멘탈이 완전히 나갑니다.
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영혼이 지구의 멘틀까지 꺼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냥 멍해 집니다.
사실 그 때부터는 누가 나를 때려도 때리는건가 싶고, 누가 뭐라 해도 아무 반응을 할 수가 없어요. 여튼 표현하기 어려운 멍한 상태가 됩니다. 바로 이러한 성피해자의 상태를 가해자들은 악용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계속 관계를 요구하겠죠?? 그런데, 피해자는 그 사실에 대해 그 누구에게도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도 있고,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자를 미쳤다고 치부할 수도 있고요... 특히 그 가해자가 뭔가 권위있는 사람일 경우는 더욱 그렇겠죠. 따라서 가해자는 계속 피해자를 질질 끌고 가는 겁니다. 그럼 힘이 없는 피해자는 계속 질질 끌려 가는 겁니다.
이래서 성폭행이 정말 악랄하고 심각한 범죄라는 겁니다. 가령,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고 한다면, 누구나 당당히 말할 수 있고, 또 많은 분들의 이해와 동정을 받게 되지만, 성폭력은 피해를 당했다고 말하는 자체가 또 다른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를 말했다는 자체는 많은 것들을 희생하면서까지 발언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진정성을 쉽게 의심하긴 어렵습니다.
게다가,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당하여 고소, 고발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그 사람과의 얽혀진 관계(원래 형성된 가까운 관계)가 있기 때문에, 원래의 신뢰관계 내지는 가까운 관계 속에서 피해를 당했던 사실을 입증해야만 하고, 그 과정이 피해자들에게는 엄청난 고통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성피해자들은 포기를 하거나 피하게 됩니다. 그래서 몇 년 후 혹은 몇 십 년 후에 이에 대해 대응을 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성피해자에 대해서 쉬 예단하여 비난하시거나 마음대로 얘기하시는 건 좀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별 생각 없이 던진 돌에 피해자들은 두 배 세 배의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다시 한번 고통을 당하고 계시는 많은 성피해자들을 위해 발언을 자제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4.2.
작은 불꽃 드림
[출처] 피해자에 대한 무지로 인해 2차 가해를 하시는 분들께 (다락방 밖으로(다락방 탈퇴자의 모임)) | 작성자 작은 불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