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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려워하고만 있으면 진실한 다정함 따위는 존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무서워하고 있다.
다리가 얼어붙기라도 한 것처럼 앞으로 나가주지 않는다.
줄곧 그랬다.
가까스로 한 걸음 나서려고 했는데.
어째서 앞으로 갈 수 없는 거야!
아야의 그런 얼굴 이젠 보고 싶지 않은데!
그런 표정 짓게 하고 싶지 않잖아!
그러나-움직일 수 없었다.
사토루는 아무도 보려 하지 않고 피가 스며 나온 입술을 한 손으로 슥 닦아내더니 출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비틀비틀 위태로운 걸음으로.
“야! 사토루! 도망치는 거냐! 이리 와! 덤벼, 짜샤! 나를 봐! 눈 돌리지 말고 똑바로 나를 보란 말이다! 그리고 받아쳐!”
“나, 나가오 형! 더 이상은 안 돼요! 가게에도 폐를 끼친다고요!”
요시노가 말릴 필요도 없이 사토루는 나가버렸다.
쾅 문이 닫히고 그 저편으로 사토루의 모습은 사라졌다.
사토루가 서 있던 자리에 우산이 두 개.
쫓아가야 한다.
비가 내리고 있다.
쫓아가야 한다.
내가 쫓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