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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보통 외양형 우주선은 관성상쇄 시스템에 의해 중력가속도를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진다.

실제로 이 시스템이 없으면 승무원은 순항속도로 가속하는 순간 빈대떡이 되어버린다. 압축기로 누른 것보다도 확실하게, 뼛조각조차 남지 않는다.

추격해오는 기체에도 물론 그 시스템은 탑재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전투기로 만들어진 만큼 승무원이 몸에 아무런 부담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쾌적하게 유지할 필요는 없다. 우선 물리적으로 무리라고 다이애나가 지적했다.

"길이 40미터, 아무리 다시 살펴봐도 길이 40미터. 그 안에 KS하고 중력파엔진, 최신예기를 능가하는 추진구동기관, 거기에 아마 전투 능력까지 있을 거야. 고양이 몸에 말의 심장하고 소의 위장, 사슴의 근육을 억지로 채워 넣은 셈이라구. 아, 사자 발톱도 추가. 어떻게 그 짓이 가능했는지 꼭 물어보고 싶을 정도인 걸. 하지만 그 이상은 절대 무리. 관성상쇄까지 실을 수 있을 리가 없어. 미지수가 많으니까 단언은 할 수 없지만, 최소한 여덟 배 이상 중력이 걸려 있는 게 아닐까? 상당히 튼튼한 여왕님인 걸."

"글쎄 말야. 말도 안 되는 터프가이지."

"굳이 말하자면 터프우먼이겠지?"

"저딴 건 터프가이로 충분해. 아니면 너 이상으로 미친놈이지. 날 따라잡을 때까지 그 중력으로 버티고 있을 셈인가."

"하지만 인간인 이상 한계는 존재해. 체력 소모를 기다릴까?"

"기다리기만 해서 뭐하게. 소모시켜줘야지."

따라잡힐 때까지 앞으로 세 시간. 느긋하게 기다릴 여유는 없었다.

소중한 루트를 들켜도 좋다면 해보라는 여자의 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자신만의 루트ㅡ표면적으로는 그런 것을 사적으로 소유할 수 없지만ㅡ는 불법으로 우주를 여행하는 남자들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소중한 재산이다.

켈리가 지고바로 내려간 것도 그만이 알고 있는 게이트를 통해서였다. 물론 지상관제센터에는 정식 게이트를 통과한 것처럼 위장한 기록을 전송하고 입국허가를 받았지만.

엔진이 삐걱거릴 정도로 가속을 지속하며 비행을 계속한 지 두 시간 뒤, 켈리는 그 게이트에 접근했다.

잘 정비된 스테이션이라면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전파를 발신하고 조종자가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도록 조명을 밝히지만,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우주 공간이 펼쳐져 있을 뿐.

거의 구형에 가까운 게이트의 직경은 채 5킬로미터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광대한 우주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직경 5킬로미터의 포인트를 찾는 것은 모래밭에서 한 알의 모래를 찾아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거의 1/1000초 사이에 지나쳐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이트에 진입할 때는 어떠한 우주선도 속도를 줄이게 된다. 스테이션도 마찬가지였다.

중력파엔진은 통상공간에서 작동시켜봤자 의미가 없고, 장시간의 구동에도 버티지 못하는 까다로운 물건이다.

하지만 통상 추진기관으로 게이트를 지나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이 게이트라는 사실조차 깨달을 수 없다.

선체가 게이트와 겹쳐지는 순간에 맞춰 추진기관을 전환하고 중력파엔진을 작동시킨다. 그것이 이끌어내는 중력의 소용돌이와 공간의 왜곡이 겹쳐지는 아주 짧은 순간에만, 멀리 떨어진 게이트의 입구와 출구가 이어지며 도약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속도를 줄일 만한 여유는 없었다.

켈리는 최대 가속으로 게이트에 돌입했다.

다른 사람이 보면 무모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