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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듯한 얼굴로 내려다 보고 있던 미우가 작게 한숨을 쉬고 리모컨을 내밀었다.

“야호! 고마워! 그럼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볼까~.”

“안 돼!”

채널을 격투기로 바꾸려던 그때, 또다시 내 손에서 리모컨이 사라졌다.

“소라!”

내게서 리모컨을 빼앗은 소라는 약간 화가 난 얼굴이었다.

“오빠, 텔레비전 볼 때 지키기로 한 약속을 잊은 거야? 격투기는 때리거나 차거나 피가 나거나 하는 거잖아.”

“아….”

여기, 타카나시 가에서 텔레비전 채널을 결정할 때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었다. 그것은 어린 히나의 교육상 좋지 않은 프로그램은 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 걸 히나한테 보여 주면 어떻게 해?”

“아니, 그렇지만 히나는 곧 잠들 것 같은데….”

뒤로 시선을 힐끔 보내자 히나가 토끼 인형을 안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자자, 일어나, 히나. 다 같이 제야의 종소리르 들을 때까지 깨있기로 했잖아?”

“음냐….”

히나가 졸린 듯 눈을 비빈다.

“그대로 재우는 편이….”

“그런 짓을 했다간 내일 아침에 난리가 날걸요.”

미우의 말 대로일지도 모른다. 어찌된 일인지 히나는 제야의 종소리에 흥미가 생긴 모양으로, 다 같이 새해를 맞이할 거라며 어제부터 줄곧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하긴, 예전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보면 크리스마스 때 산타 할아버지가 올 때까지 자지 않겠다는 계획과 제야의 종소리 듣기 두가지는 어렸을 때의 야망이었으니까 승낙은 했지만….

꿈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기에 꿈인 것이다. 세 살짜리에게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밤이 깊었기 때문에 히나는 내려오는 눈꺼풀을 지지하는 것만으로 고작인 듯했다.

“이제 곧 토시코시 소바가 완성되니까 히나도 먹자.”

“…응. 모그 꼬야.”

히나는 조렬서 평소보다 더 혀짤배기 소리를 내며 토끼 인형을 자기 대신 소파에 앉히더니 본인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내 무릎위에 앉는다.

“그럼 채널은 이대로 두면 되는 거죠?”

“…네.”

빙그레 웃는 미우를 향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취미보다 히나의 교육이 중요한 것은 틀림없었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결과만 확인하지 뭐…. 이렇게 해서 사람은 아빠가 되는 거군요.

“좋았어, 다 됐다!”

감개에 잠겨 있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부엌에서 소라의 힘찬 목소리가 들렸다. 토시코시 소바가 완성된 모양이다. 요리가 서툰 소라였지만 주위의 협력 등으로 인해 요즘은 제법 능숙해졌다.

“미우, 나르는 것 좀 도와줘.”

“뭐야~, 곧 토시야가 나올 텐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면이 불어 버린단 말이야.”

미우가 불만스럽다는 듯 입술을 샐쭉거린다.

거들려고 해도 나에게는 지금 현재 우리 집 공주님이 앉은 의자라는 중대한 사명이 있었다.

미우에게 살짝 복수한 기분으로 히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삼춘, 제야에 쫑소리 멀었쪄~?”

“제야의 종소리 말이구나. 얼마 안 남았어.”

히나가 무릎 위에서 “제야에 쫑소리~ 기~대대.”하고 노래를 부르며 좌우로 몸을 흔들었다.

제야의 종소리라는 것에 지나친 기대를 하고 있는 듯했다. 실제로 듣고 실망하지 않으면 좋으련만.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짜잔~, 토시코시 소바입니다~.”

테이블 위에 뜨거운 김으로 휘감긴 메밀국수가 놓였다.

식당에서 파는 것처럼 그럴듯한 외관에 가다랑어포 육수의 구수한 냄새가 단숨에 풍겨왔다.

“오~! 맛있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