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A 주관 세계 혁신 스코어, 전 세계 평가 대상국 70개국 중 우리나라 26위
사이버보안은 ‘F’로 충격적인 결과...제도 개선과 교육 확대 통해 혁신 서둘러야
[보안뉴스= 성제훈 농촌진흥청 디지털농업추진단장] 혁신의 어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쇠를 달구면 대장장이가 두드리는 대로 모양이 바뀌는 것을 두고 혁신이라고 했다는 설이 있고, 짐승의 가죽을 가공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서 왔다는 설도 있다. 필자는 수피치거기모왈혁(獸皮治去基毛曰革, 짐승의 가죽에서 털을 뽑아 다듬은 것을 혁이라 한다)에서 왔다는 후자 설을 더 믿는다. 혁신을 위해서는 가죽이 벗겨지고 털이 뽑히는 짐승의 고통에 사냥꾼의 노력과 용맹이 더해져야 한다
혁신의 뿌리가 그렇게 가죽에서 왔다고 한다면 최근 혁신의 시작은 어디에서부터일까? 필자는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만든 것을 근대 혁신의 시작이라고 본다. 청바지에 검정 셔츠를 입은 스티브 잡스가 주머니 속에서 작은 아이폰을 꺼내 든 게 16년 전인 2007년 1월 9일이다. 이 작은 장치에 음악도 들어 있고, 인터넷도 할 수 있으며, 전화 기능도 들어 있다고 자랑할 때만 해도, 지금처럼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닐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2000년대 초반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세계 1위를 자랑하던 노키아는 핸드폰의 미래는 스마트폰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피처폰으로 충분한 아프리카 사람들도 있고, 유럽도 다 스마트폰을 원하는 건 아니라 일부 얼리어답터만 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 언론은 우리에게는 전국 어디서나 잘 터지는 ‘애니콜’이 있으니 시장 잠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디자인이 예쁜 ‘초콜릿폰’이 있어 걱정할 게 없다고 했다. 이렇게 혁신을 무시하던 노키아는 6년 뒤인 2013년에 휴대전화 사업과 특허권을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가전전시회인 CES에서는, ICT 융합 기술을 전시하기도 하지만 소비자기술협회(CTA) 주관으로 2018년부터 ‘세계 혁신 스코어 카드’도 발표한다. 조세제도, 환경, 무역정책, 인터넷통신 등 17개 범주에 걸쳐 총 40개의 지표를 측정하여 점수로 환산한다. 필자는, 혁신의 아이콘 스타트업이 대거 참여해 CES 2023에서 최고혁신상 23개 중 12개를 받은 우리나라가 당연히 혁신 스코어가 높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평가 대상국 70개 중 우리나라는 26위였다.
연구개발 투자 A+, 원격의료 A+, 디지털자산 A, 드론 A, 기업활동 A+, 인적자원 A- 등은 비교적 높은 등급을 받았다. 반면, 다양성 D, 세금우대 C, 환경 B로 평가되었고, 사이버보안은 F를 받았다. 국내총생산(GDP)의 4.6%를 연구개발에 쓰는 나라치곤 너무나 초라한 성적이다. 혁신 챔피언 1위를 차지한 핀란드가 사이버보안, 인공지능, 유니콘, R&D투자에서 A를 받은 것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은, 기술은 도구이자 동시에 무기라는 양면성을 역설하면서 “기술에는 양심이 없다”고 했다. 정보통신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편리함을 누릴 수 있지만, 그만큼 개인의 기본 인권이 침해당할 가능성도 높다. 사이버 보안은 미래의 중심인 디지털 경제의 핵심이다. 그런 부분에서 한계를 보인다면 미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챗GPT로 상징되는 변화 속도가 무섭다. 이를 거꾸로 보면 윤리와 법규, 사회적 인식 등의 허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에게는 기술 만능주의를 경계하고, 정보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과 꾸준한 교육이 필요하다. 이와 동시에 국제사회가 사이버범죄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국가간 공조를 긴밀히 하기 위한 국제협약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글_성제훈 농촌진흥청 디지털농업추진단장]
'Chatgpt ' 라는 인공지능 서비스가 전세계적으로 뜨겁게 이슈가 되고 있어 관련 기사를 먼저 찾아보게 되었다.
직접 사용해본 결과 많은 도움이 되어 유용성만을 생각했지만 이 기사를 보고 유용성 뒤에 개인정보와 정보보안에서의 문제점을 상기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우리나라가 사이버보안 쪽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한 가지 분야가 아닌 다양한 분야, 특히 신기술의 개발에 따라 정보보안도 함께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