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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만 말입니다. 솔직히 안 내킨다고요. 이건 정말 괴물이지요. 얌전히 있게끔 아무리 길을 들여도 한계라는 게 있어요. 재스민의 상태가 만점일 때나 간신히 탈 수 있는 물건이라고요. 미스터 쿠어, 부탁입니다. 어떻게든 당신도 좀 말려줄 수 없겠습니까? 보통 때라면 몰라도 임신을 가볍게 보다가는 큰일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비를 안 하면 될 거 아냐."

"안 됩니다. 저희들이 일을 포기하면 저 사람은 자기가 정비해서 끌고 나가버릴 겁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제가 철저하게 정비해주는 편이 낫지요."

"그 골칫덩어리 여왕은 어디 갔어?"

"손님이 있다는 말에 위로 돌아갔습니다. 알렉산더님이 승선허가를 요청했다고 하더군요."

위라는 것은 선교를 가리키는 말이다. 결국 아까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 배는 하나의 도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이므로, 응접실이라고 해도 아까 켈리와 재스민이 얘기를 나눴던 선장용 응접실부터 공용 응접실, 선원들이 가족 등을 만나기 위한 방 등 다섯 개는 있다.

재스민도 공적인 손님을 맞이할 때와 사적인 손님을 맞이할 때는 두 개의 응접실을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

배 하부에서 길고 긴 승강기를 타고 선교로 돌아와 내리자마자 진저와 마주쳤다.

긴 금발을 하나로 묶고 헐렁한 롱 스웨터에 바지를 입은 간편한 차림이었다. 화장기도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자연스럽게 사람의 눈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진저는 승강기에서 내린 켈리를 보고서 깜짝 놀라며 말했다.

"세상에. 당신, 움직일 수 있어요? 지금쯤 의무실에 있을 줄 알았는데."

"몸만은 튼튼하거든."

태연하게 대답했다.

"정말 어이 없는 여자잖아. 거의 한방에 쓰러졌다고."

진저는 또다시 눈을 빛냈다.

"당신, 그런 소리 태연하게 잘도 하네요?"

"응?"

"여자에게, 그것도 자기 부인에게 졌다는 말. 평범한 남자들은 그런 소리 못해요."

"숨겨봤자 무의미하잖아? 의무장은 들것까지 들고 날아왔던데."

자신의 한심한 꼴을 자조하는 듯한 말투였지만 진저는 머리가 좋은 여자였다. 그런 행동에 속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

그녀는 갑자기 웃음을 지었다.

"당신, 내가 본 적도 없을 정도로 한심한 남자인지 상상 이상으로 그릇이 큰 사람인지 도통 종잡을 수가 없네요."

진저는 켈리와 나란히 걸으면서 재스민이 사적으로 사용하는 응접실로 향했다.

"하지만..., 역시 당신도 말릴 수 없었나요?"

딱딱한 말투였다.

그 말과 표정에서, 진저가 재스민의 임신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저 여자에게 들었어?"

"아뇨. 선장님에게서요. 어떻게 말려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 받았지만 무리예요."

"그렇겠지."

"알렉도 젬을 말리러 온 것 같지만, 그 사람은 아무것도 몰라요."

"나도 하나만 묻고 싶었는데, 그 알렉은 저 여자하고 무슨 관계야?"

"옛날 애인요. 가장 유력한 신랑 후보 중 하나였죠."

켈리는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다.

"그런 것도 있었어?"

"있었어요. 알렉은 아버지나 중역들 속셈과는 전혀 상관없이 젬을 좋아했었죠. 아마 지금도."

"헤에에...... 그거 진짜 취미 고약하네. 하지만 그럼 왜 저 여자는 그 녀석하고 결혼 안 한 거야? 자기를 끌어내리려고 노리고 있는 중역의 아들이라서?"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당신도 만나보면 알겠지만 그 사람은 얼굴도 잘생기고 능력도 있어요. 다정하고 성실하고 굉장히 매력적인 걸요. 그저 조금 특이하기는 하지만."

곤란한 듯한, 이상한 듯한, 뭐라 설명하기 힘든 표정이었다.

두 사람은 그 알렉산더 제퍼슨과 응접실 앞에서 마주쳤다. 한눈에도 숨을 헐떡이며 황급히 달려온 듯한 눈치였다.

"진저! 당신도 왔어?"

"오랜만이네요, 알렉. 형님 얘기는 들었어요. 아버님도 많이 걱정하시겠어요."

"그래. 게다가 재스민까지 거기 가겠다니! 말도 안 돼! 난 그런 짓을 해달라고 재스민에게 연락한 게 아냐!"

가까이에서 본 알렉산더 제퍼슨은 키가 크고 어깨도 넓고 당당한 체격의 멋진 청년이었다. 하지만 어지간히 마음 고생이 심했는지, 단정한 얼굴은 좀 전 통신화면으로 보았을 때보다도 훨씬 더 지쳐 보였다.

그 얼굴이 진저의 곁에 있던 켈리를 보자마자 딱딱하게 굳었다. 씁쓸한 표정 사이로 적개심이 엿보였지만, 그는 그런 기색을 억누르며 낮게 인사했다.

"미스터 쿠어시군요. 처음 뵙습니다. 알렉산더 제퍼슨이라고 합니다."

"반갑소."

대답하는 켈리 역시 복잡한 심경이었다.

지금까지 여자 문제로 다른 남자에게 이런 식으로 적대시 당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얼굴을 성형하기 전의 켈리는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한 미남이었으므로 밥먹듯이 벌어지는 일이었다.

아름다운 여자들이 자기 남자를 차고 켈리에게 반해버리는 적도, 그 남자들과 싸워야 했던 경우도 셀 수 없이 많았지만 이번만은 상당히 경우가 달랐다.

"재스민은 어디 있습니까. 그런 짓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말려야 합니다."

"아마 이 안에 있겠지."

켈리는 응접실의 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재스민은 방 안에서 알렉산더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저와 켈리까지 함께 들어올 줄은 생각지 못했던지 살짝 고개를 갸웃했지만, 재스민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알렉산더는 두 사람을 놔두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재스민! 부탁이니까 바보 같은 짓은 관둬. 당신이 가서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한편 여왕 쪽은 그 말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낙담했다.

"갑자기 이쪽에 오겠다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그 소리를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당연하잖아. 어째서 당신이 가겠다는 거야. 소형 우주선으로 '버밀리온'을 찾는 건 무리야. 우선 '블루 네뷸러'는 폐쇄된 상태라고 했을 텐데."

"여기에 게이트 아웃했을 때 저쪽 상황은 확인했어. 잘 들어, 알렉. 내가 도약할 수 있다고 했으면 틀림없이 할 수 있어. 퀸 비는 그 정도의 성능을 갖추고 있어. 쿠어의 기술을 총동원해서 만든 기체니까."

"기체가 우수한 건 인정해도 넌 평범한 여자잖아!"

오늘은 왜 이렇게 묘한 소리를 자주 듣는 거지?

켈리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혹시나 싶어서 귓구멍을 후벼봤지만 분명히 소리는 잘 들린다. 귀가 어떻게 된 건 아닌 것 같다.

곁에 서 있는 진저를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진저 역시 말없이 어깨만 으쓱하며 켈리를 올려다보더니 '이런 사람이라고요' 라고 눈빛으로 말했다.

"절대 안 돼. 당신에게 그렇게 위험한 짓을 시킬 수는 없어. 휴고를 걱정해주는 건 기쁘지만, 설령 무사히 '블루 네뷸러'로 게이트 아웃해도 그 앞에는 소행성대가 있어. 이렇게 말해도 당신은 잘 모르겠지만 정말로 어려운 코스라고. 그런 곳에서 소형 우주선으로 수색이라니 당신이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버밀리온'을 발견하기는 커녕 당신까지 조난 당하는 게 눈에 선하다고. 부탁이니까 위험한 일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얌전히 기다려줘."

"실례, 미스터 제퍼슨."

견디다 못한 켈리는 알렉산더의 말을 가로막았다. 도저히 가만히 듣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미안하지만 조금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