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문의주세요 ✔ 가지다배송대행


「그럼, 나중에 나도 해줄테니까」

「……」

탈력(脫力)했는지 고개를 숙인 키리토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아스나는 말했다.

「자, 출반진행! 진로 북북동!」

터덜터덜 걷기 시작한 키리토의 어깨 위에서 환하게 웃으며, 아스나는 둘이서 생활하는 나날에 대한 소중함을 애절할 정도로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지금 17년 동안의 인생 속에서 가장 《살아 있다》는 실감을 품고 있다고, 의심할 여지도 없이 그렇게 생각했다.

◆ ◆

오솔길을 걸어나가자-실제로 걷고 있는 것은 키리토뿐이었지만-십수 분 후, 22층 이곳저곳에 흩어진 호수 중 하나에 도착했다. 따뜻한 물안개에 이끌렸는지 아침부터 몇몇 낚시꾼들이 호수에 실을 드리우고 있었다. 오솔길은 호수를 에워싼 언덕 위를 지나, 왼쪽으로 보이는 호반까지 약간 거리가 있었으나 조금씩 다가감에 따라 두 사람을 본 플레이어들이 이쪽에 손을 흔들어주었다. 다들 싱글거리는 표정이었으며, 개중에는 소리내어 웃는 사람까지 있었다.

「……아무도 보지 않지 않잖아!!」

「아하하, 사람이 있었네-. 자, 키리토도 손 흔들어」

「절대 싫어」

투덜거리면서도 키리토는 아스나를 내려놓을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속으로는 그도 재미있어 하는 것이리라.

마침내 길은 언덕을 오른쪽으로 내리가며 깊은 숲속으로 이어졌다. 삼나무와 비슷한 거대 침엽수가 우뚝 솟은 틈새를 누비며 천천히 걸어갔다. 바람에 잎사귀가 스치는 소리, 냇물 흐르는 소리,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늦가을의 숲 경치에 아름다운 반주를 연주하고 있었다.

아스나는 어느 때보다도 가깝게 보이는 나뭇가지에 시선을 향했다.

「커다란 나무네-. 저기, 이 나무, 올라갈 수 있을까?」

「으~음……」

아스나의 물음에, 키리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진 않지만……. 시험해봐?」

「아니, 그건 다음 놀이 테마로 하자. -올라간다고 하니 생각났는데」

아스나는 키리토의 어깨에 올라탄 채 몸을 뻗어, 나뭇가지 틈새로 멀리 보이는 플로어 가장자리를 살펴보았다.

「가장자리에는 여기저기 기둥 같은 게 윗층까지 이어져 있잖아. 그거…….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아, 나 해본적 있어」

「에에-?」

몸을 기울여 키리토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왜 나 안 불렀던 거야」

「뭐 그렇게 친하지 않았던 때라니까」

「뭐야, 키리토가 피했던 거잖아」

「……피, 피했었던가?」

「그래-. 내가 아무리 초대해도, 차 마시는 데도 어울려 주지 않았잖아」

「그, 그건……. 아, 아니 그런 것보다도 말이지」

대화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기 시작한 걸 수정하려는 듯 키리토가 말을 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였어. 바위가 울퉁불퉁해서 올라가는 건 의외로 쉬웠는데, 80미터쯤 올라갔더니 갑자기 시스템 에러 메세지가 뜨더니, 여기는 침입불가능영역입니다! 라고 화내졌어」

「아하핫, 반칙은 안 되네-역시」

「웃을 일이 아니야. 그래서 깜짝 놀라서 손이 미끄러져서, 훌륭하게 떨어졌……」

「에, 에에!? 역시 죽지 않아 그건?」

「응. 죽는다고 생각했어. 텔레포트가 앞으로 3초만 늦었어도 전사자 리스트에 동료추가였지」

「정말, 위험하잖아. 두 번 다시 그러지 마」

「그쪽이 꺼낸 이야기잖아!」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사이에 숲은 점점 깊어져 갔다. 기분 탓인지 새소리도 드문드문해지고, 가지 틈새로 비치는 햇빛도 약해진 것 같았다.

아스나는 새삼 주위를 둘러보며 키리토에게 물었다.

「저기, 그……소문의 장소라는건, 어디쯤이야?」

「에에또……」

키리토는 손을 휘둘러 맵으로 현재위치를 확인해보았다.

「아, 금방이야. 이제 앞으로 몇 분이면 도착해」

「흐응……. 있잖아, 구체적으로는, 무슨 이야기였어?」

알고 싶지 않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