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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에서 제일 큰 나무 그늘. 잔디가 깔린 그곳에 무방비하게 드러누워 있는 모습이 있었다.

남자아이가 다가가도 반응은 없었다. 깊이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신비한 푸른빛이 도는 짤막한 머리카락의 여자아이였다.

아는 얼굴을 보고 남자아이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싫은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모처럼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제 와서 돌아가기도 뭣하고...

“뭐, 아무렴 어때.”

남자아이는 여자아이가 깨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그 옆에 앉았다.

오른쪽을 향해 모로 누워 있는 여자아이는 등을 동그랗게 만채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곤히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이대로 자고 있는 동안에 해가 지는 건 아닐까...

그렇게 되면 내가 깨워줘야 하잖아.

이대로 내버려두는 것도 너무 무책임하고.

“어휴우... 정말...”

못 말리겠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면서 남자아이는 들고 온 책을 펼쳤다.

하드커버의 두꺼운 그 책은 남자아이의 작은 손으로 들기엔 너무 커서 책을 무릎 위에 얹고 끌어안는 자세를 취해야 했다.

책을 읽기 시작한 뒤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자아이는 남자아이가 곁에 있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조용한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평상시에도 조용한 사람이지만 자고 있을 땐 더하구나.

하긴, 당연한가. 자면서 시끄럽게 떠드는 건 좀 이상하잖아.

웃긴 상상에 무심코 ‘풋!’ 하고 웃음소리를 낼 뻔했다.

마침 그때였다. 여자아이가 돌아누웠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가 잠에서 깬 줄 알고 황급히 자기 입을 막았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여전히 조용한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우웅-...”

여자아이의 잠든 얼굴이 너무나도 무방비하고 천진무구해서 남자아이는 왠지 곤혹스러워지고 말았다.

부드러운 햇살과 조용한 그늘과 잔잔한 바람이 평온하게 하루를 흔들었다.

천천히 지나가는 시간.

아무 일 없이 흐르는 시간, 하지만 뭔가 다정하고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세상이 계속되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때도, 그때도.

하지만 남자아이는 때떄로 난처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이런 나날은 마치 환상 같기에.

너무 평온해서.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지고 만다면 언젠가 잃어버릴 것 같아서.

전부 가두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덮고 눈을 감았다.

그랬더니,

-잠에서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