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라식회복기간 VS 라섹회복기간 비교 관찰일지 2016년 11월 수술 후 1년차 라섹회복기간 요점정리


ㅡ당연한 것이다. 그렇지 않나? 너는 남에게 받은 힘을 천진난만하게 기뻐하는 어린아이다. 시스템관리 권환이라는 단순한 ID하나 이기지 못한다. 이 이상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회한뿐이다. 그것이 싫다면 사고를 포기하는 거다.

『도망치려는 건가?』

ㅡ그렇지 않아. 현실을 인식했을 뿐이지.

『굴복할 텐가? 한때는 부정했던 시스템의 힘에?』

ㅡ어쩔수 없잖아. 나는 플레이어고 놈은 게임 마스터인걸.

『그것은 그 싸움을 더럽히는 발언이라군. 내게 시스템을 웃도는 인간의 의지력을 보여주고 미래의 가능성을 깨닫게 했던 우리의 싸움을.』

ㅡ싸움? 그딴 건 무의미해. 단순히 숫자가 늘어나고 줄어다는 것뿐이잖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자네는 알고 있었을 텐데. 자아, 일어나게. 일어나서 검을 들도록.』

『ㅡ일어나게, 키리토 군!!』

그 목소리는 천둥소리처럼 울려퍼지고, 번개처럼 내 의식을 찢어놓았다.

멀어져 가던 감각이 한순간에 모두 접속된 것 같았다.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으...... 아......"

목 안쪽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새나왔다.

"아......, 아아아......"

이를 악물고 빈사 상태의 짐승과도 같은 목소리로 그르렁거리며 나는 오른손을 바닥에 대고 팔꿈치를 세웠다.

몸을 들어 올리려 하자 등 한복판을 관통한 검이 굳게, 무겁게 짓눌러댔다.

ㅡ이딴 것 밑에서 쓸데없이 발버둥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런 영혼도 없는 공격에 굴복할 수는 없다. 그 세계에서 몸으로 받아냈던 수많은 칼날은 훨씬 무거웠다. 훨씬 고통스러웠다.

"으....... 으, 아아!!"

짧은 포효에 맞춰 나는 진심전력을 다해 몸을 일으켰다. 뚜둑 하는 무거운 소리를 내며 칼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내 등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뒹굴었다.

비틀거리면서 일어난 나를 스고우가 입을 딱 벌리고 쳐다보았다. 금세 이맛살을 찌뿌리며 아스나의 몸에서 손을 떼더니, 연극적ㅇ니 동작으로 크게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이거야 원. 분명 오브젝트의 좌표를 고정해 놨는데...... 이상한 버그가 남아 있나? 무능한 운영자 놈들 같으니......"

중얼거리며 내 앞까지 다가와선, 오른손 주먹을 치켜들어 내 빰을 갈기려 한다.

나는 왼손을 뻗어 그 주먹을 공중에서 붙잡았다.

"어......?"

다시 의아한 표정을 짓는 스고우의 눈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던 일련의 목소리들을 그대로 자아냈다.

"시스템 로그인. ID 《히스클리프》. 패스워드......"

복잡한 영문자와 숫자의 나열을 모두 외운 순간. 나를 에워쌌던 중력이 사라졌다.

"뭐......, 뭐엇?! 뭐냐, 그 ID는!"

스고우는 잇몸까지 드러낸 채 경악성을 지르더니, 내 손을 뿌리치고는 뒤로 물ㄹ나 왼손을 아래로 휘둘렀다. 푸른 시스템 메뉴 윈도우가 나타났따.

하지만 놈이 손가락을 움직이기도 전에 내 입에서 음성 커맨드가 흘러나왔다.

"시스템 커맨드. 슈퍼바이저 권한 변경. ID 《오베론》을 레벨 1로."

순식간에 스고우의 앞에서 윈도우가 사라졌다. 놈은 눈을 부릅뜨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과 내 얼굴을 수도 없이 번갈아 쳐다보더니, 조바심을 내듯 다시 한 번 왼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스고우에게 요정왕의 힘을 주었던 마법의 스크롤 은 이제 나타나지 않았다.

"나...... 나보다 고위 ID가 있다니......?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나는 지배자...... 창조자란 말이야...... 이 세계의 제왕...... 신......"

샘플링 음성을 여러 배로 빠르게 재속한 듯 째지는 목소리로 스고우가 주워섬겨댔다. 추악하게 일그러진 미모에 시선을 돌리며 나는 말했다.

"그게 아닐 텐데? 너는 훔쳤을 뿐이니까. 세계를, 그곳의 주민들을. 훔쳐낸 옥좌 위에서 혼자 춤을 추고 있던 도둑왕이지."

"이...... 이 꼬맹이가......! 내게......, 감히 내게 그딴 말버릇을...... 후회하게 해주마......, 그 목을 쳐서 장식해 놓을 테다......!"

스고우는 낫처럼 구부린 검지를 내게 들이대더니, 쇠를 비벼대는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시스템 커맨드! 오브젝트 ID《엑스칼리버》제네레이트!!"

그러나 시스템은 이미 스고우의 목소리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스템 커맨드!! 내 말을 들으란 마링야. 이 깡통아!! 신의...... 신의 명령이다!!"

꽥꽥 소리를 질러대는 스고우에게 시선을 돌리고, 나는 허공에 매달려 있는 아스나를 보았다.

있는 힘껏 뜯어낸 원피는 너덜너덜한 천조각이 된 채 옷에 걸려있을 뿐이었다. 머리칼락은 흐트러지고, 뺨에는 눈물자국이 빚났다. 하지만 눈을 아직까지 광채를 잃지 않았다. 강인한 영혼은 굴복하지 않았다.

ㅡ금방 끝낼게. 조금만 더 기다려.

나는 아스나의 개암색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스나는 살짝, 하지만 또렷한 동작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나의 처참한 모습을 본 내 안에 새로운 분노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나는 시선을 슬쩍 위로 돌리며 말했다.

"시스템 커맨드. 오브젝트 ID《엑스칼리버》제네레이트."

그러자 내 눈앞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미세한 숫자의 나열이 맹렬한 기세로 흘러나오더니 한 자루의 검을 이루었다. 끄트머리부터 서서히 색과 질감이 주어진다. 금색으로 빛나는 검신을 가졌으며 미려한 장식이 가미된 롱 소드. 틀림없이 요툰헤임 중심부의 던전 끄트머리에 봉인되어 있었던 그 무기와 똑같은 것이다.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갈망하던 최강의 검이 단 한마디의 커맨드로 출현되는 것을 보니 형언할 수 없는 불쾌감이 들었다.

나는 그 검의 손잡이를 쥐고는, 눈을 휘둥그레 뜬 스고우를 향해 던져주었다. 놈이 위태위태한 동작으로 받아든 것을 보고 왼발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바닥에 굴러다니던 내 검의 손잡이를 콱 밟자, 검은 절그렁 소리를 내고 회전하며 수직으로 튀어 올랐다. 어둠 속에 강철의 빛을 끌며 떨어지는 그 손잡이에 대고 오른손을 옆으로 휘 두른다. 무거운 울림과 함께 검이 내 손으로 들어왔다.

무뚝뚝한 흑철색 대검을 스고우에게 겨누고, 나는 말했다.

"결판을 낼 때다. 도둑왕과 도금투성이 용사의 결판을...... 시스템 커맨드, 페인 업소버 레벨 0."

"뭐...... 뭐라고......?"

가상의 고통을 무제한으로 끌어올리는 커맨드를 들은 순간, 황금의 검을 들고 있던 요정황의 뺨에 동요의 기색이 내달렸다. 한 걸음, 두 걸음 후퇴한다.

"도망치지 마시지? 그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겁을 먹지 않았어, 그래......, 카야바 아키히코는."

"카......, 카야......"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스고우의 얼굴이 한층 크게 일그러졌다.

"카야바......, 히스클리프...... 당신이었군. 또 당신이 방해한 거였어!!"

오른손의 곰을 허공에 치켜들고, 스고우는 금속을 뜯어대는 듯한 목소리로 절규했다.

"죽었잖아! 뒈졌잖아, 넌!! 왜 죽어서까지 날 방해하는 거야!! 넌 언제나 그랬어......,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언제고 뭐든지 다 안다는 표정으로...... 내가 원하는 걸 모조리 가로챘어!!"

갑자기 검을 내게 들이대더니 스고우는 다시 소리를 질렀다.

"너 같은 애송이가...... 뭘, 뭘 알아!! 그 자식 밑에 있다는게...... 그 자식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네가 어떻게 알아!!"

"알고말고. 나도 그놈에게 져서 부하가 돼 봤으니까. ㅡ하지만 나는 그놈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 너하고는 달리."

"이......, 이......, 이놈의 애송이가아아아아!!"

스고우는 뒤집힌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땅을 박차더니 검을 치켜들었다. 그 몸이 간격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오른손의 검을 가볍게 수평으로 휘둘렀다. 요정왕의 매끄러운 뺨을 칼끝이 슬쩍 스쳤다.

"아악!!"

스고우는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더니 왼손으로 뺨을 붙잡고 뒤로 펄쩍 물러났다.

"으윽......, 아아악......!"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비명을 지르는 그 모습은 나의 분노를 더더욱 부채질했다. 이딴 놈이 아스나를 가둬 놓고, 두 달 동안이나 괴룝혀 왔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

크게 한 걸음 파고들며 정면에서 검을 내리쳤다. 반사적으로 치켜든 스고우의 오른손이 일격에 베이며, 황금색 검을 쥔 채 높이 날아가 짙은 어둠 저편으로 사라졌다. 어딘가 멀리서 맑고 청량한 낙하음이 들렸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손이...... 내 손이이이이이이이이!!"

가상의 전자신호이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순수한 아픔이 스고우를 엄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물론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족할 리가 없다.

사라진 오른손을 부여 쥐고 신음하는 스고우. 그의 녹색 토기로 감싸인 몸통을 나는 있는 힘껏 수평으로 그었다.

"크허어어어억!!"

균형 잡힌 장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