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식라섹 검안사의 스마일라식 전문블로그 - 스마일라식 후기 기록



나는 한순간 온몸이 찢겨나가는 듯한 갈등을 느꼈다. 하지만 즉시 고개를 끄덕이고 왼손을 휘둘렀다. 이만한 정보가 있다면 물증이 없더라도 구출팀을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른다. 렉토 프로그레스에 있는 ALO 서버를 압수한다면 모든 것이 백일하에 드러난다.

ㅡ하지만 윈도우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하하하하하!!"

스고우는 몸을 꺾으며 배를 움켜쥐고 홍소했다.

"말했을 텐데? 여기는 내 세계라고! 그 누구도 여기서 도망칠 수 없다니까!!"

힉, 힉 몸을 경련하며 춤추듯 돌아다니더니, 돌연 왼손을 척 치켜들었다. 손가락이 딱 울리자 무한한 어둠으로 채색되었던 상공에서 철그렁철그렁 소리를 내며 두 가닥의 쇠사슬이 떨어졌다.

귀에 거슬리는 금속음과 함께 늘어진 사슬끝에서는 폭이 넓은 금속 고리가 둔중한 빚을 발하고 있었다. 스고우는 그 한쪽을 집어 들더니, 내 눈앞에 쓰러져 있는 아스나의 오른 손목에 철컥 소리를 내며 채웠다. 이어서 어둠 속에 똑바로 뻗어 있는 사슬을 가볍게 당겼다.

"꺄악!"

느닷없이 사슬이 감겨 올라가며 아스나의 오른손이 허공에 매달렸다. 발끝이 간신히 바닥에 닿을락 말락한 위치에서 정지했다.

"너 이 자식...... 무슨 짓을......!"

소리를 질렀지만 스고우는 내게 눈길로 주지 않은 채 콧노래를 섞어 가며 나머지 한쪽 고리를 손에 들었다.

"소도구는 잔뜩 마련해 두었지만, 뭐. 우선은 이 정도부터 해두지."

그렇게 말하며 고리를 아스나의 왼손에 채우고, 사슬을 당긴다. 그쪽도 철그렁 소리와 함께 감겨 올라가고, 아스나는 두 팔을 억지로 잡아끌린 꼴로 허공에 매달렸다. 강렬한 중력이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우아한 눈썹의 곡선이 일그러졌다.

스고우는 아스나의 앞에서 팔짱을 끼더니, 저질스러운 휘파람 소리를 냈다.

"좋은데? 아무래도 NPC 여자들은 그런 표정이 안 나오거든."

"......큭!"

아스나는 스고우를 노려보더니, 고개를 숙인 채 눈을 질끈 감았다. 스고우는 목 속으로 큭큭 웃고는 천천히 걸어 아스나의 뒤로 돌아갔다. 긴 머리카락을 한 움큼 집어 들어선, 코에 가져다대고 크게 공기를 빨아들인다.

"으음~, 좋은 냄새야. 현실의 아스나와 똑같은 냄새를 재현하기 위해 고생 좀 했지. 병실에 해석기까지 들여간 노력을 높이 평가해주지 않겠나?"

"그만둬라......스고우!!"

견딜 수 없는 분노가 내 온몸을 꿰뚫었다. 붉은 불꽃이 신경을 내달리고, 한순간 몸에 걸린 중압을 날려버렸다.

"크......윽......"

나는 오른손을 내밀어 몸을 바닥에서 떼었다. 한쪽 무릎을 꿇고, 그곳에 온몸의 힘을 담아 조금씩 조금씩 몸을 일으켰다.

스고우는 연극적인 몸짓으로 왼손을 허리춤에 가져다대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내 앞까지 다가와서는 입술을 일그러뜨린다.

"이거야 원, 관객은 얌전히......엎드려나 있으라고!!"

느닷없이 두 다리를 옆으로 걷어차리는 바람에, 나는 지지대를 잃고 바닥에 처박혔다.

"쿨럭!!"

페가 텅 빌 정도로 충격을 받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다시 손을 짚고 얼굴을 위로 들자, 스고우는 입술 양끝을 틀어 올리고 독살스럽게 웃더니ㅡ오른손에 쥔 내검을 있는 힘껏 내 등에 꽂았다.

"컥......!"

두꺼운 금속이 몸을 관통하는 감각이 나의 신경을 맴도는 불꽃을 피워 올렸다. 검은 나의 가슴 한복판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깊이 틀어박힌 것 같았다. 아픔은 없지만 거칠거칠한 불쾌감이 강렬하게 밀려들었다.

"키......키리토!!"

아스나의 비명에 나는 시선을 들고 괜찮다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목소리를 내기도 전에, 스고우가 휙 상공의 어둠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시스템 커맨드! 페인 업소버 레벨 8로 변경."

그 순간 날카로운 송곳을 처박은 듯한 순수한 고통이 내 등에 내달렸다.

"으...... 큭......"

내가 신음을 내밭자 스고우는 자못 유쾌하다는 듯 웃어댔다.

"큭큭큭, 이제 겨우 두 단계 올렸을 뿐이야. 단계적으로 강하게 해줄 테니 기대하라고. 레벨 3 이하가 되면 로그아웃 후에도 후유증이 남을 우려가 있다더군."

그리고 손뼉을 치더니, 다시 아스나의 등 뒤로 돌아간다.

"지......, 지금 당장 키리토를 풀어줘, 스고우!"

아스나의 외침에도 물론 귀를 기울일 기색은 없었다.

"난 말이지, 이런 꼬맹이가 제일 싫어. 아무런 능력도 배경도 없는 주제에 입만 산 날벌레 같은 놈들이. 큭큭, 표본상자의 벌레는 이렇게 핀으로 꽂아 놔야지. 게다가 저 친구에 대해 걱정할 처지가 아닐 텐데, 나의 작은 새?"

스고우는 아스나의 뒤에서 오른손을 뻗더니 손가락으로 아스나의 뺨을 쓸어내렸다. 아스나는 목을 움츠리며 피하려 했지만 강렬한 중력 탓에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은 아스나의 얼굴을 가로세로롤 기어가더니, 마침내 목덜미로 내려섰다. 아스나의 얼굴이 혐오로 일그러졌다.

"그만두지 못해......, 스고우!"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 하는 나는 외쳤다. 그러나 아스나는 씩씩하게 미소를 지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ㅡ괜찮아, 키리토. 나는 이 정도로 상처 입지 않으니까."

그 순간 스고우가 삐걱거리는 듯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렇게 나오셔야지. 네가 그 긍지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ㅡ30분? 1시간? 아니면 하루? 가급적 오래 끌어줬으면 좋겠는걸, 이 즐거움을!!"

소리를 지른 것과 동시에, 스고우의 오른손이 아스나의 원피스 목덜미를 장식하던 붉은 리본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느닷없이 천과 함께 뜯어버린다. 피처럼 붉고 가느다란 끈은 소리도 없이 허공을 감추고, 내 눈앞에 떨어져 힘없이 늘어졌다.

찢어져 크게 벌어진 원피스의 가슴께에서 새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아스나의 얼굴이 수치로 일그러지고, 굳게 닫은 눈꺼풀 끝이 가늘게 떨렸다.

아스나의 맨살에 오른손을 뻗으며 스고우는 고개를 기웃하더니 싱글싱글 웃었다. 입술이 초승달 모양으로 찢어지고 새빨간 혀가 길게 뻗어 나왔다. 점액이 뚝뚝 떨어질 듯한 소리를 내며 아스나의 뺨을 아래에서 위로 핥는다.

"큭, 큭,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르쳐줄까?"

혀를 내민 채 스고우가 열띤 목소리로 아스나의 귀에 속삭였다.

"이 장소에서 듬뿍 즐긴 후. 네 병신에 갈 거야. 문을 잠그고 카메라를 끄면, 그 방은 밀실이 되지. 너와 나. 둘뿐인 밀실이. 그곳에 대형 모니터를 설치하고, 오늘의 녹화를 틀어 놓은 채 너와 다시 한 번 천천히 즐기겠어. 네 진짜 몸과 말이야. ㅡ우선 마음의 순결을 빼앗고ㅡ그렇게 한 다음 몸의 정조를 더럽혀주겠어!! 재미있겠는걸. 실로 유니크한 체험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완전히 뒤집혀진 스고우의 찢어질 듯한 홍소가 어둠속으로 가득 빨ㄹ ㅕ들어갔다.

아스나는 한순간 두 눈을 크게 뜨더니, 꿋꿋하게 입을 악다물었다.

그러나 억제하지 못한 공포가 투명한 물방울이 되어 긴 속눈썹에 맺혔다. 스고우의 혀가 그 눈물을 핥았다.

"아아...... 달콤하군. 달콤해! 좋아좋아, 좀 더 나를 위해 울어달라고!!"

모든 것을 불태울 만큼 새하얗게 타오른 분노가 나의 머릿속을 일직선으로 꿰뚫고, 시야에 격렬하게 스파크를 피워 올렸다.

"스고우......, 너......, 너 이 자시이익!!"

절규하며 나는 마구잡이로 사지를 움직여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나를 꿰뚫은 검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내 두 눈에서도 눈물이 넘쳐나는 것을 느꼈다. 벌레처럼 비참하게 기며, 발버둥 치며, 나는 포효했다.

"네놈......, 죽일 테다!! 죽일 테다!! 반드시 죽이고 말 테다!!"

나의 절규에 뒤덮에, 미칠 듯이 웃는 스고우의 목소리가 높이 울려 퍼졌다.

지금 내게 힘을 빌려준다면ㅡ

두 손의 손가락으로 바닥을 긁으며, 1밀리미터라도 앞으로 몸을 움직이려 하면서 나는 빌었다.

만약 지금, 내게 일어날 힘을 준다면, 무엇을 대가로 치르더라도 상관없다. 목숨, 영혼, 모든 것을 빼앗아 가도 상관없다. 악마든 무엇이든 좋으니, 저자를 베어버리고 아스나를 그녀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보내 준다면.

스고우는 두 손을 써서 아스나의 팔이며 다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놈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사악한 전자신호가 강제로 감각자극을 일으키는지, 아스나는 피가 배어나올 정도로 입술을 깨물며 치욕에 견뎠다.

그 모습을 눈에 담으며 나는 자신의 머릿속이 하얗게, 하얗게 불타버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분노와 절망의 불꽃이 나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사고회로는 남김없이 재가 되었다. 이대로 모조리 불타 뼈의 색을 띤 메마른 덩어리가 되고 만다면 이제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칼 한 자루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느 1만검사의 정점에 섰던 영웅이니까. 마왕을 타도하고 세계를 구한 용사니까.

기업이 마케팅 이론에 따라 만들어낸 것에 불과한 가상세계, 고작해야 게임. 그것을 또 다른 현실이라 믿고, 그곳에서 손에 넣은 힘이 진정한 힘이라고 착각했다. SAO세계에서 해방ㅡ또는 추방되어, 현실세계에 귀환한 후로 나는 자신의 빈약한 육체에 실망하지 않았던가? 마음속 어딘가에선 그 세계로, 최강의 용사로 있을 수 있던 그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지?

그러니 너는 아스나의 마음이 새로운 게임 세계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렇다면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으리라 착각하고, 진짜로 해야 할 일을 현실의 힘을 가진 어른들에게 맡기려 하지 않은 채 어슬렁어슬렁 이곳까지 온 거다. 다시 환상의 힘을 되찾아, 다른 플레이어들을 압도하고 추악한 자존심을 만족시켜 기뻐하고 싶었던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 결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