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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아해하는 목소리와 함께 내 손에서 카드가 떠나는 감촉.

"Kirito......, 키리토. 헤에, 재미난 이름이네............... 응...........?"

나는 길드, 아니, 이 세계에서는《스쿼드론》에 소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네임 카드에는 이름과 또 한 가지 정보──성별 표기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Male이라면......, 엑......? 하지만, 넌............"

멍한 목소리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바로 아래를 향하고 있던 내 시야 위쪽 끝에서, 귀여운 맨발이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거짓말이지............? 나, 남자였어............? 그 아바타가............?"

그리고, 침묵.

로커 룸에 가득 찬 긴박감에 견디지 못하고 나는 고개를 들려 했다.

그 순간 무언가 새하얀 것이 맹렬한 속도로 날아와선 내 왼쪽 뺨에 작렬하고, 보라색 이펙트 플래시를 터뜨렸다.

그것이 소녀의 오른손 손바닥임을 깨달은 것은 임펙트의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빙글빙글 팽이처럼 회전해 머리 부근에 별을 몇 개나 깜빡이면서 바닥에 털썩 주저않은 후였다.

"따라오지 마."

"하, 하지만 이제 어떻게 해아 좋을지......"

"따라오지 마."

"하,하지만 달리 아는 사람도 없고......"

"따라오지 마."

그렇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나는 앞을 가는 하늘색 머리카락을 필사적으로 따라갔다. 소녀는 사막 컬러의 밀리터리 재킷에 같은 계통 색깔의 방탄아머, 컴뱃 부츠 차림으로 장비를 바꾸었다. 시내용 장비와 공통된 것은 목에 감은 머플러뿐이었다. 조금 전 내게도 충고했듯 무기는 아직 오브젝트화하지 않았다.

내 차림도 비슷했지만, 이쪽은 온몸이 야간용 전투복이라고 해야 하려나, 거의 검은색에 나까운 위장 무늬였다. 이번만큼은 취향을 버리고 범용성 있는 색으로 하려고 했지만, 무작위로 결정된 맵 타입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위장 무늬 색을 갖추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말에 결국 취향대로 고르고 말았다.

그 조언을 해준 당사자는 내 1미터 정도 앞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걷고 있다.

그녀의 분노는 지극당연한 것이지만 나도 딱히 여자라고 거짓말을 한 것도, 억지로 여자 같은 말투를 꾸몄던 것도 아니다. 그야 착각을 이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쪽도 옷을 갈아입을 거면 갈아입겠다고 한 마디 해줬더라면 나름 대처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점점 푸념처럼 바뀌어 가는 생각을 품은 채 대화는 반쯤 포기하고 머플러 꼬랑지를 따라 걷고 있으려니, 갑자기 소녀가 우뚝 두 발을 멈추었다. 광대한 돔을 벌써 반 바퀴는 돌았다.

같이 멈춰 선 내 눈앞에서 소녀가 몸을 돌렸다.

남색 눈동자가 나를 부릅 노려본다. 고양이 같다기보다는 이미 표범 수준의 험악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조그만 입술이 크게 공기를 들어마시고, 으아악 드디어 소리를 지르는구나, 싶어 나는 고개를 움츠렸지만, 튀어나온 것은 요란한 한숨이었다.

털썩, 곁의 박스 시트에 앉은 소녀는 다시 고개를 홱 돌렸다.

나도 조심스럽게 맞은편에 앉았다.

돔 한가운데에 홀로그램 패널을 올려다보니 예선 개시까지 카운트다운은 10분도 남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개시 전에 또 어디론가 이동해야만 하는 건 아닐까? 아니면 모종의 수속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한 정보가 아무 데도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고개를 움츠린 채 안절부절못하는 나를 소녀가 다시 한 번 노려보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깊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최소한 필요한 것만 설명하겠어. 그 다음엔 정말로 적이니까."

극히 낮은 목소리로 그런 말이 흘러나와 나는 나도 모르게 살짝 표정을 풀었다.

"고, 고마워."

"착가가지 마. 널 용서한 건 아니야. ──저 카운트다운이 0이 되면, 여기 있는 참가자는 모두 다른 곳에 있는 예선 1회전 상대와 단둘이 배틀필드로 자동 전송돼."

"아, 아하."

"필드는 가로세로 1킬로미터짜리 정사각형. 저형 타입이나 날씨, 시간은 랜덤. 최소 5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시작해서, 결판이 나면 승자는 이 대기 에어리어로, 패자는 1층 홀로 전송 돼. 져도 무장 랜덤 드롭은 없어. 이긴 사람은 다음 대전자의 시합이 끝나는 즉시 전송돼 2회전을 시작해. 끝나지 않았다면 그때까지 대기. F블록은 64명이니까 다섯 번 이기면 결승에 진출해 본선 진출 자격을 얻을 수 있어.── 더 이상은 설명하지 않을 테고, 질문도 안 받을 거야."

무뚝뚝한 말투치고는 꼼꼼한 해설 덕에 어찌어찌 예선 토너먼트의 개요는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새삼 소녀에게 인사를 했다.

"대충 알았어. 고마워."

그러자 그녀는 다시 한 번, 딱 한순간 내게 시선을 던지더니 다시 금방 옆을 쳐다보았다. 입술이 움직이더니 아주 미약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결승까지 올라와. 이렇게 잔뜩 가르쳐줬으니, 마지막 한 가지까지 가르쳐주겠어."

"마지막 한 가지?"

"패배를 알리는 탄환의 맛."

그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야유나 쓴웃음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이었다.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은 전혀 밉지가 않다.

"......기대되는걸. 하지만 넌 괜찮겠어?"

소녀는 흥 하고 살짝 코웃음을 쳤다.

"예선에서 탈락했다간 그 자리에서 은퇴할 거야. 이번에야말로──"

넓은 돔에 가득한 적수들을 응시하는 눈동자가 강렬한 자청색을 발한 것 같았다.

"──강한 놈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겠어."

그 말은 거의 실제 볼륨을 수반하지 않고 흘러나와 미미한 진동으로 직접 내 청각에 전해졌다. 소녀의 입술이 움직이더니 무시무시한 짐승 같은 웃음의 형태를 이루었다. 내 등줄기에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얼음 같은 전율이 내달렸다.

이 소녀가 남자들이 뿜어내는 압박감을 개의치 않았던 것도 당연했다.

왜냐하면 소녀는 그들보다도 압도적으로 강하니까.

VRMMORPG 플레이어의 기량도──그리고 그것을 지탱하는 본인의 정신력도.

숨을 죽이고 입을 다문 나를 흘끔 보더니 소녀는 웃음을 거두었다.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시선을 멈춘 후. 오른손을 휘둘러 메뉴 윈도우를 불러냈다. 짧은 조각을 거쳐 그녀의 손가락에는 조그만 카드가 출현했다.

그것을 테이블 위에 미끄러뜨려 내가 받아들자 소녀가 말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일 테니까, 지금 이름을 밝혀 두겠어. ──그게 널 쓰러뜨릴 사람의 이름이야."

말없이 시선을 떨구었다. 거기에 적힌 문자는──【Sinon】. 성별은 물론 F(여성).

"시논."

내가 중얼거리자 소녀는 하늘색 머리카락을 찰랑이며 가볍게 끄덕였다. 나도 다시 한 번, 정식으로 이름을 밝혔다.

"키리토야. 잘 부탁해."

무의식적인 동작으로 테이블 위에 오른손을 내밀었지만, 시논이라는 소녀는 당연하다는 듯 무시하고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렸다.

시논은 그 후로도 입을 꾹 다문 채 다시 말을 하려 들지 않았다.

돔 천장의 모니터를 올려다보니 시간은 아직도 5분이나 남았다. 의자 위에서 얌전히 무릎이나 끌어안고 있을까, 아니면 다시 한 번 말을 걸어볼까 고민했지만 결론을 내기도 전에 내 귀가 접근하는 발소리를 포착했다.

고개를 드니 테이블을 향해 일직선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은회색 장발을 드리운 키가 큰 남자 플레이어였다.

암회색과 약간 밝은 회색 패턴이 들어간 직선 위장 무늬의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어깨에는 큼지막한 기관총──아마 서브머신건이 아니라 어설트 라이플이라던가 하는 그것을 걸쳤다. 얼굴형이 날카로워 슬림한 몸에 잘 어울렸다. 방어구도 최소한도로만 걸친 것을 보니 전장에서는 매우 재빠르게 움직이지 않을까 싶었다. 역전의 병사라기 보다는 특수부대원 같은 분위기였다.

사내는 어둠 속에 혼자 앉아 있는 내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시논을 똑바로 보더니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그 수간 예리한 아바타가 소년 같은 부드러움을 띠어 나는 잠시 눈을 깜빡거렸다.

"여. 늦었구나, 시논. 지각하는 거 아닐까 싶어서 걱정했어."

사내의 입에서 흘러나온 친근한 목소리에 나는 또 시논이 말의 탄환을 쏘아내겠다 싶어 고개를 움츠렸다. 그러나 의외로, 하늘색 머리카락의 소녀는 몸에 두른 영하의 커튼을 누그러뜨리더니, 입술에는 웃음까지 지으며 대답했다.

"안녕, 슈피겔. 조금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