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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녀석한테는 손대지 마. 조작하려고도 하지 마. 그게 내가 저 녀석하고 손을 잡을 때의 조건이니까."

"그 조건이란 다이애나가 제시한 거야?"

"그래. '당신이라면 다른 사람이 맘대로 머릿속을 주무르는 게 기분 좋아?' 라더군. 저 녀석은 그런 걸 정말 싫어해."

"그럼 다이애나를 검사한 적이 한번도 없어?"

"없어."

"두뇌실에 들어간 적도?"

"없어."

긴 다리를 아무렇게나 뻗고서 술맛을 즐기는 데에 집중하다가, 남자는 짓궂은 표정으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군에서 날 포기할 수 없는 데에는 그 탓도 있어. 저 녀석은 다른 인공두뇌를 지배할 수 있지. 군함까지 시도해본 적은 없지만, 미사일 조준을 미치게 만드는 것쯤은 손쉽게 할 수 있어. 그런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상식이니까, 다이애나를 분석해서 동일한 능력의 감응두뇌를 만들고 싶은 거겠지. 아마도 병기로 쓰기 위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만한 얘기다. 게다가 쿠어 재벌은 공화우주에서도 손에 꼽히는 우주선 제조업체였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여자는 그 재벌의 회장.

하지만 그녀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 쓸데없는 짓을. 저런 건 생물로 말하자면 돌연변이나 마찬가지야. 아마도 우연의 산물이겠지. 어던 우연이 어떻게 작용한 건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똑같은 물건을 만들 셈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군대는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런 건 손에 넣고 나서 고민할 생각 아닐까?"

"내 세금을 그딴 짓으로 허비하고 있다니 열 받는데. 게다가 손에 넣는다고 마음대로 다룰 수 있겠어? 다이애나한테는 여러모로 위험한 소문이 많잖아. 승무원의 안전에 관심이 없다는 소리까지는 몰라도, 마음에 안 드는 인간을 배에서 쫓아냈다는 소리는 믿기 힘들던데."

"그건 조금 달라. 순항속도로 가속할 때 관성상쇄 시스템을 끊었지."

처음으로 여자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음속을 초과하는 속도에서 초속 4,000만 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순간을 노려서 그런 짓을 한다면 인간의 육체 따위는 눈 깜짝할 사이에 압축되고 만다.

"그거, 꼭 자세하게 들어보고 싶은 걸."

"대단한 얘기는 아냐. 내 이름이 유명해지다보니 묘한 녀석들이 여럿이서 덮쳐왔거든. 사람이 지상에 내려와 있는 틈을 노려서 말야. 저 배 성능이 대단하다던데 우리들이 잘 써줄 테니 내놓으라고 지껄이더군. 소문이라는 건 정말 처치 곤란한 거야. 나도 저항은 안 했어. 비무장 상태에서 여럿한테 대항해봤자 소용없으니까. 그 자리에서 다이앤에게 연락해서, 이 녀석들이 널 타고 싶어한다고 말했지. 저 자식, 간단하게 '마음대로 하시지' 라는 거야. '타고 싶다면 말릴 이유도 없으니까' 라고도 했던가. 조종자 한정등록 같은 것도 안 걸어뒀고, 저 녀석도 오는 사람 안 막는 주의라서 말이야. 놈들은 희희낙락하면서 배에 올랐어. 그런데 저 녀석이 대기권을 이탈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돌아온 거야. 그때 뭐라고 했는지 알아? '마안하지만 청소 좀 부탁해' 라더군."

"그리고 배에 들어가 봤더니 온통 피바다였다는 건가."

"그래. 엄청났지."

"다이애나는 그렇게 될 거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시스템을 끊은 거고?"

"물론."

지능을 갖는 기계 전체에 공통되는 점이 있다. 인간의 생명 및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사항으로 하며, 도이에 인간에게는 절대로 위해를 가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다이애나는 그때 이렇게 말했다.

"난 배의 운항에 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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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어? 모든 여성은 다 귀엽다구. 재스민, 당신은 특히 더 귀여워. 그런 삭막한 걸 입고 있다니 정말 아까운데. 당신은 자기 매력을 좀더 자각해야 해. 다음 번에는 당신한테 어울리는 옷을 선물하고 싶은데."

능글맞은 말을 뱉는 목소리도 매력적인 저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호의에는 감사하지만, 미스터 아폴론. 나로서는 좀 전의 매력적인 레이디 쪽하고 다시 만나고 싶은 걸. 바꿔줄 수 있을까?"

남자는 과장하듯 두 손을 펼치고 고개를 저으면서 자신의 한탄을 멋들어지게 표현했다.

"아아, 이게 무슨 일이람. 정말 유감이야. 이 얼굴이 마음에 안 드나 보지? 여성관제사들한테는 엄청난 인기였는데 말이야. 아니면, 당신 혹시 동성연애자?"

"아아니? 성별은 차별하지 않는 주의야. 하지만 누구한테나 취향이라는 게 있어서 말이지.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런 남자는 내 취향이 아냐."

아직도 웃으면서 여자는 켈리를 돌아봤다.

"당신이라면 어쩌겠어? 이 아폴론 씨 같은 남자하고 한 배에 타고 있으면?"

켈리는 잔뜩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재수 없는 얼굴에 한방 먹여주고 배에서 던져버리지."

"동감이야."

그을린 피부의 미남자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화면에서 사라지고, 원래대로 다이애나의 얼굴이 나타났다. 실망한 듯이 고개를 젓고 있다.

"나 상처받았어. 여자들의 평균적인 기호를 완벽하게 조사해서 만들어낸 회심작이었는데."

"저게?"

두 사람의 목소리가 합창했다.

"나도 일단은 여자지만 저런 남자만은 절대 사양이야."

"같은 남자로서 저런 남자는 완전 쓰레기라도 단언해도 좋아."

"두 사람 다 그렇게 단정짓지 말아줘. 됐어. 알았다구. 좀더 연구하기로 하지. 그럼 재스민, 아까 말한 것 잘 부탁해요."

손을 흔들고 다이애나는 재빨리 화면을 꺼버렸다.

여자는 다시 정비장에게 연락해서 배 안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전했다. 단 두뇌실에는 출입금지. 그 이상의 일에 대해서는 그 배의 두뇌와 상담하라는, 정비장이 기절할 만한 명령을 내리고 통신을 끊었다.

다이애나가 어떤 수단으로 이 방의 스크린을 가동시켰는지, 언제부터 어떻게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여자는 켈리의 얼굴을 쳐다보며 전혀 다른 말을 꺼냈다.

"도저히 기계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걸."

여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는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켈리는 태영ㄶ아게 고개만 끄덕였다.

"그래. 잘 만들었지?"

"하지만 너무 완벽한 것 같은 기분이 안 드는 것도 아냐. 저 계통의 연구기관이 알았다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걸. 정말로 개성 있어. 감응두뇌가 어쩌고 하기 전에, 인공두뇌라고는 생각할 수 없잖아. 지금까지 저런 건 한번도 못 봤어."

"모두들 그렇게 말해. 감응두뇌가 만들어낸 영상이라고 몇 번을 말해줘도 안 믿는 녀석도 있지. 최근의 영상기술도 상당하지만 어차피 한계가 있는데, 저게 기계의 목소리라니, 저 머리카락이, 저 피부가 실존하지 않는 허상이라니 그럴 리 없다면서. 하지만 저 녀석은 자유자재로 배를 조종하고 있어. 그러니 감응두뇌가 맞는 거겠지. 그것도 어지간한 감응두뇌 따위는 발치에도 못 미치는 우수한 두뇌야."

켈리에게 있어서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