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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안은 둘러보았다. 그러자 뒤의 복도 쪽 자리에서 두 여자애가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가 소녀의 시선을 깨닫고는 ‘쪽지 읽었냐?’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소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몸을 다시 돌리고 메모를 들여다 보았다.

-새하얀 사신에 대해서 알아? 보면 죽는대.

한 달이나 지난 지금, 소문에 살과 뼈대가 붙어 호러의 강도가 높아져 있었다.

머릿속에 날아 들어오는 문자열.

죽어?

누구의 손에?

사신한테?

새하얀 사신한테?

너야말로 그 사신한테 잡아먹혀라.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다.

그런 게 있을 리 없잖아.

너야말로 그 사신한테 확 잡아먹혀라.

왜냐하면 그녀는 내 눈앞에서 죽었으니까.

세상의 끝은 찾아왔다.

소원은 이루어졌나?

잠잘 때 눈을 감으면 우주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것은 자기 전의 10분뿐.

하지만 지금은‘무(無)’다. 아무것도 없다. 새까맣다. 혹은 새하얗다. 세상의 끝도 분명 이런 느낌일 것이다. 우주 속을 떠도는 먼지다. 그 우주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만약 그렇다면 거기에 있는 것은 결국 ‘무’ 인 것이다.

그러니까 세상의 종말 같은 건 오지 않는다. 세상은 변함없이 줄곧 흔들리며 빛을 기다리고, 빛을 믿고, 빛에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사실은 깨닫지 못한 채 빛은 통과해간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어진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지금 어디에서 이렇게 숨을 쉬고 있는 걸까?

-딸랑.

멀리에서, 아니, 굉장히 가까운 곳에서 방울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한테는 뭐가 보였어?”

그것은 소녀 자신과는 달리 사랑스런 목소리였는데 아이 같으면서도 어른스러워 불가사의했다. 거기에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소녀는 흠칫해서 눈을 떴다. 그곳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암흑이었다. 소녀는 암흑 속에 파묻히듯이 서 있었다.

“아무것도 없지? 처음부터 ‘무’. 아무것도 없어.”

예쁜 얼굴에나 나오는 말이 암흑 속으로 차갑게 빨려 들어갔다. 여자아이는 새하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긴 머리카락은 물론이고 비칠 듯이 투명한 피부와 원피스까지 온통 새하얗다.

“아무것도 없으니까 아무것도 안 보이지.”

새하얀 여자아이가 말했다.

소녀는 떠올리고 있었다. 새하얀 사신에 대해서.

보면 죽는대.

고작 소문에 불과하잖아. 누군가가 만든 이야기.

“그럴지도 모르겠네-.”

마치 소녀의 마음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말했다. 새하dis 여자아이는 똑바로 소녀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사실일지도 모르잖아?”

“뭐가?”

이번에는 소녀가 물었다.

“내가- 그녀를 데려갔는지도 몰라.”

“그, 그런 일이...”

“왜냐면 그런 소문이 돌고 있잖아?”

“하지만...!”

“아니면 네가 - 죽였다고 생각해?”

움찔했다. 새하얀 여자아이의 검고 커다란 눈동자가 마음을 찌르는 것 같았다.

그럴 리 없다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