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호빠 📌승호 O1O - 3188 - 1476📌 주대 최저가, 신림역 3분거리 궁전.


않았으면..........."

──아마 이 소녀에게 이제부터 시작될《불릿 오브 블리츠》대회의 예선은 단순한 게임 플레이 이상으로 중대한 의미가 있는 모양이었다.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참가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직감으로 그렇게 깨달은 나는 3분도 남지 않는 시간 동안 저멀리 보이는 타워까지 도착할 수단을 찾아 열심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때 간판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왼쪽으로 길게 뻗은 넓은 차도의 일부가 주차장으로 되어 있었으며, 그곳에는 요랂나 원색의 소형 차랑들이 세 대 나란히 서 있었다. 그 안쪽에 세워진 패널에선 네온사인으로【Rent─A─Buggy!】라는 문자가 번쩍번쩍 빛난다. 의미는 명백했다.

"저거다!"

나는 느닷없이 소녀의 왼손을 잡고는 진로를 바꿨다. "어?!"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는 소녀의 몸이 허공에 뜰 정도로 속도로 차도에 뛰어들어선《랜터 버기》코너에 달려갔다.

나란히 늘어서 있던 머신은 모두 타이어가 앞에 하나, 뒤에 둘 달린 삼륜 버기였다. 제일 가까이 정차되어 있던 붉은 버기의 리어 스텝에 소녀를 반쯤 집어던지듯 얹어 놓고 나는 눈앞의 시트에 걸터앉았다. 미터 패널 아래에서 쇼핑 때 썼던 것과 같은 장문(掌蚊) 스캔 장치를 발견하고 오른손에 갖다 대자, 정산 사운드와 함께 엔진에 시동이 걸렸다.

삼륜 버기의 앞부분은 다행히 바이크와 완전히 똑같은 구조였다. 게다가 보아하니 기어 변속은 수동인 모양이었다. 나는 그립을 꽉 쥐고는 지체 없이 스로틀을 열었다. 내연기관이 소리 높여 울부짖고, 버기는 앞바퀴를 띄우며 튕겨져 나가듯 차도로 달려 나갔다.

"꺅!"

뒤에서 귀여운 비명이 들리고 내 배에 가느다란 두 손이 감겼다.

"꽉 잡아요!"

뒤늦게나마 소리를 지르곤 노면을 그을릴 듯한 오른쪽 턴으로 차선을 변경하자마자 액셀을 활짝 열었다. 잇달아 기어를 올리자 눈 깜짝할 사이에 미터기는 시속 100킬로미터를 넘어 섰다. 현실세계에서 전동 스쿠터가 아니라 수동 변속기가 달린 골동품 바이크를 모는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차도를 달리는 미래틱한 사륜차들을 좌로 우로 피하며 재빨리 기어를 조작하고 있으려니, 오른쪽 귓가에서 소녀가 외쳤다.

"어......어떻게 조종하는 거야?! 이 버기는 운전이 너무 어렵다고 남자 플레이어들도 제대로 모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죄송합니다. 사실은 바로 그 남자 플레이어에요.

하지만 이 상황에선 그런 말을 할 수도 없는지라 나는 말을 얼버무렸다.

"어...... 그게, 옛날에 레이싱 게임도 좀 해봐서...... 웃차차!"

앞에 있던 대형 버스가 느닷없이 차선을 변경하는 바람에 리어타이어를 요란하게 미끄러뜨리며 회피했다. 기어를 낮추고 재가속해 단숨에 추월했다. 하기야 2025년도 다 끝나가는 이 시대에 수동 기어를 가진 구식 바이크 운전경험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 애초에 교습소 실습도 기본은 전동 스쿠터다. 나는 에길의 지인이 공짜로 준다고 하니 갖은 고생 끝에 수동을 몰 수 있는 중형 면허를 땄지만, 그 태국제 바이크를 받아든 후엔 전 주인이 페차 비용을 아끼기 위해 떠넘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사실 몇 년 후에는 가솔린 엔진 차량 그 자체가 전면 금지된다는 이야기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갑자기 머리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와 나를 놀라게 했다.

"아하하...... 굉장해! 기분 좋다!'

그 목소리가 고양이눈 소녀의 것이라고 인식하기까지는 약간 시간이 걸렸다. 어딘가 긴장된 듯한, 그러면서도 쓸쓸한 기척을 풍기던 그 소녀가 이렇게 웃을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저기, 속도 조금만...... 조금만 더 올려줘!"

소녀의 목소리에 나는 약 1킬로미터 앞까지 다가온 총독부 타워의 위용을 노려보며 대답했다. "OK!" 머리를 숙이고 기어를 최고까지 높였다. 카아아아앙. 엔진이 울부짖고 속도계의 바늘이 200킬로미터까지 치솟았다.

이 속도면 1킬로미터 정도 거리는 20초도 못 되어 주파할 것이다.

하지만 그 얼아 안 되는 시간 동안 소녀가 들려준 경쾌한 환호설은 내 기억에 강한 인상을 새겨주었다.

삼륜 버기는 총독부로 이어지는 넓은 계단 바로 앞에서 옆으로 미끄러지며 멈췄다.

흘끔 시계를 보니 3시까지는 딱 5분 정도가 남았다.

"이 정도면 늦게 않겠어! 이쪽이야!"

리어 스텝에서 뛰어내린 소녀가 내 오른손을 붙잡고는 뛰기 시작했다. 그 옆얼굴에는 이미 칼날 같은──아니, 고성능 총기 같은 날카로움이 돌아와 있었다. 대체 어느 쪽이 진짜 그녀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꾹 억누르고 나도 열심히 계단을 뛰어올랐다.

스무 단 정도 되는 계단을 다 오르자 눈앞에 어마어마하게 큰 금속계 타워가 우뚝 서 있었다. 앞뒤로 긴 유선형에, 곳곳에는 안테나 같은 원반이며 레이더 같은 돔이 튀어나와 있었다.

"이게 총독부야. 통칭《브리지》. 네가 나왔던 게임 시작지점《메모리얼 홀》하고는 딱 반대편에 있어."

내 손을 잡아끌며 소녀가 말했다.

"브리지? 다리 말예요......?"

물어보자 소녀는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그게 아니고《함교(艦橋)》라는 뜻일걸? 글록켄이 우주선이었던 시절의 사령부니까 그렇게 불리는 모양이야."

"우주선...... 아, 그래서 도시가 이렇게 세로로 긴 거군요."

"응. 정식 명칭에 붙어 있는《SBC》란 건《Space Battle Cruiser(우주전투순양함)》의 약자래. 이벤트 참가나 게임에 관한 수속은 전부 여기서 해."

거기까지 해설을 마친 것과 동시에 우리는 타워, 아니, 브리지 1층의 입구를 지났다.

내부는 상당히 넓은 원형 홀이었다.

미래 느낌이 풍기는 디테일로 제작된 원기둥이 십자 대형으로 까마득히 높은 천장까지 이어져 있었다. 주위의 벽에는 대형 화면의 패널 모니터가 즐비하게 설치되어 있었으며 여러가지 이벤트 공지가 어스름한 홀 안에 원색의 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개중에는 현실세계 기업의 CF도 보였다. 물론 가장 화려한 것은 정면의 대형 모니터에 재생 중인《제3회 불릿 오브 블리츠》의 프로모션 영상이었다.

그러나 넋을 놓고 쳐다볼 여유는 없었다. 소녀에게 이끌린 채 오른쪽 제일 안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벽 쪽에는 세로로 길쭉한 가계가 수십 대나 늘어서 있었다.

편의점에 있는 ATM과 컨텐츠 벤더를 겸한 멀티 단말기와 비슷하게 생겼다.

나를 그중 한 대 앞에 세워 놓은 소녀는 재빨리 말했다.

"이걸로 대회 참가신청을 하는 거야. 일반적인 터치패널식 단말기인데, 조작법은 알겠어?"

"네, 해볼게요?"

"응. 나도 옆에서 할 테니까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

패널로 구분된 오른쪽 옆의 단말기를 쳐다보는 소녀에게 작은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한 후 나는 화면에 눈을 돌렸다.

모니터에 비춰진 홈 화면에는《SBC 글록켄 총독부》라는 표기가 있었으며, 놀랍게도 메뉴를 포함해 모든 것이 우리말이었다. 다이브 전에 현실세계의 온라인에서 GGO의 공식 사이트를 봤을 때는 모두 영어라 당황했는데, 보아하니 게임 내부는 어느 정도 현지화가 이루어진 모양이다.

손가락으로 메뉴를 더듬어 나가자 금세 제 3회 불릿 오브 블리츠 예선 참가 버튼이 나타났다. 물론 눌렀다. 그러자 화면에 이름과 직업 등 각종 데이터를 입력하는 양식아 나타났다. 남은 시간은 약 180초.

게임 내부니까 캐릭터 이름은 시스템이 알아서 참조해주면 되잖아. 애초에 내 직업은 뭔데......라고 내심 투덜거리며 폼을 노려보고 있으려니, 가장 위에 놀라운 주의사항이 있었다.

【아래 양식에는 현실세계 및 플레이어 본인의 이름과 주소를 입력하시기 바랍니다. 공란이나 허위 데이터로도 이벤트에 참가할 수는 있지만 상위 입상 상품을 수령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에는 한순간 손가락이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나의 주목적은 대회에서 가급적 눈에 띄어《사총》의 타깃이 되는 것이지만, 상품이라는 두 글자에 잠시 눈이 머는 것은 MMO 게이머의 어쩔 수 없는 성질이다. 왜냐면 그런 상품이란 대체로 일반적인 플레이로는 얻을 수 없는 매우 희귀한 장비일 테니............

비틀비틀 손가락이 성명란에 빨려 들어가고, 여기에 나타난 홀로그램 키보드에《키리가야》의 K를 타이핑하기 직전, 나는 간신히 마음을 붙드는 데 성공했다.

나는 이곳에 게임을 즐기러 온 것이 아니다. 수수께끼의 플레이어《사총》과 접촉해 그의 능력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간파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이다. 만약, 가령, 만에 하나《사총》에게 모종의 힘이 있다면 게임 내에서 현실의 정보를 드러내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어쩌면《사총》이 운영업체 사람이라 모든 플레이어의 등록 데이터에 자유로이 액세스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레어 상품의 유혹을 간신히 뿌리치고,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모든 폼을 비워 둔 채 가장 아래의 SUBMIT 버튼을 눌렀다.

다시 화면이 바뀌고, 나의 참가 접수를 알리는 문장과 예선 토너먼트 1회전 시간이 표시되었다. 날짜는 오늘, 시간은──

겨우 30분 후였다.

"끝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