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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몰라!"

맞은편 키타하라 씨 댁으로 쳐들어가기 위해 일어난 내게 미우가 매달렸다.

"다른 놈한테 히나를 맡길 수 없어!"

"잠깐만요, 그 발언은 위험하다니까요! 섬세함이 부족하다고요!"

"에잇! 놔줘, 미우! 나는 보호자로서 히나의 건전한 양육을 위해 가혹한 선택을 조금도 마다하지 않겠‥‥."

"어지간히 하세요!"

딱! 미우한테 슬리퍼로 맞았다.

"앗! 나는 도대체‥‥."

"정신이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자, 외삼촌 힘내서 리포트 쓰세요~."

"그, 그래‥‥."

미우가 생긋 미소를 짓고 나를 다시 컴퓨터 앞에 앉혔다.

"언니도 옷 갈아입고 오지 그래? 저녁 먹을 때까지 아직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까."

"응, 그래야겠다‥‥."

소라는 어딘가 기운 없는 모습으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미우는 그런 소라의 등 뒤를 희미한 쓴웃음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타카나시 소라는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일어난 직후에는 머리가 멍해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고, 손발이 납이라도 동여맨 것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특히 지금 계절이 가장 괴로웠다. 이불에서 한 발짝 밖으로 나가면 그곳은 극한의 땅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의 한기가 덮쳐 혈액순환이 나빠진 머리가 그때만큼은 "그곳은 위험해. 따뜻한 곳으로 돌아가."라고 분명한 주장을 해 왔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을 무쇠와 같은 의지로 꾹 참고 세면대로 향했다. 사실은 알람이 울리고 나서 여기까지 오는 데 30분 이상 걸렸지만, 이것도 소라한테는 시간이 매우 단축된 것이다.

참고로 오늘 아침 식사 당번은 유타였다. 차례대로 돌아오는 당번제로 유타는 담당 이틀째였다.

그러나 어제 상황으로 봐서는 아침까지 리포트에 매달리느라 식사 준비를 할 경황이 없을 것이다. 아침 식사를 만들 사람이 아무도 없는 셈이었다. 아니면 시리얼과 우유만 주든지.

"좋았어‥‥!"

찬물로 세수를 하고 억지로 머리를 상쾌하게 만든 소라가 거울 속의 자신을 향해 기합을 넣었다. 힘내자. 나는 이 집의 언니니까.

"아, 소라, 잘 잤니?"

그런데 부엌은 뜻밖의 인물에게 점령되어 있었다.

"미안. 부엌 좀 쓸게."

심플한 셔츠와 청바지 위에 꽃무늬 앞치마라는 언밸런스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지만, 묘하게 위화감이 없이 멋있어 보이는 남자는 역시 입고 있는 사람의 바탕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평소에는 쓰지 않는 안경을 쓰고 있었다.

반듯한 이목구비에 굳이 비일상적인 것을 첨가함으로써 그 아름다운 조형이 한층 더 눈에 띈다.

학교에서 유일하게 소라의 오타쿠 취미에 대해 알고 있는 친구가 그렇게 이야기했었다.

이론은 놔두고, 요컨대 소라는 생각지도 못한 모습에 반하는 데다 안경 쓴 남자를 좋아했던 것이다. 거기다 슈트에 넥타이 등의 옵션이 붙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었다. 슈트라고 해도 흔히 말하는 호스트 같은 타입이 아니라, 회사원이 입는 비즈니스 슈트여야 했다.

땀투성이가 돼 가며 바쁘게 일하다가 상의를 벗어 던지고 한 손으로 넥타이를 느슨하게 푸는‥‥.

그런 동작이 소라로서는 가장 숨 막힐 듯했다.

그래서 어디 사는 누가 얼른 대학을 졸업해 취직하길 바라고 있었다.

가능하면 영업직이었으면 좋겠다. 매일처럼 이리저리 거래처를 뛰어다니다가 녹초가 된 모습으로 귀가한 그 사람을 현관 앞에서 맞이한다. 그 순간을 상상하기만 해도 자기도 모르게 자꾸 히죽거렸다.

'이야기가 옆길로 빠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