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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사샤는 일하던 중에 걸려온 전화 때문에 귀가가 늦어졌다. 배달 음식을 시켰던 그날이다. 사샤는 뜻밖의 사람과 만나고 있었다. 유리와 유타의 고모였다. 진지하고 논리적인 사람이었다.

“그 아이들의 상황과 마음 전해 두고 싶어서요. 제가 그 아이들의 후견인이니까…. 그리고 한 번,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유타와 아이들의 경제 상태와 지금까지의 경의를 정확히 설명해 주었다.

“저어… 어째서 저한테?”

긴 질문과 대답의 반복 뒤에 사샤가 사하라 요시코라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만약 유타와 아이들을 함께 살게 하고 싶은 거라면 자기를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그 아주머니는 자신들이 이혼한 이유에 대해 일절 묻지 않았다.

‘'미우의 어머니인 당신에게 사정을 알 권리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것은 타카나시 가의 친척 분들도 양해하고 계시지요. 만나는 건 왠지 좀 그렇다고 해서 따라오지는 않으셨지만. 그분들, 뭔가 당신에게 진 빚이 많다고 느끼시는 것 같았어요:’

좀 의외였다. 사샤 스스로는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캔들로 유명한,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겠다는 말을 친척이 꺼냈다면 자신도 역시 말렸을 게 틀림 없다. 게다가 신고에게는 귀여운 딸도 있었으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는데…. 게다가 정말로… 저는… 미우의 엄마로서는 실격이니까요…. 미우는 아직도 마음을 열어 주지 않는답니다. 틀림없이… 전….”

“그건 제가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역시 엄마라는 존재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렇게 말할 것 같으면, 소라 자매와 유타가 함께 사는 것을 가장 반대한 사람은 저니까요. 친엄마가 데리고 가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는요.

아주머니는 격려하고 있는 건지，뿌리치고 있는 건지 판단이 되지 않는 말투로 말했다.

“저는 엄마가 알아둬야 할 것은 전해드렸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엄마로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아주머니는 상상도 되지 않을 만큼 다정하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자랑스러운 유타와 아이들은 아직 불안하긴 하지만 아주 착한 아이들이랍니다. 저는 그 아이들을 믿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당신도 그 아이들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면 될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아주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틀림없이 잘해 낼 겁니다. 유타는 그런 아이예요.”

그때의 미소가 유리와 매우 닮아서 사사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한 번 더 한숨을 지었다.

자기 혼자만 외톨이라는 생각에… 사사는 거실에 와락 엎드렸다.

쓸쓸함과 피곤함이 왈칵 밀려와 유타와 미우가 같이 돌아온 졸 도 모르고 사샤는 잠이 들어 버렸다.

미우를 재촉해 간신히 당도한 거실에는 이미 저녁 식사가 준비 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친 듯 잠들어 있는 아름다운 여성이 있었다.

미우가 왠지 안도한 듯 숨을 내쉬었다.

나에게는 그 모습이 약간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어쩌지? 깨우려니까 측은한데….

그때였다. 미우가 잠시 망설이더니… 소파에서 내가 쓰던 담요 한 장을 가져와 사샤 씨의 어깨에 덮었다. 그리고 그대로 뒤도 보지 않고 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가 버렸다.

이때 나는 한 번 더 마음을 먹었다.

사샤 씨와 제대로 이야기를 하기로.

사샤 씨는 한밤중이 될 때까지 눈을 뜨지 않았다.

물론 다 함께 깨우지 않도록 조심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