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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갔고 어느샌가 계절의 수를 헤아리는 것조차 그만두고 말았다.

“긴 시간 덕분에 쓸쓸함과 슬픔도 잊을 것 같아지지만.”

그렇게 말하고 미즈키는 서툴게 웃어보았으나 이번에는 모모가 웃어주지 않았다. 애틋하고 슬픈 눈빛을 떠올리고 있었다.

“시시한 얘기로 지루하게 해서 미안해”

소녀는 자기가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모든 살며시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그저-”

하려다가 그만둔 말. 왠지 모르게 미즈키도 알 것 같았다.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여기에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잊어가고 있었을 뿐...

슬픈 일음을 잘 알고 있지만 잊어버린다.

“처음엔 정말로 믿고 있었어. 그를 사랑하는 것도, 사랑받는 것도, 하지만 나한테는 애초부터 그럴 자격이 없었던 거야.”

말하자마자 바로 미즈키는 후회했다.

모모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굉장히 사랑스럽고 예쁜 여자아이에게 이런 표정을 짓게 한 것은 자신이다.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싶어서 한 말이 모모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나 같은 사람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슬퍼해주다니...

“미안해”

미즈키는 살며시 손을 뻗었다.

부드러운 새하얀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모모의 뺨을 만졌다.

마치 따뜻한 햇볕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정말 미안해.”

오늘은 사과만 하고 있다. 모처럼 여기에 찾아와준 사람인데.

그때 소녀가 뻗은 손에 모모의 손끝이 와 닿았다. 가냘프로 역시 따뜻했다.

“괜찮아.”

모모는 눈을 감고 미즈키의 손을 잡더니 뺨에서 천천히 떼었다. 그리고 미즈키의 손바닥을 위로 오게 하고 나서 그 위에 손을 포겠다.

온기가 따스하게 전해져왔다. 한동안 느껴본 적이 없었던 소중한 온도. 마지막은 그의 손이었다. 못 견디게 그리운 체온.

“당신이-잃어버린 것. 아직 여기에 남아 있어. 확연히”

모모가 내미는 손바닥에 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너무 작아서 당장이라도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모모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 순간

“다네엘. 부탁해!”

모모의 목소리에 무릎 위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다니엘이 머리를 들고 “응” 하고 끄덕였다. 아까는 건방져 보였지만 사실은 솔직하고 온순한 것 같았다.

다니엘은 끝 부분이 살짝 하얀 검은 꼬리를 빛 쪽으로 향했다.

이윽고 그것은 공 모양이 되었다.

둥그런 모양으로 뭔가 따뜻해서, 마치-.

“다행이다.. 희미하지만 아직 남아 있었어.”

그렇게 말하고 모모가 손바닥을 치우자 둥그런 빛은 두둥실 떠올랐다. 그러더니 빙글빙글 원을 그리면서 허리를 구부린 미즈키의 눈높이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빛은 옆의 나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찬나.

“-앗?!”

미즈키의 가슴 언저리가 화악 빛을 띠더니 순식간에 그 빛이 전신으로 퍼져갔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나무가 바스스바스스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둥그런 빛-. 그것은 추억이었다.

미즈키가 기다리는 사람의 기억.

빛에 감싸이면서 눈을 감자 기억이 떠올랐다.

책을 읽고 있는 그.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그.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 낮잠을 자는 그.

줄곧 여기에서 바라보고 있었던 그였다.

소중한 마음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주, 아주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 그를.

“...언제였던가. 굉장히 큰 전쟁이 시작됐어. 인간들끼리 서로 목숨을 빼앗는 슬픈 시간이었어. 이곳에서 떠나갈 때 그가 말했어-.”

-여기를 떠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