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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난 너를 만남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고양이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 그치만... .”

고양이는 토끼가 가리키는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어. 나하고 똑같아....”

다시 슬퍼지고 말았다. 자기가 걸어온 발소리도, 발자국도 없다니.

그럼 여기 있는 나는 누구일까?

도대체 무엇일까?

“-너는 너.”

끼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분명히 존재하고 있어. 너의 발소리도, 발자국도. 확연히 느낄 수 있어. 한 번 더 돌아봐.”

고양이는 그럴 리 없다고 의심하면서도 다시 한 번 돌아보기로 했다. 똑똑히 거기에 있기를 빌면서.

그랬더니.

“아..., 지금 들렸어! 보였어!”

들떠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마치 난데 내가 아닌 것 같아.”

그때의 발소리. 그날의 발자국. 줄곧 이어져 있고 줄곧 계속되고 있다. 앞을 향해보니,

“어? 나다. 저건 나야. 나 추월당해버린 것 같아. 나한테.”

토끼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

“그래?”

“저쪽에 있는 것도, 이쪽에 있는 것도 모두 너. 하지만 지금의 너와는 다른 너. 그러니까 네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나와 나는 달라.”

“그런가. 그렇구나.”

고양이는 귀를 쫑긋 세우고 팔짱을 끼며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어쩐지.”

하지만 사실은 머릿속에 “?”도 조금 떠올라 있었다. 역시 잘은 모르겠다.

그러자 토끼가 재미있다는 듯이 소리 내어 웃었다.

“아하하하. 응. 너다워.”

“뭐가?”

“여전히 허세를 부리는구나.”

“별로 허세 같은 거... 안부려... .”

강한 척하다가 용두사미. 고양이의 귀가 축 늘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굴어.”

허세도, 거짓말도 절실히 바라면 힘이 된다. 걷기 시작할 수 잇는 용기가 된다.

“역시 알고 있어.”

고양이는 기쁜 듯이 토끼를 바라보았다.

“-몰라. -알고 있어.”

“어느 쪽?”

“둘 다.”

짓궂게 그러나 따뜻하게 토끼는 미소 지었다.

여름의 한가운데. 오후의 해. 살포시 바람이 불고, 살풍경한 색깔로.

“잘 다녀와-, 다니엘.”

토끼는 투명해져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