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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분명하지 않다.

나는...

철탑에서 보는 풍경.

작은 줄로만 알고 있었던 내가 사는 거리는 뜻밖에도 컸다.

높이에는 익숙해졋다.

아래를 봐도 무섭지 않았다.

줄곧 먼 곳만 바라보고 있으니까.

거기에는 ‘그’가 있으니까.

그를 떠올리면 여름의 소리가 들린다.

여름의 색깔로 물든다.

금붕어 한 마리가 눈앞을 헤엄쳐 지나간다.

그를 생각하면.

이렇게 추운데 여름의 목소리가 들린다.

-딸랑.

“-죽고 싶지 않다면 죽음을 느낄 필요가 있을까?”

그것은 매우 갑작스럽고 자연스러웠다.

귓가에서 불가사의한 목소리가 들렸다.

내 머릿속에서는 한 마리의 금붕어가 헤엄치고 있었다. 그 여름의 풍경 속, 통통한 금붕어가 시원하게 헤엄치고 있었다.

요즘의 스미카는 세상의 바람과 2월의 바람에 가차없이 얻어 맞고 있었다.

생일날 선물로 받아서 아끼던 카키색의 접는 자전거를 도둑맞았다.

그리고 시디를 자주 빌려주던 친구와 싸우고 나서 여전히 화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합을 넣고 열심히 공부한 시험에서 특별히 자신 있었던 수학이 낙제점 직전.

이제 곧 고등학교 입시가 닥쳐오는데 뭘 하고 있는 걸까?

담임선생님이 왜 그래? 몸이라도 안 좋니? 하고 물어올 만도 하다.

물어보고 싶은 쪽은 오히려 내 쪽이다.

사실 절호의 컨디션이었다.

그런 줄알았다.

정말 어떻게 된 걸까?

아아, 이젠 차라리 전부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때문...은 아니다.

이런 곳에 올라온 것은.

철탑의 도깨비 해골.

지상에서 몇십 미터.

여기에서 뛰어내리면 편하게 죽을 수 있을까?... 하고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죽고 싶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안하다, 살고 싶다’다.

-딸랑.

“-죽고 싶지 않다면 죽음을 느낄 필요가 있을까?”

그것은 아주 갑작스러웟지만 놀랄 만큼 자연스러웠다.

귓가에서 신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른스러운데 몹시 앳된 목소리가.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1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스미카가 디디기를 망설였던 불안정한 발판 따윈 전혀 신경쓰는 빛도 없이. 마치 중력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처럼. 바람이 불어도 태연히 서 있었다.

그 여자아이는 바람에 휘날리는 긴 머리칼은 물론이고 날개처럼 펄쳐진 원피스와 비칠 듯이 투명한 피부까지도 모조리 새하얗다.

그만큼 여자아이가 신은 빨강 구두는 유난히 눈에 띄었다. 선명하게.

새하얀 여자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