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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구멍으로 스르르 흘러 떨어졌다.

모래 가교가 각기 다른 두 개의 세계를 연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코헤이를 찬찬히 살펴보던 여자애는 말했다.

“하고 싶은 얘기다 없다면 상관없지만 만약 있다면 들어줄게.”

그 무심하고 짧은 말이 신호탄이었다.

어쩌면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저기 말이야!”

코헤이는 마치 둑이 무너진 것처럼 떠들기 시작했다.

그녀에 대해서.

형의 애인이라는 것.

그래도 좋아한다는 것.

그녀만 생각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어머니의 얼굴도 잊어버릴 것 같다는 것.

어머니가 남겨준 피아노를 치고 있어도, 멜로디를 연주하고 있어도.

소중한 것이 사라져가는 느낌.

떠오르는 것은 그녀의 얼굴.

어려 보이지만 코헤이보다도 훨씬 연상인 그녀.

목소리가 귀엽고 뭔가 다정해서,

쑥스럽고 낯간지러운 기분을 느꼈다.

그러나 형과 같이 있는 모습을 본 순간.

아팠다.

심장이 찌부러질 것처럼 아팠다.

아팠다. 못 견디게 아팠다.

그런데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녀를 생각하면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이 떠오른다.

바보니까.

소중한 가족의 소중한 사람.

반하다니 바보 같다.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도 할 수 없다.

어떻게도 되지 않는다.

아플 뿐이다.

코헤이는 계속 떠들었다.

제대로 말이 되어 나오는지, 전해지고 있는지.

전해지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토해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모르는데 남을 이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왜냐하면 여자애는 타인이니까.

그래도-.

여자애는 조용히 들어주었다.

가끔 횡설수설이 되는 코헤이의 말을 살며시 자르거나 이어주면서.

코헤이가 토해내고 있는 것은 감정이었다.

감정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은 감정밖에 없다.

그것이 아무리 아름다운 말로 되어 있다고 해도, 아무리 더러운 말로 되어 있다 해도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감정뿐이다.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일 테니까 필시 이럴 때는 이렇게 될 것이고 이 사람이 하는 말은 이럴 것이다... 하는 식으로 수학 공식에 대입하듯이 국어의 빈칸 채우기 문제처럼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여자애는 코헤이의 부족한 말과 마음을 감지하고 채워주었다.

일방적으로 단정하거나 옳기만 한 대답을 찾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확실하게 느끼는 것이다.

지금의 코헤이에게는 정확한 답이 실린 교과서나 문제집의 답이 필요한지도 몰랐다.

하지만 더욱 절실히 필요한 것은 역시 마음이었다.

그것이 맞았든 틀렸든 둘 중의 어느 것이라도 좋으니 확실하게 마음의 소리를 받아들여주는 것.

되돌려주는 것.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돼-라는 그런 것이 아니라.

여자애의 경우, 돌아온 것은 역시 감정이었다.

“너 바보구나?”

그렇게 작은 목소리로 풀쑥.

코헤이는 숨가쁘게 열심히 떠들어댄 끝에 돌아온 말을 듣고 눈이 점이 되었다.

갑자기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왜 밀기 전부터 당기고 있는거니?! 그런 건 발버둥쳐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잖아. 너 역시 바보지? 형의 애인이니까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야? 나중에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여자애는 다 식어버린 홍차를 단숨에 마셔버렸다.

“아니, 어떻게 그러냐?! 생각해봐.”

코헤이는 반박했다.

누가 바보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왜냐면 내가 이대로 그 사람을 좋아하든 아니든 상관없이 웃고 있단 말이야. 그 사람은 형의 옆에서 웃고 있다고!”

그녀는 웃고 있었다.

아주 가까운데 아주 먼 곳에서.

그런 모습을 코헤이는 바라보고 있을 뿐.

행복해 보이는 그녀를 보고만 있을 뿐.

“알 게 뭐야!”

여자애가 소리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