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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크는 맹수 우리에 맨몸으로 던져진 사람 같은 얼굴로 재스민의 방에 나타났다.

어떤 의미로는 더 나쁜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상대는 어떠한 맹수보다도 위험하다.

재스민은 몸 둘 바를 모르고 있는 정보관리장을 살벌한 표정으로 맞이했다. 의자에 앉도록 권하지도 않고 스스로도 일어선 채로 선고했다.

"멜빈 클라크 정보관리장. 혹시 이 배가 민간선이 아니고 자네가 군적에 있었다면, 출두한 건 내 방이 아니라 군법회의 법정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질문에 대답하도록."

처음부터 가차없는 태도였다.

그렇지 않아도 완전히 기가 죽어 있던 정보관리장은 더욱 움츠러들었다. 미끄러져 떨어지려 하는 안경을 고쳐 쓸 여유도 없었다.

"위노아 특수군 및 위노아의 대학살에 대해서, 자네는 통신규제가 풀리는 것과 동시에 이 항목의 검색을 연방도서관에 의뢰했지. 그 이유는?"

"선내에서는... 조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건 선내의 인간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았다는 의미인가?"

"예."

"선내의 누구에게?"

"당신과... 미스터 쿠어입니다."

"어째서?"

"미스터 쿠어의 정체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상한 말이군. 그 남자의 정체는 내 남편이고 다니엘의 아버지야. 자네는 내 남편을 뭐라고 생각했지?"

"위노아 특수군이라는 것과 관계가 있는 인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 말은 어디에서 들었지?"

"'팔라스 아테나'가 해적선을 쫓고 있을 때, 해적선과 대화하는 것을 방청했습니다. 그 대화 중에 나온 단어입니다."

"멜빈 클라크 정보관리장. 통화를 방청했다고 했는데, 내가 그런 지시를 내렸던가?"

"아닙니다......"

말 그대로 도마 위의 생선, 혹은 사자 앞에 던져진 고깃덩어리였다.

재스민은 이 이상 작아직 여지도 없을 정도로 몸을 움츠리고 있는 정보관리장을 날카롭게 내려다보고서 날카로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방청한 통싲 내용을 지금 여기에서 내게 보고해. 한 마디도 빠뜨리지 말고."

정보관리장은 더듬거리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팔라스 아테나' 쪽의 통신파는 방향이 달라 전혀 들을 수 없었다. 간신히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해적선이 보낸 통신파로, 그것도 말의 일부 단편에 지나지 않는다.

"확실히 들렸던 건 '위노아의 대학살... 네놈 같은 애송이가', '나이가 몇이야?! 위노아 특수군이라는 건 그런 애새끼까지', 이것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정보관리장이 귀를 곤두세우기에는 충분했다.

그 해적이 대화를 나누던 것은 '팔라스 아테나', 그 '팔라스 아테나'에 타고 있는 승무원은 켈리 하나뿐이었으니까.

위노아가 대체 무엇인지 조사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연방도서관에 검색을 문의해서 그 대답을 읽던 도중에 프리스틴에게 들켜버린 것이다.

"과연."

재스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프리스틴 아스텔은 자네가 굳이 연방도서관에까지 검색을 의뢰했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었다는 말이군. 그래서 방청한 통화내용을 프리스틴에게도 얘기했나?"

"아닙니다."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어떻게든 얼버무리려고 했다. 그러나 멜빈은 이런 일에 치명적으로 서투른 인간이었고 프리스틴은 감이 좋은 여자였다.

허둥지둥 앞뒤가 안 맞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을 때, '이거 혹시 미스터 쿠어에 관한 건가요?' 하고 정곡을 찔려버려 그대로 무너지고 만 것이다.

재스민은 그렇지 않아도 험악하던 표정을 더욱 무섭게 찡그리며 힐문했다.

"그래서 자네가 프리스틴 아스텔에게 켈리 쿠어의 머리카락을 채취하도록 교사했나?"

"아닙니다! 그런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뭐라고 했지?"

주근깨 투성이의 정보관리장은 힘겹게 숨을 쉬며 간신히 말을 짜냈다.

"전 그만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