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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생명 유지, 조종 기능의 회복을 목적으로 한번 죽어버린 시스템을 다시 구성한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순간 얼마나 이쪽 생각대로 움직여줄지는 일종의 도박이었다.

그 필사적인 작업이 끝나갈 무렵, 코엔은 뻥 뚫린 벽 너머로 옆방에 있는 켈리에게 말을 걸었다.

"알았어? 몇 번이나 되풀이할 시간은 없어. 한번에 끝내라고."

"어, 그렇게 갑자기? 키가 돌아오면 궤도를 바꿔서 조금 연습해두고 싶었는데."

"안 돼. 이 이상은 재스민이 못 버텨."

켈리는 조금 눈을 치뜨며 구멍 반대편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비지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화상 표시를 노려보고 있는 코엔의 상기된 얼굴이 있었다.

"그렇게는 안 들리던데?"

"저 녀석은 힘들 때일수록 태연한 척하는 인간이야. 물어본다고 솔직하게 대답할 리가 없지. 의사하고 들것을 지상에 왕창 대기시켜. 그것도 네가 무사히 저 기체를 착륙시켰을 때의 얘기지만."

"예, 예."

가볍게 대답은 했지만 확실히 심각한 얘기였다.

생각해보면 무사히 아이아스에 착륙한다고 해도 그 시점에서 이미 저 기체 안에 20시간 가까이 갇혀 있었던 셈이 된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이미 옛날에 한계에 달했을 터였다.

켈리는 이 모의장치를 사용해 감속에서 대기권 돌입, 착륙까지 이르는 수순을 몇 번이나 연습한 뒤였지만 아무래도 처음 해보는 조작인 만큼 자신은 없었다.

코엔이 말했다.

"됐다. 준비됐어? 제어를 넘긴다."

"알았어. 관성상쇄는 최대로 설정했겠지?"

"물론."

얼핏 보기에 켈리의 눈앞에 있는 각종 계기에 큰 변화는 없었다. 항로도 조건도 처음부터 현재의 퀸 비와 똑같이 맞춰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재스민은 기체를 조종할 수 없게 되었다. 그저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듣고 있어, 여왕? 이쪽으로 조종을 넘겨받을 테니까."

켈리는 먼저 감속을 시도했다.

보조 엔진을 가볍게 작동시키려고 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당황하며 힘껏 엔진을 올렸지만 역시 작동하지 않는다.

"어이, 박사! 뭘 하고 있는 거야! 감속이 안 들어!"

"쳇!"

코엔이 혀를 차더니 지금까지보다 더욱 엄청난 기세로 입력단말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순서는 틀린 데가 없어! 연결됐을 텐데!"

"역추진 엔진이 안 움직여! 여왕! 퀸 비는 감속하고 있나?!"

하지만 퀸 비에서 응답은 없었다.

"여왕?!"

몇 번을 불러도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었다.

켈리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틀림없이, 이건 정말로 기절한 것이다.

옆방에서는 코엔이 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리고 있었다.

"젠장! 어쩔 수 없어. 우선 항로를 수정해! 이대로는 아이아스에 충돌한다!"

"할 수 있으면 이미 했어! 키가 안 먹는다고! 뭘 하고 있는 거야, 박사?!"

켈리는 통신기를 향해 외치고 있었다.

"펠릭스! '팔라스 아테나'를 격납고에서 꺼내. 서둘러!"

"예."

즉시 대답하는 펠릭스와는 달리 다이애나는 당연한 질문을 던졌다.

"잠깐, 켈리. 나 혼자서 뭘 하라는 거야?"

켈리는 모의조종장치와 악전고투를 계속하며 말했다.

"난 지금 손을 뗄 수 없다고. 너, 저번에 재스민이 했던 동체박치기 기억하고 있어?"

"응."

"재현할 수 있겠어?"

"재스민처럼은 못해. 당신, 나보고 퀸 비에 동체박치기를 해서 진로를 변경시키라는 거야?"

"그래. 너라면 따라갈 수 있어. 부수지 않을 정도로 조심해줘. 임산부가 타고 있으니까 가능한 한 살살."

"그건 억지야."

다이애나도 기가 막힌 듯했다.

"천 분의 일 초라도 타이밍이 어긋나면 난 몰라도 퀸 비는 조각나는 거야. 그래도?"

"다이앤, 넌 내 파트너야. 난 언제나 널 믿고 생명을 맡겨왔어. 그러니까 이번에는 마누라와 자식의 목숨을 맡기는 거야. 이런 건 너말고 누구에게도 부탁 못해."

통신기 저편에서 다이애나는 명랑하게 웃었다.

"당신, 사람 꼬시는 게 능숙해. 좋아. 다녀오지."

코엔 박사는 다이애나를 단순한 승무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겠지만 실상을 아는 정비원들은 창백하게 질렸다.

하지만 그때에는 이미 격납고의 문이 열린 뒤였고, 5만 톤급의 외양형 우주선 '팔라스 아테나'는 우주 공간으로 미끄러져 나가고 있었다.

공화우주 전역을 뒤져봐도 자기 의지로 우주를 비행하는 우주선은 이것 하나뿐이리라.

행성 아이아스까지는 약 1천만 킬로미터.

'쿠어 킹덤'에서 발진한 다이애나가 퀸 비를 쫓아가는 사이에도 그 거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다이애나는 자신의 1/50 정도밖에 안 되는 퀸 비의 곁에 딱 붙어서서 일단 호출을 시도했다.

"재스민, 일어나요. 그쪽에 동체박치기를 할 테니까 충격에 대비하라고요."

그 정도의 협력이 없으면 상당히 곤란하지만 역시 대답은 없었다.

다이애나는 초조해졌다. 감응두뇌인 다이애나에게 그런 감정은 존재하지 않을 터였지만, 지금 그녀가 느끼는 것은 인간이 초조함이라고 표현하는 바로 그것이었다.

"일어나요, 재스민! 당신이 죽는 건 당신 맘이지만 켈리 아이까지 끌고 가지는 말란 말야!"

통신기에서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 배는, 주인하고 똑같은 소리를 하는군......"

"정신 들었어요?"

"간신히. 여기가 어디쯤이지......?"

"아이아스까지 20분 남았어요. 대기권 돌입속도까지 떨어뜨려야 하는데 아직도 감속이 안 된다고요. 코엔 박사도 애쓰고 있지만......"

"무리도 아니지. 다 죽어가는 노인을 두들겨 깨워서 달리게 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전산기 얘기를 하는 걸까, 아니면 자기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일까.

다이애나로서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

"내가 뭘 하려는지 알겠어요?"

"그래."

"조금만 참아요. 상당히 흔들릴 테니까."

도저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5만 톤급의 '팔라스 아테나'가 퀸 비를 희롱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만, 살짝 부딪혀 항로를 변경시키고 너무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지 않도록 다시 살짝 부딪힌다.

'쿠어 킹덤'의 선교에 있던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핼쑥해진 얼굴을 돌려버렸다.

한편 그 모습을 선외탐지기의 영상으로 보고 있던 정비반은 일제히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 이런 짓은 까딱하면 공중분해란 말입니다!"

"으악! 또, 또 왔다!"

"그만두게 해야 합니다! 이런 짓은! 지상에 내리기 전에 기체 자체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됩니다!"

"아니, 퀸 비의 외장 강도는 통상 우주선의 2.4배야. 거기에 걸 수밖에 없어."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재스민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각각 눈앞의 장치에 달라붙어 있던 두 명의 남자도 필사적이었다.

"좋아! 연결됐다! 이번엔 어때?!"

코엔의 외침에 켈리가 대답했다.

"간신히 걸렸어. 늦다고, 박사!"

"배부른 소리 마! 이 전산기도 이미 한계야! 움직이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손상됐다고. 오래는 버티지 못해. 게다가 잊지 마. 저 여자가 난리 친 덕에 항로가 엄청나게 틀어졌어. 우선 항로부터 수정해."

"알고 있어. 그건 내가 할 테니까. 간다...... 감속 후에 항로를 변경하고 대기권에 돌입한다."

이미 일 분 일 초 여유도 없었다.

퀸 비가 항로에서 벗어난 만큼 먼저 궤도상에 진입한 '쿠어 킹덤'에서 의료반을 태운 우주정이 발진했다. 한발 먼저 지상에 내려가 퀸 비의 도착을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남은 것은 켈리 하기 나름이다.

솔직히 말해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지만, 켈리는 모의조종장치의 조종간을 쥐어보았다. 그 조작에 따라 퀸 비는 부드럽게 항로을 변경했다. 행성 아이아스의 지표를 목표로 비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평상시 같으면 5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