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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전력으로 조종실을 향해 뛰었다.

외양우주선으로서 5만 톤급은 그리 큰 편이 아니지만, 승강구에서 조종실까지는 상당한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지 여자의 어조도 긴박하게 변했다.

"어떻게 된 거야? 미인이 초대했다고 자랑하더니, 꽤 서두르네?"

"서두르지 않을 수가 있겠어. 아무리 미인이라도 저렇게 머리가 이상한 건 사양이야."

"설명이 부족해. 머리가 어떻게 이상한 건데?"

"어떻게고 저떻게고 간에 초특급으로 정신 나갔어. 혼인신고서를 들이밀면서 나보고 서명하라잖아!"

"질문, 그 여자가 당신하고 결혼하고 싶다는 거야?"

"그래!"

"그럼 켈리, 지금 발언은 정정할 필요가 있겠는 걸. 결혼하고 싶으니까 혼인신고서에 서명해달라는 건 당연하잖아?"

"모든 일에는 순서와 상식이라는 게 있어! 발진 준비는?!"

"완료. 당신이 배에 돌아오는 것과 동시에 발진 허가를 신청해서 현재 대기 중. 그렇다고 해서 미쳤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거 아냐? 최소한 순서는 맞으니까. 머리가 이상하다는 건 입원하면서 출생신고서를 준비하거나 이혼하려고 사망신고서를 준비하는 사람을 놓고 하는 말이지."

말을 계속하는 목소리의 주인은 다이애나 일레븐스. 이 배의 감응두뇌이며 켈리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사실 이 배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은 다들 그런 이름이 아니라 친근감을 담아 '크레이지 다이앤'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미쳤기 때문이었다.

"머리를 깎겠다고 면도칼을 꺼내는 사람도 완전히 이상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결혼하려고 혼인신고서를 꺼내는 사람이 어디가 그렇게 이상하다는 거야? 이상해,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걸."

다이애나가 계속해서 떠드는 사이, 켈리는 조종실에 뛰어들어 자신의 지정석에 착지했다.

시계를 본다.

오전 1시 56분.

발진! 하는 외침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오려고 했지만, 켈리는 조종간을 꽉 쥐면서 말했다.

"502호실의 상태는?"

조종석 전면을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