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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언니."

"언니. 이제 솔직히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겠어…."

미우가 소라를 달랬다.

드디어 설명해 줄 모양이다.

그 사진을 한가운데 놓고 나, 소라, 미우 세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히나는 아직 어린이집에 있었다.

회의라고나 할까, 이 의논이 끝나면 데리러 갈 생각이다.

벌써 대략 5분 정도 침묵이 이어지고 있었다. 희미하게 들리는 것은 째깍째깍 하는 시곗바늘 소리뿐이었다. 세 사람 다 어디서부터 말을 껀야 할지 망설이는 것이다.

특히 소라의 모습은 보고 있기에 가여울 정도였다.

"결국 보시고 말았네요…."

제일 처음 입을 뗀 것은 미우였다.

"음…. 네, 보고 말았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얼간이 같은 대답이었다.

조금 분위기에 압도된 건지도 모르겠다.

소라가 필사적인 얼굴로 말했다.

"이, 있잖아! 이건, 그게, 그러니까… 맞다! 축제! 축제야!"

참 민망한 변명이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숨기려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는데.

"속이지 않아도 돼. 누나의 취미였잖아?"

"아, 알고 있었어?"

두 사람의 반응을 보아하니 가족 모두가 인정한 취미 같았다.

"아니, 전혀 몰랐어. 태어나서 두 번째로 깜짝 놀랐어."

"역시. 저희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건 그렇겠군.

부모가 같은 취미를 가졌는데 아이들한테 비밀로 한다는 것도 이상한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역시 신고 매형과도 이 취미를 계기로?"

소라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역시 그랬구나.

"코믹 마켓에서 알게 됐대요. 카메코(카메라코조의 줄임말. 모터쇼, 전시회, 코스튬 플레이 대회 등에서 노출도가 높은 모델들을 촬영하기 위해 고액의 카메라 기재를 안고 모이는 남성 카메라 오타쿠.)랑 레이야(레이어의 일본식 발음. 코스튬 플레이어서 온 말.)가 사귀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죠. 게다가 유리 아줌마는 카리스마 레이야였기 때문에 아빠가 카메코들한테 눈총을 많이 받았대요."

"카, 카메코? 레이야?"

미우의 설명에는 내가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았다. 일단 짐작하기에는, 신고 매형이 유례가 드문 노력인지 행운인지 덕분에 근사한 아내를 얻었다는 뜻이겠지.

"저기, 카리스마가 어쩌고 했는데, 누나가 그렇게 유명했었나?"

"정말 굉장했어!"

이번에는 소라가 대답했다.

"그냥 미인이었던 것뿐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에 아주 정통했고 마이너 코스프레가 아니더라도 반드시 의상은 본인이 만들었어. 장르를 불문하고 기성품보다 재현도가 훨씬 높았기 때문에 다양한 동아리나 팀들이 유리 언니한테 의상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

하러 왔었어!"

소라가 흥분한 기색으로 말했다. 확실히 누나는 옷 같은 걸 자주 만들었었다. 그때 나는 그것이 코스프레 의상인 줄 몰랐지만.

누나는 패션 잡지를 사 와서는 거기에 실려 있는 옷을 똑같이 만들어 낸다는 육체노동으로 옷값을 절약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영락없이 누나가 의류 제조업에 관계되는 일을 지향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그 기술은 모두 코스프레 의상 제작에서 태어난 것이었다.

"난 누나에 대해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