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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까요."

"그렇구나. 그것만큼은 키리토가 죽을 만큼 부러워. 다음에《ALO》에서 여자들 좀 소개시켜주지 않을래? 실프 영주님이 내 취향이던데."

"미리 말해 두지만 그 사람한테 '나 고급관료다.' 그랬다간 단칼에 베일 거에요."

"그 사람이라면 한번 베여보고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래서?"

"그레서, 그 우월감이란 건 말이죠. 현실세계에서 손에 넣기란 의외로 어렵잖아요. 노력 없이는 좀처럼 얻기가 힘드니까. 성적을 잘 받을 노력. 운동을 잘할 노력, 멋있어지거나 예뻐질 노력...... 모두 엄청난 시간과 기력이 필요한 데다 금방 결실을 맺는 것도 아니 니까요."

"그렇지. 나도 입시 때는 죽을 만큼 공부했는데도 동경대는 떨어졌으니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즐거운 표정으로 웃으며 말하는 키쿠오카를 쳐다보았지만, 이제는 면박도 주지 않은 채 재빠르게 말을이었다.

"그래서 MMORPG가 있는 거예요. 이건 현실을 희생해 시간을 쏟아 부으면 반드시 강해지거든요. 레어 아이템도 생기고, 물론 그것도 노력이지만, 그래봤자 게임이잖아요. 공부나 운동보다도 훨씬 재미있어요. 값비싼 장비를 걸치고, 고레벨 표시를 달고 거대 도시 한복판을 걸어가면 자기보다도 약한 캐릭터들이 선망의 시선을 보낸다......, 흑은 보낸다는 착각이 들죠. 사냥하러 가면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몬스터를 해치우고, 위기에 빠진 파티를 구해줄 수도 있고요. 감사를 받고, 존경을 받는다....... "

"......흑은 받는다고 착각할 수 있다?

"물론 이건 일방적인 견해에요. MMORPG에는 사실 다른 요소도 있어요.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자체에 무게를 둔 네트워크 게임은 옛날부터 있었지만, 모두 MMORPG만큼 성공 하지는 못했으니까요."

"……그렇구나. 그런 게임에서는 우월감을 만족시키기 어려웠나?"

"그랬죠. ──그리고 VRMMO 게임이 나왔어요. 이건 뭐, 도시를 걸어가면 실제로 타인의 시선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모니터 너머로 상상할 필요도 없이."

"흠흠. 하긴, 위그드라실 시티에서 네가 아스나랑 나란히 걸어가면 다들 쳐다보긴 하더라."

"……참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솔직하게 하시네요.아저씨. 아무튼 VRMMO 게임에 시간을 쏟아 부으면 누구나 나름대로 우월감을 얻을 수 있어요. 그리고 그건 공부를 잘하느냐，축구를 잘하느냐，돈이 있느냐 하는 그런 것보다도 좀 더 간단하고 원초적이고 인간의 본능에 호소하는 그런 종류의 것이죠."

"......그게 뭐지 ?"

"다시 말해《강하다》는 거예요. 육체적인 강함. 자기 손으로 상대를 파괴할 수 있는 힘. 이건 완전히 마약이죠."

"..............《강함》……. 다시 말해 최대의 《힘》이라."

쿠오카는 어딘가 추억을 그리워하는 듯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강함을 동경하니 말이지...... 격투만화룰 읽고 똑같이 수행을 해보거나. 하긴, 웬만해서는 금방 그리 잘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좀 더 현실적인꿈으로 갈아타는 법이지만...... ──그렇구나. 그래서 VRMMO라면그 꿈을 다시 한 번꿀 수있다. 그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어울리지도 않게 말을 많이 한 탓에 말라버린 목을 커피로 축였다.

"그래요. 일부 격투 게임 타이틀은 리얼리티를 추구해서, 실존하는 격투기의 유파와 제휴까지 했다고 하니까요."

"음? 그게 무슨 말이지?"

"말하자면……, 게임 안에서 캐릭터를 키우면 무슨무슨 유파 공수도니, 어디어디 유파 권법의 달인이 되는 거예요. 무대도 신주쿠며 시부야를 똑같이 재현해 놓고, 무법자 적 캐릭터를 모조리 주먹으로 심판을 내릴 수 있죠. ……그래봤자 물론 무술의 마음가짐 같은 것을 가르치는 건 아니니까, 그런 게임에 푹 빠진 사람이 아바타로 모양만 배운 기술을 현실세계에서 써보고 싶어진다......, 더 나아가 실제로 써버린다. 유감스럽 게도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말 못해요."

"그렇구나...... VRMMO 세계의《강함》이 현실을 침식한다 이거지. 그럼 말이야, 키리토."

키쿠오카는 다시 진지한 일굴로 나를 보았다.

"그건 진짜로 심리적인 대민 국한된 이야기일까?"

"......무슨 뜻이에요?"

"폭력에 대한 심리적 허들을 낮추거거, 지식이니 기술을 손에 넣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모종의 물리적인 영향을 실제 플레이어의 육체에 미친다는......, 그런 일은 없을까?"

이번에는 내가 생각에 잠길 차례였다.

"......그건, 예를 들면 아까 말한, 신주쿠에서 무게 3.5킬로 그램짜리 검을 휘둘렀던 남자의 근력이 게임 세계의 영향을 받아 상승했다거나......, 뭐 그런 이야기인가요?" "응, 맞아."

"으음……. 풀 다이브 기기가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막 연구가 시작됐다고 하니까요. 기본적으로는 드러누워만 있는 상태다 보니 기초체력은 확실히 떨어지겠지만, 화재 현장의 괴력 같은 순간출력이 된다면 어떨지……. ──하지만 그런 건 나보다도 아저씨가 더 잘 알 거 아녜요?"

"대뇌생리학 선생님에게 물어보러 갔더니, 도통 못 알아먹을 소리만 하더라고. ……자, 한참 옆길로 돌아왔다만 오늘의 본론은그거야. 이걸 좀 볼래 ?"

키쿠오카는 태블릿을 조작해 내게 내밀어주었다.

받아들고 쳐다보니 액정화면에 낯선 사내의 얼굴 사진과 주소 같은 프로필이 있었다. 마구 자라도록 내버려둔 것 같은 장발, 은테 안경. 뺨과 목에는 지방이 매우 두툼했다.

"……누구예요?"

다시 단말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키쿠오카는 손가락을 놀렸다.

"음 지난달......，11월 14일이었구나. 도쿄 나카노 구의 어떤아파트에서, 청소를 하던 집 주인이 악취를 맡았어. 냄새를 따라가 도착한 집에서 인터폰을 눌러봤지만 대답이 없더래. 전화도 안 받고. 하지만 방 안에는 불이 켜져 있었지. 이거 아무래도 수상하다 싶어서 전자자물쇠를 열고 들어가봤더니 이 사 람……, 26세, 시게무라 타모츠가 죽어 있는 걸 발견한 거야. 사후 5일 반이 지났고, 방은 어질러지긴 했어도 도둑을 맞은흔적은 없었지. 유체는 침대에 누워 있었어. 그리고 머리에는......"

"어뮤스피어."

내 방에도 한 대 놓여 있는, 금속 고리를 두 개 겹쳐 놓은 형태의 헤드기어 형 풀 다이브 기기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하자, 키쿠오카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맞았어. ──즉시 가족에게 연락이 가고, 변사였기 때문에 부검이 실시되었지. 사인은 급성심부전으로 나왔어.”

"심부전? 그럼 심장이 멈췄다는 거잖아요? 왜 멈췄는데요?"

"몰라."

"..................."

"사망한 후 너무 시간이 지난 데다 범죄성이 희박하기도 해서 그다지 정밀한 부검을 하지는 않았어. 다만 그 친구는 거의 이틀 동안 아무것도 안 먹고 로그인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

나는 다시 눈살을 찡그렸다.

솔직히 그런 이야기는 드물지 않다. 사실 현실세계에서 아무 것도 먹지 않더라도 저쪽에서 가상의 식사를 하면 가상의 포 만감이 발생하며, 그것이 몇 시간이나 지속되기 때문이다. 밥값도 굳고 플레이 시간도 벌 수 있으니, 폐인이라 불리는 하드코어 게이머들 중에는 하루가 아니라 이틀에 한 끼만 먹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그런 일을 계속한다면 몸에 악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다. 영양실조는 흔한 이야기고，발작을 일으켜 쓰러진 후 혼자 자취하는 사람이라 그대로...... 그런 이야기도 여기 저기서들린다.

잠시 눈을 감고 시게무라 씨의 명복을 빈 후 나는 입을 열었다.

"......그야 안된 일이긴 하지만......"

"그래, 안된 일이지만 요즘은 흔한 이야기지. 이런 변사는 뉴스감도 안 돼. 가족들도 게임하다 급사했다는 이야기는 숨기려 들테니 통계도 안잡히고,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도 VRMMO 에 의한 죽음의 침식이지만......"

"……일반론을 들려주려고 날 부른 건 아니죠? 그 사건에 대체 뭐가 있었던 거예요?" 내 질문에 키쿠오카는 슬쩍 단말기를 보더니 대답했다.

"이 시게무라라는 친구의 어뮤스피어에 인스톨된 VR게임은 한 타이틀뿐이었어.《건 게일 온라인》이라는 건데……，혹시 알아?"

"그야……, 물론이죠.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프로》가 있는 MMO니까요. 해본 적은 없지만."

"그 친구는 건 게일 온라인……, 약칭 GGO에서는 톱 플레이어였대. 10월에 개최된 최강자 결정 이벤트에서 우승했다더더군 캐릭터명은 《젝시드》"

".......그럼 죽었을 때도 GGO에 로그인했던 건가요?"

"아니, 그렇지는 않대, 《MMO 스트림》이라는 온라인 방송국 프로그램에서《젝시드》의 재현 아바타로 출연하고 있었다던데."

"아아......, M스크림이면《이번 주의 승리자》겠네요. 그러고보니 게스트가 갑자기 접속이 귾어져 프로그램이 중단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은데......"

"아마 그거일 거야. 출연 중에 심장 발작을 일으켰던 거지. 로그를 통해 초 단위로 시간을 알 수 있었어. 자 여기서부터는 미확인 정보인데......, 그 친구가 발작을 일으켰던 바로 그 시각 GGO안에서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 블로그에 적혀 놓고 나온 유저가 있어."

"이상한 일?"

"MMO스크림은 게임 내부에서도 중계되지?"

"네, 술집 같은 데서 볼 수 있어요."

"cco 세계의 수도인 svc글록켄 이라는 도시의 어떤 술집에서 방송이 나오고 있었어.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시각에 어떤 한 플레이어가 이상한 짓을 하더래."

"..........."

"TV에서 나온 젝시드의 영상에 대고, 심판을 받으라느니 죽으라느니 소리를 지르더니 총을 발사했다는 거야. 그걸 본 플레이어 중 하나가 우연히 음성 로그를 따서 그걸 UCC동영상 사이트에 올려놨어. 파일에는 일본 표준시 카운터도 기록되어 있었는데......, 어디 보자......, TV에 총을 쏜 게 11월 9일 오전 11시 30분 2초. 시게무라 군이 프로그램 출연 도중 갑자기 사라진게, 11시 30분 15초."

"......우연이겠죠,"

두 번째접시를 앞으로 끌어 당기면서 말했다.

갈색 원통형 물체를 스푼으로 떠서 입에 가져갔다. 그리고 차가운 감촉에 놀랐다. 케이크인 줄 알았더니 아이스크림 종류였던 모양이다. 단맛을 최소한도로 억제한 농밀한 초콜릿의 풍미가 가득 퍼져, 카쿠오카의 이야기가 가져온 입 안의 씁쓸함을 덮어주었다.

멈추지 않고 3분의 1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