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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크게 어긋나 있는 기분이 들었다.

스칼렛 위저드 3권

카야타 스나코

1장

자원신고 접수를 담당하는 연방의 심사관이 애드미럴의 쿠어 본사로 찾아온 것은 '버밀리온' 사고가 일어난 지 닷새 지난 뒤의 일이었다.

이미 재스민은 그때까지 켈리가 저지른 상식을 벗어난 행동의 뒤처리와 사후공작을 마쳐두었다.

'쿠어 킹덤'이 폐쇄 중인 게이트를 지나갔다는 공식기록을 삭제한 것은 물론이고, 보도기관을 견제하며 현장을 목격한 일반인들에 대한 대응도 빼놓지 않았다.

그때 '쿠어 킹덤'의 도약을 목격한 사람들은 스테이션의 직원과 도약 순서를 기다리던 배의 승무원 및 승객들까지 거의 백수십 명에 이른다. 그중에는 개인적으로 기록을 남긴 사람도 있었지만 재스민은 은밀하게 손을 써서 그런 기록까지 모두 남김없이 사들였다. 물론 사본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도 치밀하게 확인하고서.

목격자들의 기억만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증거가 없는 이상 다른 사람들한테 이야기해봤자 절대로 믿어줄 리 없고, 어딘가에 보도되는 것에 비하면 훨씬 미미한 숫자에 그친다.

게다가 '메테올라이트 아이'와 '블루 네뷸러'의 직원들만이 '쿠어 킹덤'을 켈리 쿠어가 수동으로 조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입막음을 해둔 건지 그 사람들의 입에서도 켈리 쿠어의 이름은 한 글자도 나오지 않았다. 스테이션은 계속 항행정지 상태였지만 '쿠어 킹덤'이 도약하기 직전에 우.연.히. 운. 좋.게. 도약 가능상태가 되어서 도약허가를 내렸다고 양역의 관제관들은 설명했다.

켈리는 기가 막혀서 말했다.

"권력 남용이 너무 심한 거 아냐?"

하지만 재스민은 태연했다.

"틀려. 재력 남용이지. 난 평범한 민간인이고 권력이라고는 요만큼도 없어."

"하는 소리까지 어쩌면 그리 뻔뻔해?"

사실 켈리도 남의 말을 할 자격은 없었다. 신고한 게이트가 역시나 문제를 일으켰던 것이다.

새로 발견된 게이트는 연방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

한마디로 연방이라고는 해도 다양한 부서가 있지만, 그중에서 조사국이 움직였다. 신고된 게이트에 대해 가능한 한 자세한 것을 묻기 위해 직접 만나고 싶다는 내용의 문서가 쿠어 본사로 돌아온 재스민 앞으로 도착했다.

문서 형식으로 연락을 취한 것은 아마도 거리 때문이겠지. 연방과 애드미럴 사이에서 직접 통화를 하려면 상당한 시간차가 발생한다.

재스민도 문서로, 문제의 게이트는 자신의 명의로 신청되어지만 실제로 발견신고를 한 것은 자신의 남편잉라는 내용을 송신했다.

곧바로 답신이 돌아온다. 게다가 이번에는 통신회선이었다.

놀랍게도 조사국의 심사관은 이미 애드미럴 성계 내의 '제5행성 앞' 스테이션에 도착한 상태라는 것이다.

"바쁘신 중에 정말로 죄송합니다. 꼭 남편 분을 만나 뵙고 직접 말씀을 여쭙고 싶습니다만, 잠시만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쿠어 재벌 총수와 직접 대화하는 만큼 상대의 태도는 지극히 정중했지만, 그래도 관청의 요청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거절할 만한 이유도 없었다.

재스민은 시간을 정해서 본사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회선을 끊었다.

"조사국이 덤벼들려나본데."

"정부에서 움직이는 것치고는 되게 빠르네. 역시 좀 곤란했을까?"

"당연하지. 눈에 띌 게 뻔하잖아."

미지의 게이트를 한꺼번에 두 개나 신고하고, 그 직후에 실제로 도약까지 해치워버렸으니 그냥 넘어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중후한 가죽소파에 앉아 있던 재스민은 켈리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놓았다.

"알고는 있겠지만, 절대로 어설프게 꼬리 잡힐 만한 소리는 하지 마."

"거 되게 못 믿네. 정 뭣하면 당신도 같이 만날래?"

켈리는 응접실 소파에 편히 드러누워 신문을 읽고 있었다. 휴대단말기를 조작하며 차례로 기사를 넘겨간다.

"범죄수사가 아니야.자세한 사정을 들으러 오는 것뿐이라고. 둘이 같이 만나도 상관없잖아. 그게 부부의 특권이라는 거 아냐?"

"아니, 널 만나고 싶다는데 내가 얼굴을 내밀 순 없어."

딱 잘라 말하고서, 재스민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단, 네가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면 뭔가 대처를 강구해둬야 할 테니까."

"대처?"

"입을 막아야 할 거 아냐?"

푸른색이 도는 회색빛 눈이 차갑게 빛난다. 어떻게 입을 막겠다는 건지는 물어볼 것까지도 없다.

소파에 드러누운 채, 켈리는 재미있다는 듯이 호박색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그런 짓 해봤자 어차피 또 다음 녀석이 올 거야. 그놈은 어쩔 건데."

"그러니까 잘하라는 말이야. 본사를 찾아오는 연방 공무원이 계속해서 사고를 당하는 것도 부자연스럽고, 무엇보다도 일이 귀찮아지니까."

켈리는 유쾌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당신에 비하면 나 같은 건 정말 선량한 일반 시민이야."

쿠어 재벌 본사 빌딩은 잔디밭으로 둘러싸인 자그마한 건물이다.

고층건물이 늘어서 있는 애드미럴 중앙정부도시에서 이 건물은 지극히 이질적인 존재였다. 특히 처음 이 넉물을 보는 사람은 정말로 여기가 그 대재벌의 본부가 맞느냐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하지만 쓸데없이 넓기만 해 보이는 잔디밭에는 종횡무진으로 보안장치가 깔려 있고, 건물 안으로 한 걸음 들어와보면 다른 세계처럼 화려한 내부 장식이 손님을 맞는다.

약속시간에 맞춰서 본사 빌딩에 나타난 연방조사국의 심사관은 중간 키에 중간 정도의 체격, 촌스러운 양복에 온화한 태도로 정중한 말씨를 사용하는 40대 중반의 인물이었다.

매코이라는 이름의 심사관은 의외의 사람과 함께 나타났다. 연방경찰의 하이타워 경부였다.

경부 쪽은 온화하기는커녕, 직원이 안내하러 나와 응접실로 이동하는 사이에도 사냥을 앞둔 사냥개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주위를 노려보고 있었다.

경부를 소개받은 켈리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경찰 분도 함께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뭔가 특별한 용건이라도 있으신지요?"

"예. 꼭 당신께 여쭤볼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하이타워 경부의 날카롭게 빛나는 눈은 쿠어 재벌 부총수의 얼굴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러다 얼굴에 구멍이 뚫리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경부는 지극히 사무적으로 자신의 직무내용을 설명하고, '쿠어 킹덤'에서 게이트 발겨닌고를 한 시각과 그 뒤 '쿠어 킹덤'의 행동을 정리한 뒤 켈리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이, 정확하게는 당신이 선장 권한을 가지고 있는 배가 신고 직후에 이 두 개의 게이트로 도약했다는 사실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시간 내에 '블루 네뷸러'에 도착할 수 있을 리가 없었지요. 하지만 연방에 게이트 발견신고가 들어온 바로 그 시각, 당신의 배는 현재 위치를 클램누이 성계의 '하이폰' 역이라고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사실은, 그 위치에서 문제의 두 게이트까지는 '쿠어 킹덤'의 탐지기가 닿지 못합니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말투 자체는 온화했지만 언외에 깃들인 공격적인 태도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변명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자칫 멍청한 대답을 했다가는 그 자리에서 공격당할지도 모르는 분위기에서, 켈리는 경부의 살기를 무시하고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경부님의 의문은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하지요. 그때 발견한 게이트가 아니니까요."

"허어! 그럼 당신은 그 좌표에 미지의 게이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겁니까?! 알면서도 숨겼다는 거로군요! 그게 범죄라는 건 알고 계십니까?!"

"경부님. 자, 진정하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