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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이는 방식은 지금도 마음에 안 들고 용서도 할 수 없지만, 최소한 이 여자가 진지하다는 것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정정하지."

"뭘?"

"돈만 많고 천박한 여자가 변덕으로 애완동물 대신 사람을 키워보고 싶어하는 줄 알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 당신은 상당히 날 높게 평가해준 것 같군."

"물론, 최고점을 매긴 셈인데."

"그렇다면 이것도 알고 있겠지. 난 이런 방식을 싫어해. 아무리 열심히 권해도 이런 상황에서 예스라고는 할 수 없어. 그런 짓을 했다가는, 난 팔아서는 안 될 것까지 팔아버리고 마는 거니까. 당신이 말하는 그 긍지라는 걸."

여자는 곤란한 듯이, 불편한 듯한 표정으로 새빨간 머리를 긁었다.

"제대로 설득할 시간이 없어서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내기 하나 하지 않겠어?"

"뭐?"

"신출귀몰 켈리, 그것도 당신 별명인 모양이던데. 연방경찰은 물론 군대까지 혈안이 되어 쫓고 있는데도 우주에서는 언제나 도망쳐버리지. 실제로 당신 우주선 성능이나 조종 실력도 상당하다고 들었어."

"난 부하가 없는 해적이니까. 그 정도의 발이 없으면 얘기가 안 되잖아."

"그럼 내가 당신을 붙잡는다면?"

웃음을 머금은 장난스러운 말투였다. 여자의 눈은 자신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명백한 도발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것만은 넘겨들을 수 없었다. 켈리 역시 오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날 잡을 수 있다는 건가?"

"당신도 어차피 지고바에서 떠날 것 아냐? 내가 그 뒤를 따라가겠어. 술래잡기인 셈이지. 그런 술래잡기라면 경찰이나 군대하고도 지겹도록 해봤을 테니까 도망갈 자신도 있겠지? 지금부터 열 시간 이내에 내가 당신을 붙잡으면..., 그럼 포기하고 여기에 서명해줄 수 있을까?"

혼인신고서를 펄럭펄럭 흔들면서 말한다.

그런 내기 따위 거절한다고 말하는 것은 쉬웠지만 그래봤자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거절해봤자 여기는 아직 지상, 그리고 쿠어 재벌의 힘은 틀림없이 이 지고바에까지 뻗어 있다. 경찰이나 군대를 동원해서 켈리를 붙잡는 것쯤이야 이 여자라면 간단히 할 수 있겠지.

이 방에 아무런 장치도 없는 것은 이미 확인해뒀다.

온몸에 무기를 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