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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틴도 재빨리 자신의 업무에 들어갔다. 당장 보고해둬야 할 사항이 산더미였던 것이다.
우선은 '버밀리온'에 대해.
승무원들은 전원 '마커스 V'에 수용되어 현재 이 아이아스로 이동하고 있으며, '버밀리온'의 도밍고 선장이 감사의 뜻을 담은 통신을 보내왔다.
단,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명.
도밍고 선장의 보고에 따르면 갑자기 연료계통의 일부가 폭발했다. 그 폭발에 의해 감응두뇌가 부분적으로 피해를 입은 것뿐 아니라 통신기도 긴급신호도 고장이라는 믿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져 근처의 소행성에 불시착할 수밖에 없었다.
"'버밀리온'의 정비반은 나흘 동안 통신기를 수리하기 위해 밤낮 없이 매달렸다고 합니다. 거의 다 고쳐가는 시점에 '마커스 V'의 구조를 받았다고 합니다."
"어머나? 그럼 젬이 뛰어갈 필요도 없었던 것 아냐."
진저는 신랄하게 말했지만 재스민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상관없잖아. 인명구조가 필요 없었다면 그 이상 가는 게 없지."
"다행히 당신도 무사했고."
"퀸 비가 저렇게 되지만 않았어도 더 무사하게 돌아왔겠지만 이번엔 정말 고생했어."
"예. 그 전산기 건입니다만......"
프리스틴은 정비반과 공동으로 최근 석 달 동안 펠릭스의 기록영상을 조사했지만, 문제의 층에 정비반 이외의 사람이 드나든 흔적은 없었다고 한다.
공원이나 식당처럼 아무나 드나드는 장소가 아니다. 정비반 이외의 인간이 어슬렁거리면 그대로 눈에 띄고 만다. 정비장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역시 정비원 중 누군가가 조작했거나, 어쩌면 훨씬 이전부터 조작되어 있었다는 말이 된다.
"지금 코엔 박사가 조사하고 계십니다만 분석에는 시간이 걸릴 거라고 합니다."
"그 녀석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는 제대로 해둬야겠는데...... 알렉산더는?"
"당신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곧 '마커스 V'가 입항할 예정이라 일단 지상에 내려갔습니다."
프리스틴이 힐끗 켈리를 쳐다보고서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사람의ㅡ미스터 쿠어가 일으킨 기적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만......"
"쓸데없이 관심이 집중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재스민은 딱 잘라 말했고 프리스틴도 끄덕였다.
"저희들도 같은 의견입니다."
그리고 헬렌을 바라보았다.
재스민의 스타일리스트를 맡고 있는 헬렌 일행은 실제로 홍보담당이기도 했다.
헬렌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
"제 독단으로 공공, 지방통신 모두 보도를 삼가도록 요청했습니다. 모네이튼과 아이아스에도 압력을 넣어, 미스터 쿠어가 '블루 네뷸러'를 통과했을 때에는 이미 자기폭풍이 멈춰 있었던 걸로 해둘 생각입니다."
"그거면 됐어. 진저, 알고 있겠지만 너도 그런 걸로 해줘."
"좋아."
멈춰 있던 걸로 해두겠습니다. 좋다.
참으로 억지스러운 대화였지만 진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생긋 웃으며 말했다.
"쓸데없는 참견일지도 모르지만, 입막음이라면 알렉산더 쪽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그 사람은 정말 귀여운 성격이라 당신 남편이 한 짓도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던 걸."
"알렉산더답군."
"그래서 결혼 안 한 거야?"
진저가 예리한 질문을 던지자 재스민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소리를 하면 본인이 화내겠지만, 그 녀석은 뭐랄까 발치에서 재롱부리는 강아지 같아서 말이야. 도저히 남편으로 삼을 생각은 안 들던 걸."
여자들은 조용히 웃음을 참았다. 켈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코엔 박사는?"
"그 녀석은 알렉산더하고 정반대였지. 너무 완고하고 성실한 녀석이라, 결혼하고서 내가 다른 남자하고 조금이라도 사이좋게 지내면 나하고 그 남자 목을 졸라서 죽여버릴지도 몰라."
"어머. 뭐야, 그건. 다른 여자라면 몰라도 당신은 가만히 앉아서 죽어줄 사람이 아니잖아. 오히려 이쪽에서 목을 졸라주면 되는 거 아냐?"
"그야 그렇지만. 또 하나, 유레카는 부자를 싫어해."
"그럼 더 좋잖아. 재산을 탐낼 염려가 없으니까."
"그런 의미가 아니야. 내가 맥스 쿠어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펄펄 화내더군. 거의 일방적으로 절교 당했어."
"어머나......"
"유레카는 굳이 입막음하지 않아도 딴 데다 얘기를 흘릴 사람이 아니야. 알렉 쪽은 나중에 내가 직접 입막음을 해두지."
대체 어떻게 입을 막으려는 건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프리스틴도 굳이 그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미스터 쿠어가 신청한 새로운 게이트에 대해서는 손쓸 길이 없습니다. 이미 연방에 수리되었으니까요."
"새로운 게이트?"
클램누이 성계에서 모네이튼 성계로 통과한 지름길에 대해 말하자 재스민은 기가 막힌 듯이 남편을 쳐다보았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달려와준 건 고맙지만 너무 무모한 걸."
"무모한 건 내가 아니야. 발견자는 '쿠어 킹덤'으로 해뒀으니까."
프리스틴은 미묘한 표정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그것만으로는 연방도 납득하지 않을 겁니다. 분명히 조사에 들어가겠지요. 문제는 그때 누.가. 대응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쿠어 킹덤'의 소유주는 재스민이지만 그때 선내에 없었고, 펠릭스의 항해기록을 보면 일시적으로 미스터 쿠어에게 선장 권한이 이양되어 있었던 사실도 명백합니다."
"뭐야, 결국 내가 심문 당한다는 말이야?"
"심문이라고 할 정도로 심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확인 정도겠지만......"
프리스틴은 곤란한 듯이 재스민을 바라보았고 재스민은 태연하게 남편에게 물었다.
"어쩔 거야?"
게이트를 독점하는 것은 중범죄였다.
알고서 신고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대로 체포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이건만, 켈리는 웃으며 프리스틴에게 말했다.
"게이트를 숨겨두는 건 확실히 곤란하지. 그럼 솔직하게 말하면 돼. 연방에서 조사하러 오면 나에게 보내줘. 내가 상대하지."
"괜찮겠습니까?"
"그래."
하지만 프리스틴과 헬렌은 복잡한 표정이었다.
이 남자는 바로 얼마 전 재스민과 함께 연방 본부에 다녀왔다.
그곳은 '인권보다 도시의 치안을 중시한다'는 방침을 당당하게 내세우며, 찾아오는 인간들을 가차없이 파헤쳐버리는 곳이었다.
범죄 경력이나 각국에 의한 지명수배는 물론이고 요주의인물로 지정되지는 않았는지, 또한 군대나 경찰에 소속되었던 경력, 그 경우 전투 훈련이나 격투 기술의 유무, 그밖에도 위험물질 취급 면허 등의 특수 기능 등 아무리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 남자의 경력은 깨끗했다. 요주의인물 지정도, 범죄기록도 없다. 특수훈련을 받았던 기록도 없다. 완벽할 정도였다.
하지만 절대로 그럴 리가 없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어느 정도는 깨닫고 있었다. 이 남자는 정상적인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그렇기에 더욱 조사를 경계하고 있었지만 재스민은 시원스레 말했다.
"알았어. 그건 너에게 맡기지."
일 얘기가 일단 마무리된 시점에서 진저가 굉장히 개인적인 질문을 던졌다.
"젬, 다인, 옷 사이즈 변했어? 가슴께가 좀 조여 보이는데?"
"아니? 왜?"
"하지만 임신하면 배만이 아니라 가슴도 커진다잖아. 당신이야 원래부터 이렇게 컸지만 설마 거기서 더 커지는 건가 싶어서."
"동감인 걸. 여기서 더 커지면 곤란해."
켈리도 웃으며 끼어들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저건 근육으로 된 거니까 더 이상 커질 리는 없을 걸."
진저가 비난하는 눈빛으로 켈리를 돌아보았다.
"당신 말이죠, 그게 임신 중인 자기 부인에게 할 소리예요?"
"원래는 당신이 한 말이잖아."
이해가 안 가는 표정을 짓는 진저에게, 켈리는 처음 재스민과 만났을 때 진저가 던졌다는 말을 그대로 해줬다.
그러자 진저는 뺨을 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