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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모습을 켈리는 신중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당신이 재스민 쿠어?"

"그런 걸로 거짓말해서 어쩌자고?"

도저히 거대 재벌의 회장으로는 보이지 않는 여자가 일부러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물론 이 얘기에는 이유가 있어. 들어볼래?"

"듣기 싫어도 들어야겠죠, 여왕전하."

"당신이 아까 말한 것처럼 내 아버지는 반년 전에 죽고 재산 전부를 내가 물려받았어. 단, 조건이 붙어 있지. 아버지가 좀 곤란한 유언을 남겨놔서 말이야. 내가 서른 살이 되어도 독신일 경우 그대로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 그럴 경우 운영권은 중역진에게 넘어가. 요약하자면, 실권을 뺏기고 싶지 않거든 서른 살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결혼하라는 소리지."

단신으로 거대한 왕국을 일궈낸 괴물이라고 해도, 아버지로서 역시 이 딸의 앞날이 걱정되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남자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그 유언, 정말로 꼭 지킬 필요가 있어?"

"법적 효력은 없어. 당연하잖아. 지금 연방위원회에 독신 여성이 몇 명이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 여자들한테 이런 얘기를 들려주면 이 유언이 얼마나 부당하고 위법적인지 잔뜩 흥분해서 열변을 토할 걸. 독신이라는 이유로 당연한 권리를 침해당하다니 절대로 허용될 수 없는 일이다, 말도 안 되는 차별이다 등등 하면서 말야. 사실 맞는 말이야. 연방에 가입하지 않은 변경이라면 몰라도, 공화우주의 어느 나라에서든 이른 유언은 무효일 게 뻔하지. 하지만 곤란하게도, 내 나라에서 아버지의 유언은 절대적이야."

맥스 쿠어를 한마디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어떤 사라은 천재과학자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사기꾼이라고 말한다. 불세출의 모험가라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돈벌이만 뛰어난 장사꾼이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었다.

20대 후반에 혁신적인 에너지 이론을 발표해 우주선의 항행거리와 속도에 극적인 변혁을 가져온 그는 자신의 이론을 실용화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그에 따른 수많은 특허를 취득하고 자작품의 실험과 선전을 겸해 그 자신도 우주를 날아다녔다.

행운은 계속해서 그를 도왔다.

당시에는 아직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밖에 확인되지 않았던 '게이트'를 차례차례 발견했던 것이다. 게다가 이용하기 편하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던 '게이트'에 플랫폼을 설치하고 스테이션으로 이용하는 데에 성공해 메트로의 정비와 발전에도 큰 공적을 남겼다.

현재 어느 정도 크기 이상의 대형 우주선에는 반드시 그가 고안해낸 이론을 기초로 만들어진 엔진이 실린다. 즉 배 한 척이 건설될 때마다 24퍼센트의 특허료가 들어온다는 얘기다. 스테이션의 이용료는 말할 것도 없다.

물품 유통과 마찬가지로 정보의 흐름 역시 중시하며, 인터스페이스넷ㅡ통칭 S넷을 개설한 것도 맥스였다.

행성개발과 도시화에도 큰 힘을 기울였고, 그밖에도 다양한 산업에 힘을 쏟아 그 전부를 성공시켰다.

공화우주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켈리의 말도 절대로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쿠어 재벌의 계열사가 한 개도 없는 행성이 더 드물었다.

그렇게까지 성장한 거대 기업이면서도, 믿기 힘든 얘기지만 쿠어 재벌은 개인이 경영하는 기업이었다. 사실상 맥스 개인의 소유물이었던 것이다.

바로 그렇기에 킹덤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의 전 생애에 걸친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그가 모국과 연방에 내는 세금이 얼마나 되는지 장난으로라도 계산해보려고 하는 인간은 없었다. 그런 짓을 해봤자 허무할 뿐, 시간만 낭비하는 바보짓이다. 우선 숫자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눈이 핑 돌아버린다.

"중역들 속셈은 아버지에 대한 충성과는 전혀 관계없어. 자기 자식을 나하고 결혼시키면 쿠어 재벌을 합법적으로 자기 손에 넣을 수 있게 되니까. 서른 살까지 내가 아무하고도 결혼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이 유언을 내세워서 재벌을 자기들 차지로 만들 수 있지. 그 놈들이 그렇게나 일치 단결하는 건 나도 처음 봤어. 선친의 위대한 공적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도 이 유언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세상의 일반적인 상식이 어쨌든간에 반드시 지켜야만 합니다. 하고 입에서 침을 튀기면서 주장하는 꼴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군. 참고로 당신 지금 몇 살이야?"

"표준시로 열흘 뒤면 스물아홉이 되지. 그 놈들이 계속해서 데리고 오는 바보들을 상대하기도 슬슬 질렸어. 이쯤에서 손을 써두고 싶어."

"그래서, 이거야?"

손가락으로 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