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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켈리의 수많은 별명 중 하나였다.

자신이 어떤 이름으로 불리건 상관하지 않는 켈리였지만, 그런 이름으로 자신을 부르는 상대가 일반인일 리가 없다.

이 여자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온몸에 무기를 휴대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게 거친 일에 익숙해져 있다는 증거였고, 행동거지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정말로 자신의 정체를 알고 부르는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긴 앞머리로 가리고는 있어도, 오른쪽 눈의 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서 의안이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단순한 호칭으로 해적이라는 단어를 쓰는지도 모른다.

상대의 행동을 지켜볼 셈으로 소파에 등을 기대며 낮게 웃었다.

"아무래도 이건 불공평한 거래인 걸. 당신은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난 당신에 대해 전혀 몰라."

"거기 쓰여 있어."

그 말을 듣고 다시 서류를 살펴보았다.

혼인신고서이니 당연히 부부의 이름을 쓰는 칸이 있다.

남편 쪽은 비어 있었지만, 부인 쪽은 이미 이름이 적혀 있었다.

재스민 미리디아나 젬 쿠어.

켈리는 그 이름을 바라보고서 약 5초간 굳은 채 움직일 수 없었다. 자기 눈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켈리의 입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한번 웃기 시작하자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이거, 농담이 심한 걸."

"농담 따위는 안 한다고 아까도 말했을 텐데, 해적."

여자는 지극히 진지한 표정이었다.

"빨리 그 서류에 서명해줘. 본명을 쓰고 싶지 않다면 그래도 상관없고. 뭔가 적당한 이름이라도 상관없어. 이쪽에서 그런 이름으로 이력을 준비하지."

"잠깐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여왕전하? 아니, 당신이 정말로 재스민 쿠어라고 치고 말하는 건데 말야.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냐? 처음 보는 남자하고 결혼? 그것도 당신이 말하는 대로 해적인 나하고? 거 엄청 웃기는 걸."

켈리는 준비된 술잔에 멋대로 술을 따라 여전히 웃으면서 마셨다. 하지만 눈에는 웃음이 없었다.

"당신은 모르는 것 같으니까 말해주겠는데, 쿠어 재벌의 이름을 모르는 인간은 공화우주에 없어. 에너지와 정보 양쪽을 지배하고 공화우주 전역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잇는, 연방정부까지도 뜻대로 좌우할 수 있다는 거대 재벌이지. 창립자인 맥스가 겨우 1대만에 거기까지 쌓어올린 그 재벌의 별명은 쿠어 킹덤. 그 괴물 맥스가 반년 전에 죽었을 때, 재벌의 모든 것을 물려받아 '즉위'한 사람이 외동딸인 재스민이야. 젊고 미인인데다 독신이까지 하지. 쿠어 재벌의 여왕의 남편이 되는 것은 누구일까, 당시 뉴스에서도 그 화제로 떠들썩했으니까."

여자의 입술이 살짝 풀리면서 미소를 지었다.

"거기까지 알고 있다면, 그 후계자가 누구의 구혼다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겠지?"

"글쎄, 뉴스에서도 거기까지는 말 않던데."

"결혼이 정해졌으면 대대적으로 방송했을 게 뻔하잖아. 맥스의 죽음 이상으로 큰 뉴스거리인데. 정말 난장판이었어. 그때 나한테 쳥혼했던 남자들도 굉장했지. 미인이라고 칭찬해주는 거야 고맙지만, 난 이런 체격이니 빈말로라도 이상적인 신붓감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 아냐? 단순하다고 해야 할지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이 여자하고 결혼만 하면 쿠어 재벌은 내 것, 난 전 세계의 지배자가 되는 거다! 대충 그런 느낌이었어. 그런 놈들밖에 없더군. 구석구석 다 뒤져봐도, 있는 대로 파헤쳐봐도 그 생각밖에 안 하는 거야. 솔직히 말해 얘기도 안 되겠더군. 나한테도 고를 권리라는 게 있으니까."

웃으면서, 마치 물이라도 마시는 것처럼 술잔을 비운다.

너무나도 당당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