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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자, 아스나는 살짝 뺨을 붉히면서도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몰라? 여기, 카페테리아에서 그대로 보이는데."

"뭐......"

고개를 드니 정말로 나뭇가지 사이로 교사 최상층의 커다란 채광창이 보였다. 황급히 손을 놓았다.

"못 말려......"

아스나는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얼굴을 홱 돌렸다.

"정신 못 차리면 도시락 안 줄 거야."

"으악, 그건 봐주라."

필사적으로 사과하기를 몇 차례, 아스나는 겨우 생긋 웃더니 무릎 위의 바구니를 열였다. 동그랗게 키친페이퍼로 감싼 것 을 하나 꺼내 내게 내밀었다.

받아들고 서둘러 포장지를 열자, 그것은 양상추를 끼워 넣은 큼지막한 햄버거였다. 향긋한 냄새가 위장을 직격해, 허겁지겁 입을 크게 벌리고 깨물었다.

"헉...... 이 맛은......!"

와구와구 씹고 꿀꺽 집어삼킨 후,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아스나의 얼굴을 보았다. 아스나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에헤헤. 기억했어?"

"어떻게 잊어버리겠어. 74플로어 안전지대에서 먹었던 햄버거잖아."

"야~, 소스 제현하느라 고생했다니깐. 말도 안 되지? 현실의 맛을 흉내 내려고 저쪽에서 죽을 정도로 고생했는데, 이번에는 그 맛을 재현하기 위해 이쪽에서 고생을 하다니."

"아스나......"

나는 그 행복한 나날을 떠올리고 감상의 폭풍이 가슴에서 휘몰아치는 것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아스나를 바라보았다.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아스나는 미소와 함께 속삭였다.

"입에 마요네즈 묻었어."

내가 큰 것을 두 개, 아스나가 작은 것을 하나 다 먹었을 무렵에는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조그만 보온병으로 허브티를 따라준 아스나가 종이컵을 두 손으로 쥐고 말했다.

"키리토, 오후 수업은?"

"오늘은 앞으로 두 시간 더 있던가...... 나 참, 칠판이 아닌 EL 패널에, 노트가 아닌 태불릿 PC에, 숙제는 무선 랜으로 보내주지. 이럴 거면 집에서 수업받아도 되잖아."

투덜거리는 나를 보며 아스나가 후후 웃었다.

"패널이 달린 PC도 얼마 안 있으면 사라질 거야. 조만간 전부 홀로그래픽으로 바뀔지도? 게다가 학교에 나오는 덕에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거잖아."

"뭐, 그건 그렇지만......"

자유선택 과목은 아스나와 모두 똑같이 듣고 있지만, 아무래도 원래 학년이 다르다 보니 커리큘럼에도 차이가 있어 만날수 있는 것은 일주일에 사흘뿐이다.

"게다가 여긴 차세대 학교의 모델케이스가 된대, 아빠가 그랬어."

"헤에...... 그러고 보니 아버님은 잘 계셔?"

"응. 한때는 상당히 좌절하셨지만. 사람을 보는 눈이 없었구만~. 하고. CEO 관두고 반쯤 은퇴하신 다음에는 어떻게 짐을 덜지 고민하시는 것 같아. 조만간 취미라도 찾으면 금방 기운차리실 거야."

"그래......"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아스나와 나란히 하늘을 보았다.

아스나의 아버지, 유우키 쇼조 씨가 딸의 남편감으로 점찍었던 사내ㅡ스고우.

그 눈 오던 날, 병원 주차장에서 체포된 스고우는 그 후에도 추하게 발악에 이은 발악, 묵비에 이은 묵비, 부정에 이은 부정을 거듭한 끝에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카야바 아키히코에게 뒤집어씌우려 했다.

하지만 놈의 부하 중 하나가 중요 참고인으로 끌려나온 직후 어이없에 모든 것을 고백하고, 렉토 프로그레스의 요코하마 지사에 설치되었던 서버에서 SAO 미귀환자 300며이 비인도적 실험에 쓰였다는 것이 폭로되기에 이르자 스고우는 도망칠 길이 사라졌다. 공판이 시작된 지금은 정신감정을 신청했다고 한다. 주요 죄목은 상해죄지만, 악취감금죄가 성립되는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놈이 손을 댔던 '풀 다이브 기술에 의한 세뇌'라는 사악한 연두고 결국 초기 너브 기어 외에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너브 기어는 거의 모두 폐기되었으며, 스고우의 실험결과를 통해 대항조치도 개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300명의 미귀환자에게 인체실험 도중의 기억이 없었다는 것이다. 뇌에 기질적 장애를 입거나 정신에 이상이 생긴 플레이어도 없었으며, 모두 충분한 치료를 받은 후 사회로 복귀하였다.

하지만 렉토 프로그레스사와 알브헤임 온라인, 아니, VRMMORPG라는 장르 그자체는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원래 SAO 사건만 해도 상당히 사회적 불안을 조성했다. 그것을 어디까지나 한 광인의 예외적 범죄라 치부해 놓고, 이번에야말고 안전하다고 큰소리를 치며 오픈했던 ALO를 포함한 VRMMORPG들은 스고우가 일으킨 사건으로 인해 모든 VR 월드가 범죄에 이용된 가능성이 있다는 낙인이 찍히게 되었다.

결국 렉토 프로그레스는 해산하고 렉토 본사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으나, 사장 이하 경영진을 쇄신해 어떻게든 위기를 넘어서고 있는 참이다.

물론 ALO도 운영중지에 몰렸다. 그 외에 운영하던 대여섯타이틀의 VRMMORPG는 비록 유저 감소는 미미하지만, 사회적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 이쪽도 중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 상황을 송두리째 뒤엎어버린 것이ㅡ.

카야바 아키히코가 내게 맡겼던《세계의 종자》였다.

카야바에 대해서도 언급을 좀 해야곘다.

카야바 아키히코는 역시 2024년 11월 SAO 세계 붕괴와 동시에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 두 달 전ㅡ2025년 3월이었다.

카야바가 히스클리프가 되어 아인크라드에 존재했던 2년 동안, 그가 잠복했던 곳은 나가노 현의 인적 없는 한 숲속 산장이었다.

물론 카야바의 너브 기어에는《죽음의 족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며, 자유롭게 로그아웃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길드 혈맹기사단의 단장인 그는 최장 일주일 연속으로 로그인을 한적도 있다고 한다.

그사이에 그를 보살폈던 것이, 카야바가 아가스 개발부와 동시에 재적하고 있던 도쿄의 공업계 대학에서 같은 연구를 하던 대학원생 여성이었다.

그 연구실에는 스고우도 학생시절에 적을 두고 있었으며, 겉으로는 카야바를 선배로서 존경하면서도 맹렬한 라이벌 의식을 불태웠다고 한다. 그 여성에게도 두세 차례 구애를 하였다는데ㅡ나는 그 이야기를 얼마 전 보석으로 풀려난 그녀 본인을 통해 들었다.

그녀의 메일 주소를 구출대책실의 에이전트에게서 억지로 알아낸 나는 한참 망설인 끝에, 원망을 하려는 것이 아니닙다, 그저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싶을 뿐입니다, 라고 메일을 보냈다. 대답이 돌아온 것은 일주일 후였다. 현재 살고 있는 미야기 현에서 일부러 상경해주었다. 코지로 린코라는 이름의 그 여성은 도쿄역 부근의 카페에서 내게 더듬더듬 설명을 해주었다.

카야바는 사건을 일으키기 전부터 SAO 세계가 붕괴되면 함께 죽으리라고 결심을 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기이했다. 그는 풀 다이브 시스템을 개조한 머신으로, 자신의 대뇌에 초고출력 스캐닝을 설치해 뇌를 태우며 죽었다는 것이다.

스캔이 성공할 확률은 천분의 일도 안 되었지만ㅡ어딘가 약한 듯하면서도 심지가 굳어 보이는 그 여성은 말했다.

만약 카야바가 의도한 결과가 나타났다면, 그는 자신의 기억고 ㅏ사고, 다시 말해 대뇌 내부의 전기반응을 모두 디지털 코드로 바꾸고 진정한 의미의 전자두뇌가 되어 네트워크 내에 존재할 것이라고,

나는 망설인 끝에, ALO 서버 내부에서 카야바의 의식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을 말해주었다. 그가 나와 아스나를 구해 주었다는 것. 그리고 내게 어떤 것을 맡겼다는 것을.

여성은 몇 분간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눈물을 한 방울 떨어뜨리더니 내게 말했다.

ㅡ저는 그가 숨어 있던 산장에, 그를 죽일 생각으로 찾아갔어요. 하지만 죽이지 못했어요. 그로 인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와 제가 했던 일은 도저히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그를 미워한다면, 받으신 것을 지워주십시오.

하지만, 만약...... 만약 증오 이외의 것이 당신에게 있다면......

"ㅡ키리토. 키리토~. 오늘 번개 말인데......"

아스나가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바람에 정신을차렸다.

"아~, 미안, 잠깐 생각하느라."

"차암. 넌 저쪽에서도 여기서도, 방심하고 있을 때는 정신을 딴 데 팔고 있다니깐."

아스나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햇살처럼 밝게 웃고는 머리를 내 어깨에 푹 기댔다.

***

카페테리아 서쪽 창가. 남쪽에서 세 번쨰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나는 팩 밑바닥에 남은 딸기 요구르트 드링크를 빨대로 힘껏 빨아들였다. 소녀가 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소음이 요란하게 발생하자, 맞은 편 의자에 앉아 있던 아야노 케이코가 얼굴을 찡그렸다.

"저기, 리즈...... 리카 언니. 조용히 마셔야지요."

"그치만 야...... 어ㅡ! 키리토 자식, 저렇게 바짝 달라붙어선......"

내 시선 끝에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