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조용한 골목, 작은 집 한켠에서 연필과 스케치북은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였다. 1983년 겨울, 이재훈은 그 공간에서 세상을 향한 첫 상상을 그림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의 그는 말보다 그림을 더 사랑했다. 아직 말이 서툴던 그는 연필로 자신의 마음과 상상을 표현했고, 친구들과 가족들은 그의 그림 속에서 작은 기적을 발견했다. 눈 내리는 날이면,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그들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 모험은 종종 현실을 넘어서는 상상 속 세계였지만, 어린 이재훈에게는 너무나 생생하고 중요한 시간이었다.
그가 처음으로 만든 캐릭터는 작은 꼬마 마법사였다. 이름도 없는 이 캐릭터는 매일 조금씩 성장하며, 현실 속 소년의 고민과 기쁨을 그대로 반영했다. 친구들은 그의 만화를 보며 깔깔 웃었고, 그는 그 반응에서 창작의 즐거움과 책임을 동시에 배우게 되었다. 그 시절의 습관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다. 상상력을 글과 그림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그는 이미 이야기를 만들고 전달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있었던 것이다.
중학교 시절, 이재훈은 자신의 재능을 학교 신문과 학급 신문으로 확장했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그는 단순한 그림보다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캐릭터 하나하나에 성격을 부여하고, 사건과 갈등을 만들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친구들과의 토론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그는 협업과 비판을 받아들이는 법도 익혔다. 매번 친구들과 토론하며 캐릭터의 성격을 수정하고 사건을 다시 구성하는 과정은 때로는 지루했지만, 그는 그 과정을 사랑했다.
고등학교 시절, 그는 더 큰 도전을 위해 만화 연구 동아리를 창설했다. 매주 모여 작품을 공유하고 토론하며 장르와 연출 기법을 실험했다. 액션, 판타지, 드라마,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며 자신만의 스토리텔링 스타일을 찾아갔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얻은 교훈은 분명했다. “좋은 이야기는 단순히 웃기거나 화려한 그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져야 한다.”
이 시절의 노력과 성취는 그의 첫 번째 공모전 경험으로 이어졌다. 지역 청소년 만화 공모전에 출품한 단편 만화가 입상하며, 작은 성공을 경험했다. 이 성공은 이재훈에게 ‘이 길이 옳다’는 확신을 주었고, 그는 미래를 향해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대학에 진학한 그는 시각디자인과 디지털 아트를 전공하며, 웹툰이라는 새로운 세계와 맞닥뜨렸다. 대학 시절, 컴퓨터 그래픽과 디지털 페인팅, 캐릭터 디자인 등을 배우며 손으로 그리던 감각을 디지털로 확장했다. 과제를 수행하며 그는 캐릭터의 움직임, 배경 구성, 화면 연출 등 웹툰에 필수적인 기술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졸업 작품으로 제작한 단편 웹툰은 온라인 플랫폼에 게시되어 작은 팬층을 만들었다. 온라인 독자들의 반응은 그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비록 작품은 작은 규모였지만, 독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경험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을 넘어 플랫폼을 통한 창작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는 이때부터 자신의 이야기가 디지털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쉴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의 또 다른 경험은 공모전이었다. 학내와 외부 공모전에 연이어 참여하며, 작품성을 다듬고, 스토리텔링 능력을 검증받았다. 여러 번의 실패와 좌절도 있었지만, 그것은 그에게 귀중한 학습의 기회가 되었고, 점점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가는 힘이 되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이재훈은 국내 유명 웹툰 제작사에 입사했다. 초기에는 조연출과 보조 작가로서, 원고 정리, 배경 제작, 자료 조사 등 다양한 잡무를 맡았다. 매일 반복되는 마감과 작업 속에서 지칠 법도 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매 순간을 배우는 시간으로 삼았다. 그는 작가들이 놓치기 쉬운 디테일을 살피고, 스토리 전개에 필요한 요소를 미리 준비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담당했다.
3년간의 경험을 쌓은 후, 그는 스스로의 작품 세계로 돌아와 정식 연재 작가로 데뷔했다. 첫 작품은 사회적 이슈와 인간 감정을 담은 드라마 장르였고,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정식 연재 이후, 그는 플랫폼 내에서 단기간에 독자층을 형성하며, 평단과 팬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재훈에게 진정한 전환점은 뉴토끼 웹툰 전문사이트와의 인연에서 시작되었다. 2012년, 그는 뉴토끼에 합류하며 단순한 작가가 아닌 웹툰 기획과 콘텐츠 관리, 신인 작가 발굴을 담당하게 되었다. 뉴토끼는 그에게 플랫폼 운영, 독자 분석, 트렌드 연구, 콘텐츠 최적화 등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무대였다.
그는 독자 데이터를 분석하며, 어떤 장르와 캐릭터가 호응을 얻는지 세밀하게 관찰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규 웹툰 기획과 연재 전략을 수립했고, 많은 신인 작가들이 뉴토끼를 통해 데뷔하게 되었다. 플랫폼 내 인기 웹툰이 탄생할 때마다, 그는 단순한 제작자가 아닌, 독자와 작가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는 성취감을 느꼈다.
뉴토끼에서의 경험은 그를 단순한 그림쟁이에서 웹툰 전문가로 성장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독자층 분석, 캐릭터 마케팅 전략, 플랫폼별 최적화 연출 기법 등 실무적 전문성을 갖추며, 작품의 질과 플랫폼 성과를 동시에 책임지는 위치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