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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이맘때.

동시에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바람 소리.

파도 소리.

봄이 빰 위로 미끄러지고 귓가를 통과하는 소리.

그 안에서 카메라는- 한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나풀거리는 치마에 하늘하늘한 블라우스를 입은 머리가 긴 여자아이.

맨잘로 파도가 밀려오는 장소를 오가고 있었다.

뭔가를 찾고 있는지 꼼짝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때문에 여자애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뭘 하고 있는 걸까?

영상을 보고 있는 이쪽도,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고 있는 사람도 똑같이 궁금해하고 있었다.

먼발치에서 보고 있던 카메라가 여자아이 쪽으로 다가갔다.

줌을 당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 자체가 다가가고 있었다.

아직 바닷물이 차가운지 하얀색이어야 할 여자아이의 맨발이 빨개져 있었다.

그때.

여자아이의 흘러내린 검은 테 안경 안의 시선과 촬영하는 사람의 카메라 너머의 시선이 딱 마주쳤다. 찍힌 영상을 보고 있는 사람들도 시선이 마주치는 듯한 감각에 빠져들었다.

카메라를 바라본 채 경직한 여자아이는 몹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뭐죠?"

마침내 여자아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그렇게 물었다.

이것이 이 영상 작품에서 주인공 여자아이의 등장 장면.

물가에서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는 여자아이와 카메라를 찍는 소녀 같은 얼굴의 남자아이, 그 친구인 듯한 멋진 남자아이, 그리고 바다와 거리를 계속 찍은 내용이 전부인 작품이었다.

그리고 세이나가 영상연구회에 들어오는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했다.

만남은 약 3년 전. 중학교 1학년 때 친구와 같이 잤던 다른 학교의 문화제 한 귀퉁이에서 조용히 상영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이 영상 작품을 공개하고 있던 부스에 모여들고 있었고 세이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었다.

한바탕 문화제를 즐긴 뒤 도달한 그곳에서 약 30분간, 영상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그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영상은 바다와 거리와 한 여자아이를 1년 가까이 카메라에 담은, 그저 그것이 전부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순수하고, 쑥스럽고, 한결같이 아름답게 마음속으로 스며들어왔다.

그런 느낌이었다.

카메라는 세이나가 사는 이 동네에서 가까운 이곳저곳을 돌아 다녔다.

비가 갠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2인승 자전거로 쫒아가자 본 적이 있는 듯한 풍경이 차례차례 비치기 시작했다.

다만 본 적이 있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풍경을 보고 있는 듯한 새로운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그 영상의 중심에 항상 있는- 검은 테 안경을 쓴 한 여자아이.

그녀는 물가에서 뭔가를 찾아 걸어다녔다. 줄곧 고개를 수그린 채였는데 그것이 서서히 바뀌어갔다.

장면과 장면 사이, 문득 화면의 가장자리에 나오는 시간 경과를 알리는 자막.

계절이 지나가자 검은 테 안경을 쓴 여자아이는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짓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는 환하고 예쁘게 웃었다.

처음에는 촌스런 검은 테 안경과 고개를 수그린 인상 때문에 수수한 느낌이었는데, 마지막에는 '다들 이렇게 귀여운 사람이었다니' 하고 감탄하며 여자애의 웃는 얼굴에 저도 모르게 따라 웃고 말았다.

하지만 여자아이에게 그런 표정을 짓게 만든 것은 분명 영상에도 가끔 비치는 카메라를 든 남자아이가 틀림없었다.

소녀 같은 얼굴을 가진 그 남자아이는 당시 중학교 2학년이나 3학년이었을 것이다. 영상은 대부분 그 남자아이의 시선.

그렇게 때문에 전해졌다.

그 남자아이가 놀랄 만큼 순진하고 착한 사람이아는 것이.

그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와 바다와 거리를 진심으로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그렇기 때문에 보고 있는 사람까지 감정 이입이 되어서 그녀가 웃으면 기뻐졌다. 분명 가슴 벅차게 기뻐했을 남자아이와 함께.

게다가 또 하나의 볼거리는 촬영하는 남자아이의 친구인 듯한 초절정 미남.

작품이 발표된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