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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에서 쿠로에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 후 “쿠로에를 잘 부탁한다!” 고 울먹이며 말하더니 “이 일은 쿠로에의 부모님에게도 잘 전해둘게~~~~!” 라고 혼자 떠들고 마무리를 지었다.

토이로는 자기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한 마코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거 말이야-, 왜라고 생각해?”

“옥상에서 헤드폰?”

그가 말을 끝까지 다 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알아챘다.

마코토에게서 들은 쿠로에의 얘기와 방금 들은 이야기르 f종합해서 생각해본 결과 나온 것은 그와 똑같은 의문이었다.

[왜 옥상?]

[왜 헤드폰?]

그렇지만 ‘직접 물어보지그래?’ 라는 식으로 쉽게 말할 수는 없었다.

토이로는 소중한 사람을 죽음으로 잃어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쿠로에의 마음을 전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소중한 사람과 헤어져야만 하는 심정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가... 하고 생각했다.

마코토가 쿠로에에게 마음을 쓰는 이유를 이제 알 수 있었다.

쿠로에의 눈동자는 불안한 듯 흔들리며 망설이고 당혹해하며 슬퍼하고 있었다. 그 영화를 보고 있을 때에도.

토이로도 마코토도 그런 눈빛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도 그러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마코토는 무의식중에 그 자신이 그녀의 ‘뭔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그녀의 일부라도 웃는 얼굴로 바꿀 수 있다면.

언젠가 마코토와 토이로가 서로에게서 받은 ‘소중한 것’을 이번에는 그 아이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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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하늘과 가까운 장소.

여기에서라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헤드폰에서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있는 동안은 그 장소가 그녀가 있을 곳.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

애초에 쿠로에를 의사소통불능 상태에 빠지도록 만든 원인을 찾자면 역시 외국에서 지낸 기간이 길었던 부분이 컸다.

부모님은 직업상 전 세계의 온갖 나라를 두루 돌아다녔다.

하지만 한 나라에 머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아이들은 늘 변화하는 생활 속에서 다채로운 장소와 다양한 공기에 대응해가는 능력을 몸에 익히는 법이다.

어떤 환경에 처해도 적당하게 순응할 수 있다.

그러나 물론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중에는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변하는 분위기에 따라가지 못한 채 어느새 적응할 노력조차 하지 않게 된다.

바로 쿠로에가 그런 케이스였다.

그녀의 커뮤니케이션이 서툰 것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그녀 자신이 그렇게 만들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쿠로에는 바꾸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때문에 여기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내 목소리... 들려? ‘하-’, 내 목소리 들려?”

하늘에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거리의 중심부에서 조금 벗어난 쿠로에는 둑길을 혼자 걷고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저편에서 다가온 잿빛의 뭔가가 솜사탕 같은 구름을 삼키려 하고 있었다.

그녀의 헤드폰에서는 음악. 이윽고 그것은 부드럽게 끝났다.

눈을 감았다.

떠올렸다.

마음속에서 음악 대신에 들려온 것은,

“-쿠로사키!”

어머니의 옛날 성이자 할머니의 성이었으며 지금은 그녀의 성인 쿠로사키, 그 성을 부르는 몹시도 다정한 ‘그’의 목소리였다.

조용한 바람이 불고 느릿하게 흐르는 시간을 실어왔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아스팔트 냄새.

이것은 비 냄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