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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넷, 만화 스물셋. 역시 유타는 큰 가슴을 좋아하는구나."

"뭘 세고 있는 거예요, 라이카 선배님! 방 안은 그만 뒤지세요!"

나는 몹시 당황하며 내 야한 잡지를 그러모아 벽장에 쳐넣고 라이카 선배를 노려보았다.

"어머. 짐승 같은 눈으로 보지 말아 줘."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냉철한 표정으로 라이카 선배가 자기 가슴을 감추는 시늉을 헀다.

"니무라, 좀 말렸어야지~!"

"아하하, 말려 봤자 헛수고일 게 빤하잖아?"

빤하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하잖아. 요즘 들어 내 사랑이 소리를 내며 부서지고 있는 듯한데….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네! 세가와!"

사코 선배가 내 책상을 탕탕 두드리며 언성을 높였다.

아무래도 좋지 않습니다. 제 야한 잡지 정도는 수호해 주세요.

"나는 촬영회를 위해서 벌써 디지털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와 렌즈를 새로 구입했다네!"

"아. 그러고 보니 이케부쿠로에 와서 야마다 전기(가전제품 양판점)랑 빅 카메라(가전제품 양판점)에 연달아 갔었어."

니무라의 증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역시 이 코스프레 카페는 계획적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카페가 아니라 촬영회라는 말을 입에 담고 있었는데, 아마도 사코 선배의 머릿속에서만 일어난 변환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촬영회를 위해 새로 구입했다면 바로 오늘 샀다는 말일 텐데.

카메라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가장 싼 것도 십만 엔 정도는 할 것이다. 고작 대학 축제를 위해 그런 돈을 선뜻 쓰는 기세라든가 정열에는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따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에잇, 이렇게 되면 내가 설득해 보겠어! 미우 님은 어디에?"

"그만두는 게 좋을 거예요. 그리고 미우는 조건부로 승낙했어요."

"뭐라고? 어째서 그것을 먼저 말하지 않은 거지? 이 심술쟁이! 하지만 역시 차기 회장으로 내정할 만한 영민하고 준수한 인재군! 이걸로 우리 연구회는 끄떡없어!"

"그런 건 내정 받고 싶지 않거든요. 그리고 조건부라고 했잖아요, 소라도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이 미우의 조건이에요."

"뭐라고? 그럼 냉큼 참가 승낙을 받아 오도록. 필요하다면 미식축구부한테 납치시켜서 고개를 세로로 끄덕일 때까지 간질여도돼."

"소라한테 그런 짓을 하면 즉각 경찰에 넘길걸요? 평생 성범죄자라는 오명을 짊어지고 살게 될 겁니다. 아니, 지금 바로 신고하고 싶네요."

쓸데없는 언쟁이었다.

"싫어, 싫어, 싫어! 미우 님과 히나 님의 코스프레가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보, 고, 싶, 어~!"

사코 선배는 마룻바닥에 뒹굴며 손발을 버둥버둥 휘저었다. 응석받이라고 하면 귀엽게 들리겠지만, 외관상으로는 죽어 가는 물방개였다. 나는 온몸으로 방바닥을 걸레질 해 주는 거라고 여기고 참았다.

"떼써도 소용없어요, 사코 선배님. 어쨌든 소라가 집에 오면 한 번 더 이야기를 해 봐야겠어요, 저도 누나가 했던 코스프레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니까요."

"유타, 난 히나랑 소라도 코스프레를 했으면 좋겠어."

상기된 얼굴로 내게 다그친 사람은 라이카 선배였다.

"아, 알고 있어요. 소라랑 이야기해 볼게요."

"부탁해, 유타. 아이들이 예쁜 코스프레를 해 준다면 나도 유타가 좋아하는 큰 가슴이 확연히 드러나는 버니 걸이든 뭐든 할게."

여러모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지만, 뭐든지 할 거라는 말만으로도 묘하게 흥분됐다.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 일이 전개돼 버린 걸까….

"에잇! 그 아줌마는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내가 설득하겠어!"

매우 흥분한 사코 선배에게 라이카 선배의 하리센이 날아갔다.

"으흡! 무슨 짓이야, 라이카!"

"회장은 거추장스러워."

"무, 무슨 소리야! 내가 성심성의껏, The 무릎 꿇고 절하기로 간청하면…."

"헛 수고예요. 애당초 사코 선배님이 오시면 역효과가 난다니까요. 말씀드리지만, 소라는 일전에 있었던 일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 두고 있다고요."

열네 살짜리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