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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기를 꺼냈다.

"에어 카째로 바다에 빠졌다고 들었네만, 괜찮나? 대체 어쩌다 그리 된 게야?"

"제가 묻고 싶을 지경입니다. 본사에서 나올 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이상해졌지요. 자칫하면 죽을 뻔했습니다."

와일리와 브라이언이 얼굴을 마주본다. 와일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차, 회사용인가?"

"예. 본사의 비서가 준비해줬습니다."

"역시."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와일리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브라이언도 짜증스럽게 혀를 찼다.

"이거 정말 곤란하게 됐어. 설마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무슨 말씀이지요?"

켈리가 물어보는 것도 당연했다. 마치 짐작이 가는 구석이 있다는 것 같지 않은가.

브라이언과 와일리는 켈리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이렇게 나란히 있으니 더욱 대조적인 조합이다.

얼굴도 몸도 자그마하고 동작이 조심스러운 와일리는 어떻게 봐도 사람 좋은 노인으로 보이며, 행동거지도 정중하고 부드럽다.

그와는 달리 브라이언은 새까만 머리를 깨끗하게 빗어 넘기고 얼굴에는 기름기가 돌며 거동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넘친다. 외모와 마찬가지로 조심성이 없고 언변이 날카로운 것도 브라이언 쪽이었다.

켈리를 노려보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낸다.

"아이도 생겼으니 우선 축하인사부터 해두지. 하지만 자네, 정말로 재스민한테 만족하고 있나?"

"거 굉장히 갑작스러운 질문이군요?"

켈리는 일부러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넘겼다.

"아시겠지만 저쪽은 여왕님, 저는 그 여왕님이 주워온 평범한 남자입니다. 만족한다 못한다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요."

"하지만 자네한테도 남자로서의 오기라는 게 있겠지? 마누라 치마 밑에 깔리면 기분 좋을 리가 없잖아?"

"그런 겁니까?"

켈리는 반문했다.

분명히 재스민은 오만한 여왕이지만, 억지로 남을 복종시키는 타입은 아니었다.

재스민은 켈리에게 뭔가를 바랄 때 언제나 이걸 해주지 않겠냐고 부탁을 한다. 켈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면 응하고, 어려울 때는 거절했다.

들어주면 고마워하고, 아닐 경우에는 그러냐면서 순순히 물러난다. 협박한 적도 잔소리를 늘어놓은 적도 없었다.

자신의 의견은 뚜렷하게 표현하고, 켈리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도 간섭하지 않는다. 함께 식사를 할 때에도 복잡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대부분 식사가 끝난 뒤에 입을 열었다.

"그렇게까지 귀찮은 여자는 아닙니다만."

거짓말은 아니다. 켈리 입장에서 정말 지내기 쉬운 상대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단지 브라이언 같은 남자가 여자에게 요구하는, 적당한 무지에서 오는 사랑스러움과 순종, 남자가 주는 것에 무조건적으로 감사하며 존경하는 순순한 태도와는 전혀ㅡ아니, 전혀의 백 제곱쯤ㅡ연관이 없을 뿐이다.

그렇기에 브라이언은 켈리의 대답을 당연히 납득할 수 없었다. 얼굴을 찌푸리며 더욱 캐묻는다.

"지금 자택에서 쫓겨나서 본사에서 살고 있다더군. 마누라한테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 화도 안 나나?"

"그다지 화낼 일도 아닌데요. 잠이야 어디서 자건 크게 다를 것도 없고, 회장실은 진짜 쾌적하게 잘 꾸며져 있습니다. 연방 주석한테 연결되는 직통회선까지 있더군요. 뭔가 구실을 만들어서 한번 걸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이 대답 역시 브라이언이 만족할 만한 종류는 아니었다. 노골적으로 경멸하는 표정이 떠오른다.

"한심한 데에도 정도라는 게 있네. 한 집안의 가장이 집에서 쫓겨나다니, 남자 체면이 걸려 있는 문제 아닌가."

와일리가 동료를 타이르면서 끼어들었다.

"기다려, 존. 이 사람도 재스민 부탁을 들어준 거지, 굳이 쫓겨난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데."

"예, 별거는 전문가의 의견이었습니다. 임신 초기에는 조금 거리를 두는 편이 좋다던데요. 잘은 모르겠지만 이런 문제에 관해서 남자는 아예 도움이 안 되니 시키는 대로 얌전히 있어야지요."

느긋하게 말하는 켈리의 태도에, 브라이언은 더욱 짜증이 나는 듯했다.

"정말...... 자네가 재스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잘 알겠네만, 재스민도 마찬가지인지 어떤지는 의문이야."

"굳이 토 달자는 건 아닙니다만, 결혼해달라고 조른 건 재스민 쪽이었는데요."

"쿠어 재벌 총수한테 그런 말을 듣고 거절할 수 있는 남자는 없어. 재스민은 그 현실을 최대한 이용한 것뿐이지. 그리고 자네는 그 함정에 그대로 걸려든 가련한 제물일 뿐이야."

"그래. 지금 재스민에게 자네는 쓸모없는 인간일 거라고 생각하네."

두 사람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재스민은 켈리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재벌의 실권을 쥐기 위해, 남은 2%의 동결된 주식을 풀기 위해 아무라도 좋으니 남편이 필요했을 뿐이라는 말이다.

그 주장에는 켈리도 동감이었다. 사랑이 아니라 주식이 문제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재스민 본인이 자기 입으로 그렇게 말했으니까.

"자네들은 정식 부부야. 자네한테 만약의 일이라도 있으면 자네 소유의 주식은 자동적으로 재스민한테 넘어가게 되지. 그렇게 되면 재스민이 소유하는 주식은 전체의 51%가 되고, 명실공히 이 재벌을 소유할 권리를 획득하게 돼."

"저 동결주가 풀린 이상 재스민이 더 이상 자네를 살려둘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게 우리 생각이네. 아마 오늘 사고도 그쪽에 원인이 있을 게 틀림없어."

이 말에는 켈리도 긴장하며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겁주지 마십쇼. 그 여왕님이 절 죽이려고 한다는 겁니까?"

"협박 따위가 아니야. 잘 듣게. 자네 앞에서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모르겠지만, 재스민은 무서운 여자야. 방해가 되는 인물을 제거하는 것쯤은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구. 그럴 만큼의 의지도 권력도 가지고 있지. 게다가 의문사한 남편의 사인에 관한 의혹을 묻어버릴 실력도 있어."

"아마 자네는 모르겠지만, 재스민은 군대에 몸담았던 적이 있어. 그것도 실전부대에. 표면적으로는 엑셀시오르 학원에 다닌 걸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어릴 때부터 사람을 죽이는 법을 철저하게 훈련받았지. 격투에서도 어지간한 남자들은 상대도 안 될 만큼 뛰어나다고 들었네."

"자네가 죽으면 누가 가장 득을 보게 될지 생각해보게. 재스민은 계속 우릴 귀찮게 여겼어. 그리고 자네만 사라지고 나면 합법적으로 우리들을 쫓아낼 수 있지."

켈리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면서 가련하게 두 팔을 벌렸다.

"잠깐만 좀 기다려주십시오.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하시면...... 제 마누라가 절 죽이려고 한다니, 대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겁니까?"

"믿을 수 없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남자라면 누구라도 이런 소리는 믿고 싶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네. 진실에서 눈을 돌리지 말고 자기 목숨을 지키는 게 우선 아니겠나?"

켈리가 한심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자, 두 사람은 열심히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무리 저쪽이 거둬준 은혜가 있다고 해도, 얌전히 죽어줘야 할 이유는 없어. 자네한테는 저항할 권리가 있네."

"켈리 군. 우리는 자네의 이해와 협력을 얻고 싶네. 지금 자네한테 만약의 일이 생기고 그 뒤에 재스민이 아이를 낳게 되면, 재스민은 재벌의 소유권만이 아니라 법정상속인까지 얻게 되는 거야. 맥스 쿠어의 손자라는, 대외적으로도 회사 내부에서도 완벽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정통 후계자를. 그렇게 되면 재스민은 다른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이 재벌 개혁을 단행할 수 있겠지. 재스민 한 사람의 판단으로 우리들의 처우를 결정하는 것도 가능해. 솔직하게 말해서 그 사태만은 절대로 피하고 싶네."

와일리는 애원하는 듯이 매달렸고, 브라이언은 짜증스럽다는 듯 힐문하며 켈리를 몰아세웠다.

"이렇게까지 말해도 못 알아듣겠나? 상대는 자네 목숨을 노리고 있단 말이야. 아니면 자네, 사랑하는 여자손에 죽는 거라면 얌전히 포기할 생각인가?"

이런 말까지 듣고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켈리는 고개를 쳐들며 거칠게 반론했다.

"말도 안 됩니다. 전 그 여왕을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결혼해 달라는데 꼭 거절할 만한 이유도 없어서 결혼한 것뿐이라구요."

이 대답은 브라이언을 만족시킨 듯했다.

와일리도 머리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이야기가 빠르지."

"글쎄 말이야. 자네도 죽고 싶지는 않겠지. 그럼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해. 안 그래?"

"그야 말씀하시는 대로지요. 하지만, 대체 저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켈리는 그 대답을 스스로 꺼낼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켈리를 여기까지 불러낸 두 사람도 애매한 말로 요점을 피해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브라이언이 딱 잘라 말했다.

"자네는 오랫동안 우주에서 살아왔지. 믿을 건 자기 자신뿐이고, 질서나 법하고는 인연이 없는 세계야. 그런 장소에서는 대화에 의한 해결보다 힘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많은 정도가 아니지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럼 자네도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을 테지?"

"그야 상당히...... 하지만 말입니다, 미스터 브라이언. 그건 어디까지나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우주공간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뿌리부터 우주생활자이지만, 지상에서는 지상의 법률에 따라야 한다는 정도의 상식은 있는데요."

"훌륭한 마음가짐이야."

와일리가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주생활자라면 보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