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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손을 들었다. 재스민의 뺨을 치려고 했지만, 여왕은 날아오는 공격을 얌전히 기다리지 않았다.

왼팔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켈리의 오른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는 순간, 오른쪽 무릎이 눈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켈리의 명치에 박혔다.

엄청난 힘이다. 어지간한 남자의 완력에도 굴해본 적이 없는 켈리의 몸조차 어이없이 무릎을 꿇을 정도의 괴력이었다.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앞으로 숙이는 순간, 혼신의 힘을 담은 왼쪽 어퍼컷이 작렬했다.

켈리는 겨우 1초 사이에 완전히 뻗어버렸다.

정신을 차려보자 걱정스럽게 켈리를 바라보고 있는, 정보관리장의 주근깨 투성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괜찮으십니까?"

그 말을 듣고서야 자신이 천장을 바라보며 응접실 바닥에 길게 뻗어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그 자식......"

입에서 욕설이 흘러나온다.

힘이 센 것도, 군대 출신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여자였다.

임산부라는 사실이 신경 쓰여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까지 받아본 어떤 남자의 공격보다도 더 강했다.

하지만 반사적으로 일어나려는 무모한 짓은 않는다. 신중하게 몸을 일으켰다. 쇳덩어리에라도 얻어맞은 것처럼 둔한 충격이 아직까지 남아 있었지만 다행히 몸은 멀쩡했다.

그대로 천천히 일어나 덜덜 떨리는 턱에 불끈 힘을 주면서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런, 한심한 꼴을 보이고 말았군."

임산부에게 얻어맞아 기절했다니 평생 남을 수치였다.

하지만 정보관리장ㅡ멜빈 클라크는 안경을 고쳐 쓰면서 진지하게 말했다.

"어째서 한심하다는 겁니까? 당신은 자기 힘으로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위로가 아니라 진심으로 감탄하는 말투였다.

"재스민에게 얻어맞으면 보통은 일어나지 못합니다. 그대로 의무실 행이지요. 아니, 정말로 굉장합니다."

한숨이 나온다.

정보관리장의 말을 증명하는 것처럼 들것을 들고 달려온 의무장도 켈리를 보고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간호사 역시 도깨비라도 보는 듯한 표정이었고 의무장은 탄성을 질렀다.

"이거 엄청난데. 당신, 걸을 수 있어? 재스민하고 싸운 게 아니었나?"

또다시 한숨이 나왔다.

"그러니까 뭐가? 그 여자하고 싸우면 반드시 기절해서 의무실로 실려 간다는 말이야?"

"보통은 그렇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한 이틀 이내에 자기 발로 혼자서 일어날 수 있는 인간은 한 명도 없었어."

켈리는 세 번째의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삼켰다.

"그 괴력의 여왕은 어디 갔어?"

"격납고로 갔습니다. 정비가 끝나는 대로 바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벌써 '메테올라이트 아이'에 도착한 거야?"

"아직입니다만, 곧 두 번째 도약이 있을 겁니다."

정보관리장이 말한 순간 켈리는 익숙한 감각을 느꼈다.

"지금 도약했어. 도착한 것 같군."

의무장과 정보관리장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도약은 순식간에 끝나는데다 특별히 느껴지는 현상이 아니다. 승객은 언제 도약을 했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정상이었다.

"당신, 언제 도약했는지 아는 거야?"

"일어나 있으면. 좀 전처럼 뻗어 있으면 얘기가 다르지만."

'메테올라이트 아이'에는 여러 개의 플랫폼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블루 네뷸러'로 이어져 있고, 현재 그 라인은 폐쇄되어 있지만 다른 라인은 정상적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쿠어 킹덤'은 그곳을 통해 '메테올라이트 아이'로 도약한 것이다.

두 시간만 지나면 퀸 비의 정비가 끝난다.

그렇게 되면ㅡ어디까지나 '블루 네뷸러'의 상태에 달려 있지만 재스민은 정말로 출발하겠지.

켈리는 혀를 찼다.

응접실을 나가려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며 의무장에게 말했다.

"그 여자가 퀸 비로 '버밀리온'을 수색하러 간다는 말 들었어?"

"아니? 처음 듣는데?"

"그 여자가 보통 인간들보다 튼튼하다는 건 당신도 잘 알고 있겠지. 하지만 의사로서의 당신에게 묻겠어. 그 여자가 임신한 상태라면 수색하러 보내겠어, 뜯어말리겠어?"

의무장도 정보관리장도 사령실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입을 쩍 벌리며 경악했다.

최소한 10초 정도는 침묵한 뒤에 의무장이 간신히 말했다.

"당신 애야......?"

"본인이 그렇다더군. 저 바보 여왕, 임신한 걸 뻔히 알면서 퀸 비로 도약하겠다는 거야."

"안 돼! 말도 안 돼!"

즉각 직업의식을 회복한 의무장은 소리쳤다.

"임신을 뭘로 보는 거야! 아무리 재스민이 튼튼한 체질이라 해도, 전문분야가 아니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저 기체는 전투기지? 절대로 안락한 물건이 아닐 것 아냐!"

"똑바로 날고 있을 때면 몰라도 소행성대를 날아다니면서 수색해야 해. 평균 8G는 걸릴 거야."

"말도 안 돼! 아니, 죽어도 안 돼!"

분개하며 격렬하게 고개를 젓는 의무장을 내버려두고 켈리는 격납고로 달려갔다.

하지만 넓은 우주선인 만큼, 어디에선가 엇갈렸는지 격납고에 도착했을 때 재스민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격납고는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었다.

얼핏 보기에도 새파랗게 질린 정비복 차림의 남자들이 좌우로 뛰어다니고 있었고, 정비장은 그 이상으로 이마에 비지땀을 흘리며 계속해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서둘러! 시간이 없어!"

"하지만 정비장님! 두 시간이라니, 무리입니다!"

"무모한 건 처음부터 알고 있어! 불평할 틈이 있으면 손이나 움직여! 이 기체를 완벽하게 손봐서 재스민에게 넘겨주는 게 우리 임무다!"

기세 좋게 소리는 지르고 있지만 정비장의 얼굴은 어두웠다.

격납고에 나타난 켈리를 본 정비장은 길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일이니까 정비는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