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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순간 세가와가 진짜 위험한 사람인 줄 알았다고.」

「알아줬으면 됐어. 그보다 니무라, 오해를 풀어줬어야지….」

「재미있잖아. 전부 다 틀린 말도 아니고.」

나는 낄낄거리며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니무라의 이마에 다음에 반드시 유성펜으로 ‘中’이라는 낙서를 하겠다고 맹세하며 한숨을 쉬었다.

설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로리콤 대열에 끼여 있을 줄을 상상도 못했다. 이건 사코 선배랑 다를 바 없잖아? 안 그래도 우리 노상관찰연구회의 약칭이 ‘노연’이라서 일부에서는 ‘로리콤 연구회’가 아니냐고 의심하는데 말이지. 골치 아프네.

「그럼 미팅하는 것도 문제없는 거지?」

「로리콤과 미팅은 둘 다 외국어지만 다르닥. 세가와, 로리콤이 아닌 거면 올 거지?!」

솔직히 두 사람의 주장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뭐, 미팅이라는 것에 흥미가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미팅은 언젠데?」

「음, 내일.」

「내일 어떻게 가냐고….」

더 이상 지적할 기력도 없어졌다. 시험 중이거든요?

「난 안 가.」

「왜~? 가자~. 이번 미팅 상대는 바로 간호사라고, 간소라.」

「너스(nurse)야, 너스! 백의의 천사는 남자의 로망이잖아!」

「그런 문제가 아니라니까. 난 요즘 리포트랑 과제가 많아서 아르바이트를 줄인 통에 돈도 없고, 이대로는 학접도 부족해. 그보다 이런 시기에 잘도 노는구나.」

시험 기간 중에 왜 미팅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고 다니면서도 니무라가 나보다 성적이 좋을 것을 생각하면, 세상의 불공평함에 대해 하느님과 어디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한 번 나눠보고 싶다.

그런 니무라가 나를 도와주었다.

「자자, 억지로 세가와한테 권하기는 미안하네. 우선은 작전 회의나 하자.」

휴…. 니들 맘대로 해라. 나는 공부할 시간이 더더욱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럼 간다. 유급되지 않게 정도껏 해라.」

셋이서 동그랗게 진을 짜고 뭔가 진지한 이야기를 시작해서 나는 적당히 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떳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나도 시험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는 학교 식당에서 카레를 먹으며 최후의 몸부림을 시도했다.

맙소사, 너무나도 바쁜 하루였다.

니무라와 헤어진 후, 시험 두 과목과 리프토 하나를 정리하자 오늘의 할달량이 끝이 났다.

내일도 계속되겠지만, 세조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놓였다.

바깥은 아직 아슬아슬하게 밝았지만 추위는 매서웠다. 목도리를 코끝까지고 감고 자전거 주차장으로 향하던 나는, 도중에 뜻밖의 인물과 마주쳤다.

「세~가~와~!」

「안녕히 가세요.」

「아니, 자자자, 잠깐만, 세가와!」

그냥 지나치려는 내 앞을 투실투실한 남자가 막아섰다.

「…무신 일이세요, 사코 선배님.」

「자네도 그렇고, 니무라도 그렇고, 요즘 나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무례한 거 아닌가?」

「기분 탓이에요.」

「차가워! 차갑다고! 미우 님의 생일 파티를 극비리에 준비한 나의 위대함을 벌써 잊어버리기라도 했다는 건가?!」

불만스러운 듯 콧소리로 응석을 부리는 투실투실한 남자, 그의 이름은 사코 순타고..

겉모습은아키하바라 근처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전형적인 오타쿠에, 안에 든 것은 그보다 괴짜였다.

자칭 3학년이라는데,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재재작년에도 3학년이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안의 모든 장소에 얼굴이 통했고, 교수님에서 학생까지, 그뿐만이 아니라 옆 동네 대학교의 럭비부나 게이 바에 이르기까지 망하라다는, 수수께끼의 인물이다.

뭐, 나쁜 사람은 아니고 여러 모로 신세를 지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소속된 노상관찰연구회의 창설자이자 현재 회장인데요… 실은 며칠간 다소 차갑게 대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건 그렇고 기이한 만남이로군, 어떤가, 좀 있다가….」

「거절하겠습니다.」

「빠르잖아! 거절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