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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구나?”

어른스러운데 아이 같은 신비한 목소리를 듣고서 얼굴을 들자 모모가 상냥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줄곧 뭘 하고 있었어?”

모모가 물었다.

“아무것도..”

미즈키는 대답했다.

차갑게 식은 홍차는 이미 마실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왜냐하면 혼자 마시면 맛이 없으니까.

“-그래서 네가 와준 걸까?”

그렇게 말하고 미즈키는 애써 웃음을 지어보았다. 얼굴에 손바닥을 얹으면서.

“그럴...지도.”

모모도 웃어주었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미즈키의 속눈썹 사이를 시치고 지나갔다.

그 바람이 옆의 나무를 건드리자 푸른 나뭇잎 하나가 하늘하늘 떨어졌다.

모모의 무릎에서 내려간 다니엘이 짧은 발을 뻗어 그 나뭇잎을 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잎은 장난치듯이 춤추듯 스륵 피해버렸다. 그러고는 다니엘의 손에 잡히는 일없이 중력에 이끌려 초목이 무성한 땅 위에 떨어졌다.

그런 일로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 끌리고 있는 것을 깨닫는다. 나뭇잎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 아래에서 홍차를 끓여본다.

새로운 맛이 날지도 모른다. 그리운 맛이 날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틀림없이 다정한 향기가 날 것이다.

그것은 계절의 꽃이 피면 생각하는 것과 비슷했다. 그리운데 새롭게 느껴지는 색깔과 냄새. 계절의 바람이 불고 추억이 돌아온다. 끌리고 있다. 모든 것에.

하지만 소녀의 마음에 투명하게 스며드는 것은 누덕누덕 기운기억이었다.

복잡한 모양의 테이블 위. 두 개의 찻잔에는 싸늘하게 식어버린 홍차, 소녀와 누구인가 또 한 사람의 것.

“-여기에서 줄곧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거지?”

모모가 물었다.

밤처럼 까맣고 커다란 눈동자가 미즈키의 눈동자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누덕누덕 기운 기억의 조각에 닿았다. 살며시 만졌다.

잊었다가 생각해냈다가.

생각해냈다가 잊었다가.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지나고 또 반복되기 시작했다. 어제 있었던 인인데 머나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었다. 반대로 먼 옛날인 과거를 어제의 일처럼 느끼는 적도 있었다.

-언젠가의 풍경 속.

여기에는 한 소년이 있었다.

그 시절 이곳에는 빈 하늘을 향해 팔을 뻗는 한 그루의 나무만이 있을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소년은 매일같이 이곳으로 찾아와 나무 아래에서. 나뭇잎 사이로 비쳐드는 평온한 햇살 속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 바로 옆에서 소녀는 줄곧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을 뿐, 하지만 어째서인지 광장히 행복했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그는 책 읽기를 좋아했어. 항상 책을 읽고 있었어. 굉장히 어려운 책 같아 보였기 때문에 나는 뭐가 적혀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찻잔의 테두리를 손가락으로 쓸 듯이 만지자 진동으로 홍차에 파문이 일었다.

“조용히 글자를 쫓던 그 사람의 시선, 바람에 섞여 들려오는 책장 넘기는 소리. 가끔 낮잠을 잘 때 내던 조용한 숨소리까지... 내가 옆에서 느낀 전부가 ‘행복’이었어.”

소중한 시간은 차나. 그때 만진 것은 말이 아니라 마음이었다고 믿고 싶다.

그림을 그리는 뒷모습도,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옆얼굴도.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그가 여기에 찾아오지 않게 되었다. 그가 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마지막 날, 그는 미즈키 옆에 하양과 빨강과 노란색 꽃이 피는 씨를 뿌리고 있었다.

어느새 땅을 뚫고 톡 하고 싹을 틔운 씨앗은 흙과 비와 바람과 햇볕 덕에 자라나 아름답고 고운 꽃을 피웠다.

어느새 꽃이 시들자 씨앗이 흩어져 새 꽃이 피었다. 흐드러지게 많은 꽃이었다.

어느새 꽃의 꿀에 끌렸는지 곤충들과 그것을 쫓아온 새들이 여기에 모여들게 되었다.

어느새 곤충과 새들의 몸에 붙어 운반된 여러 가지 씨앗이 땅에 뿌려지면서 싹이 트고 풀꽃이 융단처럼 펼쳐졌다.

어느새 여기는 행복이 가득한 장소가 되었다.

하지만 수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