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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까지야. 그 시점에서 수색은 일단 중지해. 발견될지 어떨지 모르는 '버밀리온'보다 당신이 타고 있는 기체를 멈추는 쪽이 우선이야. 돌아오고 나면 이쪽 지시에 따를 것. 알겠어."

"전면저긍로 OK...... 해적."

"뭐야."

"너, 자상한 걸."

켈리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야 알았어?"

"아니,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그래서 유감이야. 난 네가 좋은데, 너한테 미움 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엄청 슬프다고."

"잘도 지껄이네. 당신 농담은 이해하기 힘들어."

"이런, 난 진심인데."

"그럼 더 나빠. 끊는다."

지금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건지 의심하고 싶어질 대화였다.

통신이 끊어지자 정비장은 서슬이 퍼렇게 변해 켈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제정신입니까?! 저렇게 반신불수인 기체로 어쩌라는 겁니까?"

"조타도 추진기관도 멀쩡한데 반신불수라고는 할 수 없잖아. 멈출 수 없다는 게 조금 문제이긴 하지만......"

조금 정도가 아니다. 생명이 걸려 있는 큰 문제인데도 켈리는 웃고 있었다.

"클램누이까지 왕복하려면 여덟 시간은 걸려. 어차피 지금 시점에서는 멈출 방법도 없는데다 가지 말라고 말려도 갈 인간이라고."

"그건! 그렇기는 하지만!"

끝내 납득하지 못하는 정비장을 제지하며 켈리는 선교에 연락했다.

"선장, 들은 대로야. 클램누이로 가줘."

"이미 발진한 상태입니다, 미스터 쿠어. 2분 후에 게이트 인 예정입니다."

과연 골드맨 선장.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미소를 지으며 통신을 끊은 다음 켈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정비장을 바라보았다.

"재스민은 저렇게 말했지만, 퀸 비의 전산기를 조작한 범인이 이 배 안에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어. 만약에 있다면 그 녀석은 이 방에 침입해서 전산기를 조작했다, 그런 얘기가 되겠지?"

"면목이 없습니다......"

정비장은 여전히 신음하고 있었다.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그런 악랄한 수단으로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변명에 지나지 않겠지만, 저뿐이 아니라 재스민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이 방, 출입은 자유인가?"

마른침을 삼키고 있던 정비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방은 원래 정비원들말고는 용무가 없는 방이었다. 정보관리부나 무기관리부 같은 곳은 보안상의 이유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지만, 이 방에는 각종 검사기계류가 있을 뿐이다. 사람의 출입을 규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인식시스템은 물론 출입을 체크하는 감시시스템조차 없다. 정비원이 아무도 없을 때를 틈타서 몰래 들어오는 정도는 누구라도 가능했다.

펠릭스에게 물어봐도, 방에 출입하는 순간을 살피는 눈.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이상 입실한 인간이 누구인지는 예상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일단 퀸 비가 지난번에 출격한 뒤로 이 층에 드나든 사람을 남김없이 알아내도록 명령했지만 범인을 잡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반드시 코엔 박사의 협력이 필요했다.

6장

꼭대기에 눈이 덮여 있는 높은 산중턱에 지붕 낮은 통나무집이 서 있었다.

겉모습만 비슷하게 꾸민 것이 아니라 진짜 통나무로 된 집이다.

주위는 온통 푸르른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사이로 군데군데 비슷한 통나무집이 몇 채 보인다.

마을 근처의 강에서는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있었다.

물레방앗간에서는 방아 찧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리며, 언덕받이를 따라 털이 북실한 가축들이 풀을 뜯어먹고 있다.

박물관에 보존된 학술용 기록영상이 아닌 현실의 광경이었다.

기록영상과 다른 점이 있다면, 평범한 오두막으로 보인다 해도 그 지붕에는 궤도상에 떠 있는 태양에서 열을 모아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는 정도일까. 완전한 원시생활이 아니라 최소한의 전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어떤 집 앞에서는 남자가 장작을 패고 있고, 다른 집 뒷마당에서는 모녀로 보이는 여자 두 명이 열심히 작은 채소밭을 가꾸고 있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에서 겨울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클램누이 성계 제6행성 에토버는 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다. 커다란 도시는 대부분이 제4, 제5행성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에토버에는 작은 도시가 하나 있을 뿐이었다.

이 마을은 그 도시로부터 다시 50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시골이었다.

여기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다소 분야는 다르지만 제각각 자연회귀를 연구하는 사람들이었다.

그저 책상 위에서만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스스로 목적에 부합하는 상태에서 살아가면서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을 목표로, 최소한 식량에 관해서는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능한 한 기계의 힘에 의지하지 않으려 하고 있으므로, 이 마을에는 차도 엄청난 구식의 에어 트럭 한 대밖에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 시내에 필요한 것을 사러 가는 정도로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니, 최신형 우주정이 갑자기 마을 상공에 나타나 추락에 가까운 급속도로 하강하며 가축들을 쫓아내고 곡예에 가까운 비행을 거쳐 산비탈에 착륙했을 때는 온 마을 사람들이 경악해서 밖으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한편 평범한 우주정이라면 절대로 착륙할 수 없는 곳에 극적으로 착륙한 켈리도 우주정에서 뛰어내려 가장 가까운 집을 향해 뛰어갔다.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있는 주부에게 정중하게 말을 건다.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코엔 박사는 어디에 살고 있습니까?"

여자는 완전히 넋이 나가버린 듯이 멍하니 켈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켈리가 똑같은 질문을 다시 던지자 그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온 듯, 우물거리면서 언덕 위에 있는 집이라고 가르쳐주었다.

우주선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지만, 해적이란 체력이 없으면 해낼 수 없는 직업이다. 켈리는 조금도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은 채 언덕 위까지 올라갔다.

집 앞에는 켈리가 올려다보아야 할 정도로 키가 큰 남자가 서 있었다. 분명히 2미터 이상은 될 것이다. 게다가 마른 편인 켈리와는 달리 근육이 충실하게 붙어 있다. 불그스레한 하얀 피부로 나이는 약 30세 정도.

떡 버티고 서서 팔짱을 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언덕을 올라오는 켈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회백색 머리카락과 거의 투명한 색에 가까운 푸른 눈이 이 남자의 인상을 더욱 차가워 보이게 만든다. 얼음 같은 눈에는 험악한 빛이 떠올라 있었다.

한눈에도 온화하다고는 말하기 힘든 분위기였지만, 켈리는 예의를 갖추어 말을 꺼냈다.

"실례합니다. 켈리 쿠어라고 합니다만, 코엔 박사님 계십니까?"

그러자 남자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여기 사는 건 나뿐이야."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분이 나빠 보이는 남자의 얼굴을 의혹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서, 켈리는 확인차 다시 물었다.

"그럼 당신이 코엔 박사?"

"그래. 무슨 일이야?"

의외의 전개였다.

그 여자 주위에 있는 미녀들 중 하나일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는데, 설마 이런 백곰일 줄은. 완전히 흥이 깨졌다.

박사라기보다도 격투기 선수나 특수부대원이라는 편이 어울릴 정도로 건장한 체구였다.

상대가 곰이든 근육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