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오늘따라 운 좋게 같은 구역으로 배달되는 물건들만 들어왔다.
덕분에 일을 일찍 끝마치고, 조금 이른 저녁 나는 항상 찾아가던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다른 호프집에 비해 시끄럽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금방 나온 맥주를 들이키며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 게 낙이다.
목표를 잃었다. 벌써 수 년도 더 된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것만을 위해 죽어라 달려왔건만, 보답받지 못한 노력은 날 더 허무하게 만들 뿐이었다.
더 이상 찾을 것도, 쫓을 것도 없다. 뭘 위해 사는 지도 모르겠다.
바에 앉아 조용히 마시고 있자니 누군가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한숨 쉬며 거침없이 맥주를 털어 넣는 그녀가 나와 비슷해보였다.
바라보고 있자니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잔을 내 쪽으로 치켜든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나도 잔을 치켜들고 있었다.
건배